LA 인근 웨스트레이크의 A씨는 샤워장 벽 뒤쪽을 뒤덮은 검은 색의 ‘몰드’(Mold) 곰팡이를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A씨는 1년 가까이 참을 수 없는 두통에 시달린 데다가 코피가 자주 나고 목이 아픈 등의 감기 증상으로 고생을 해왔었다. A씨의 이런 증상은 샤워장의 내벽과 외벽사이에 번식한 ‘몰드’ 곰팡이의 포자(씨) 때문이었다.
최근 캘리포니아 등 건조한 지역에서도 주택내 ‘몰드’ 곰팡이의 폐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몰드’는 습기가 많고 따듯하며 공기가 잘 통하지 않은 어두운 곳에서 번식하는 곰팡이의 일종이다. 집안에서는 샤워장이나 옷장, 냉장고 뒤, 세탁기 인근 등이 ‘몰드’의 번식이 용이한 곳이다.
집안에 ‘몰드’가 번식하면 포자(씨)가 실내에 날아다녀 앨러지를 유발하거나 심하면 호흡 장애까지 야기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노인들은 천식이 생길 수 있고 유아나 어린이들의 면역 기능을 약화시키는 등의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건조한 사막 기후인 캘리포니아에서는 주택내 ‘몰드’에 대한 우려는 비가 자주 오고 습한 기후의 여타 주에 비해 그다지 심한 편은 아니지만 지붕이 새거나 수도 파이프 등 플러밍이 망가져 벽 등에 습기가 배어들면 불과 수시간 내에 빠르게 번식하기 때문에 ‘몰드’ 안전지대는 아니다.
주택에서 ‘몰드’가 발견되면 클로락스와 같은 산화용제인 브리치를 적당한 비율로 물에 섞어 뿌린 후 깨끗이 닦아주면 되지만 많은 양이 번식 할 때는 전문가를 불러야 하는데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 전문가를 고용해 ‘몰드’ 곰팡이의 유무를 조사하고 이를 제거하려면 1만달러 이상은 소요된다. 이 때문에 보험회사와 주택 소유주간의 경비지출 문제를 놓고 법정 소송이 제기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아직은 ‘몰드’ 곰팡이가 어느 정도 번식해야 인체에 해악을 미치는지에 대한 기준이 마련되어 있지 않지만 콧물이 흐르는 등의 앨러지 중상에서부터 코피 또는 폐출혈 등의 심각한 문제를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레이 데이비스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지난 10월 ‘유해성 몰드 곰팡이 공개 법안’(Toxic Mold Disclosure Act)에 서명했다. 이 법안은 주택은 물론이고 상업용 부동산을 팔거나 리스, 양도하는 측은 건물 내 ‘몰드’ 곰팡이의 유무를 공개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법안은 특히 주 보건국이 전담반을 구성해 ‘몰드’ 곰팡이의 인체 유해치 기준을 내년 6월까지 만들도록 했다. 또 보건국의 기준이 마련되면 6개월간의 보충 연구기간을 거쳐 2003년부터 몰드 곰팡이 공개 법안을 시행토록 했다.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많은 몰드 곰팡이 전문가들은 "인간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거나 생명을 앗아가는 위험성은 없다"며 "왜들 난리냐"는 식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미국 미생물학계의 권위자이자 하버드 대학 보건대학원 교수로 있는 해릿 버그는 "몰드가 기억 상실이나 만성피로 등의 심각한 증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증거를 한 번도 본적이 없다"며 "몰드를 발견했다고 호들갑을 떨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학계 일각에서는 독성이 강한 몰드가 건강에 문제를 초래한다는 명백한 증거는 아직 없지만 ‘stachybotrys chartarum’ 같은 종류는 코피, 기억상실, 심한 경우 뇌손상까지 유발하는 것으로 믿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확산되자 연방 질병통제국은 지난 5월 ‘stachybotrys’ 몰드가 호흡기 등 인체의 심각한 해악을 주고 있음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정했다.
이런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몰드’ 곰팡이에 대한 일반의 우려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은 데다가 제거 비용을 놓고 벌어지는 법정 소송도 최근 급속히 늘고 있다.
급기야는 전국 규모의 보험회사인 스테이트 팜, 올스테이트, 파머스 등 3개회사는 일부 주에서 판매되는 주택보험 약관에서 ‘몰드’ 곰팡이 조항을 아예 삭제 시켜 버렸다.
스테이트 팜은 텍사스에서만 지난 1월부터 10월까지 ‘몰드’곰팡이와 물 피해 등을 포함해 무려 6억달러가 넘는 보상 청구가 쇄도하자 신규 주택 보험 가입을 중단해 버렸다.
대부분의 보험회사들은 몰드 곰팡이만의 피해 보상을 해주지 않는다. 몰드가 생겼다면 그 원인에 따라 보상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벽에 ‘몰드’가 번식했다면 이는 플러밍등 관리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며 플러밍을 관리하는 것은 주택 소유주의 책임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나 온수기가 갑자기 터져 이로 인해 ‘몰드’가 생겼다면 보험회사에서는 보상을 해준다. 보험 회사의 ‘재난’ 또는 ‘사고’ 보상 규정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결국 ‘몰드’ 곰팡이의 번식 유무는 주택이나 건물 소유주가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면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붕이 새는 곳이 없는지 또는 플러밍이 망가져 물이 새어나와 벽이나 카핏, 마루, 지하실 등에 물이 고여 곰팡이가 끼지 않았는지를 사전에 점검하고 빨리 수리한다면 건조한 날씨가 대부분인 캘로포니아 등에서는 ‘몰드’에 대한 우려를 덜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환경관계 전문가들은 "화장실 변기 뒤에서 물이 흘러나오는 것을 방치해둔다면 30센트로 고칠 수 있는 것을 수천여달러를 들여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지 모른다"며 주택 소유주들의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몰드’ 측정 및 제거 전문 회사를 운영하는 토랜스의 로버트 밀러는 "주택 내 몰드의 번식 여부만을 조사하는데도 수천여달러가 소요되지만 이렇게 많은 비용을 지출할 가치는 없다"면서 "물이 새는 곳이 발견되면 즉시 수리하고 물에 젖은 부분을 잘 말린 후 표면에 붙어 있는 ‘몰드’를 제거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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