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는 이번에도 승리했다.
9월11일 이후, 미국인들 사이에 솟구친 애국심에 패를 건 뉴욕의 수많은 도매상인들은 9월11일 테러 직후 즉각 행동을 개시했다. 얼른 모조 보석으로 된 트윈 타워 브로치, 핀 같은 기념품을 디자인해 아시아의 제조회사에 주문, 나흘만에 제작시켰고, 공항이 다시 열리자마자 즉각 이미 나와있던 성조기와 성조기 핀을 들여왔다. 어떤 업자는 타주로 가서 트럭으로 싣고 오기도 했다.
그런 신속한 행동 덕분에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지고 난지 단 1주일만에 뉴욕시 거리 모퉁이 마다에는 뉴욕과 미국, 소방관, 경찰관, 그리고 사라진 건물에 대한 지지를 표시하는 핀, 깃발, 열쇠고리 등을 파는 행상이 등장했다.
기념품 디자이너이자 도매업자인 제이 정씨도 그중 한 사람. 9월 12일에 벌써 성조기 위에 세계무역센터와 자유의 여신상의 이미지를 겹친 스티커와 엽서를 디자인해서 13일에 한국의 제조업자에게 3만개를 주문했고 10일 후 항공편으로 받았다.
그러는 한편 뉴욕시내 공장에도 같은 디자인의 단추와 머그 2,000개를 주문, 사흘만에 소매업자들에게 공급하기 시작했다. "첫 주에는 선물가게와 기념품 가게들이 성조기나 세계무역센터와 관련된 물건을 찾았고 그 다음 주에는 ‘아이 러브 뉴욕’ 스티커를 찾더군요. 하루에 2,000개를 팔았을 정도였어요"
그래픽 디자인을 하면서 수입도 하는 리처드 최씨도 깃대 옆으로 끝과 술이 달린 크리스탈 성조기 핀 등을 디자인해서 한국과 중국에 얼른 주문했고 소호에서 행상을 하는 에릭 이씨도 성조기 모양 모조 보석반지, 성조기 모양 모조 보석 사과, 성조기 모양 귀걸이와 펜던트 등을 사태 일주일 후에 수백개씩 주문, 3주 후부터 거리에서 팔고 있다.
이들 기념품을 파는 상점 주인이나 상인들은 경쟁사를 의식, 자기들이 팔고 있는 물건의 제조처를 밝히기를 거부하며 이번 일로 번 돈이 얼마인지도 밝히기를 싫어한다. 기회주의자로 보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기념품 판매가 얼마나 잘됐는지는 시 당국자도 모른다. 뉴욕시 관광국은 기념품 판매고 정도는 연간 250억달러 규모인 관광수익에 비하면 그야말로 새 발의 피이므로 전혀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세계무역센터 핀을 꽂고 다니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을 보면 돈을 번 것은 확실해 보인다. 뉴저지주 트렌튼의 기념품 공급업자 스티브 주티는 "처음엔 아주 많이 벌었습니다. 그렇지만 더 많이 팔려고 광고까지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고 말한다.
뉴욕 한인상인협회에 따르면 테러 사태 이후 2주일만에 아시아 제조사들이 갖고 있던 갖가지 스타일의 성조기 재고가 모두 바닥나는 바람에 어떤 도매업자는 성조기를 세배의 이익을 남기고 팔기도 했다. 사람들이 1달러짜리 깃발을 5달러에도 살 정도였으나 회원이 200명인 한인상인협회는 남의 슬픔을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 바가지 요금을 없애기로 결의하고 성금 3만달러를 거둬서 적십자사에 기부했다.
어떤 업자는 물건이 없어 팔지 못하는 바람에 안달이 나서 배편의 6배나 되는 운임을 지불해가면서 비행기를 타고 한국이나 중국으로 가서 직접 가져오기도 했지만 이런 기념품들이 모두 아시아에서 제조되는 것은 아니어서 뉴욕의 티셔츠 업자들은 재빨리 성조기와 경찰, 소방국 로고를 넣은 셔츠를 제작했고 자수점 종업원들도 초과근무를 하면서 ‘양키스’나 ‘메츠’ 로고를 새기려던 모자에 ‘USA’나 성조기를 박았다.
뉴욕 경찰국 관련 기념품을 취급하는 ‘뉴욕 911’은 주인들이 14시간씩 일하면서 모자라는 물건을 채워 넣고 티셔츠도 디자인하고 인터넷 주문을 받았다. 바로 옆의 소방국 관련 기념품점도 사정은 마찬가지. 두 가게는 너무나 많은 돈을 버는 것이 미안해서 유가족을 위한 기금 모금도 시작했는데 이제까지 경찰 기념품점은 3만7,000달러, 소방관 기념품점은 8만달러를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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