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6 이전 세대들의 겨울 방학은 참 길었다. 방학 때면 다음 학기를 위한 준비로 두꺼운 성문 종합 영어와 수학 정석을 옆에 끼고 과외 공부를 다녔었지. 쨍하는 여흥거리가 제대로 없던 시절, 과외 공부 없는 날을 이용해 스케이트장을 찾았던 기억은 오랜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슴이 따뜻해져 오는 추억거리가 아닐 수 없다.
흑백 영화의 한 장면처럼 떠오르는 겨울 날 오후, 목도리에 벙어리 장갑으로 중무장을 하고 땅거미가 어둑해질 때까지 지칠 줄 모르며 타던 스케이트. 사각사각 얼음을 가르다보면 코끝과 양 볼이 빨갛게 되는 것도 잊고 콧등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히곤 했다.
무용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여학생들은 하얀색, 빨간색의 피겨 스케이트를 타며 둥글게 원을 그리기도 했었고 남학생들은 까만 색 가죽, 날이 시퍼렇게 선 롱 스케이트를 신고 누가 더 빨리 달리나 스피드 싸움을 했던 생각도 난다.
할 것 많고 볼 것 많은 우리 자녀들이지만 엄마 아빠 자라던 시절, 공터에 물을 대 얼려 만들었던 스케이트장의 추억을 함께 나누어 보면 어떨까. 유니버설 스튜디오, 다운타운의 퍼싱 스퀘어 등 겨울의 정취가 가득 느껴지는 아이스링크가 남가주 곳곳에 문을 열어 호호 김이 서리는 겨울날의 은빛 추억을 일깨워주고 있으니 말이다.
지난 주말 자녀들과 함께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아이스링크를 찾은 조세영씨(39).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논밭에 물대 얼린 스케이트장에서 롱 스케이트를 타고 쌩쌩 달렸던 추억을 갖고 있는 그는 이곳에서 빌려주는 피겨 스케이트가 영 어색하기만 하다. 넘어지지나 않을까 걱정했던 딸 셸비는 한 두 발짝 발을 떼어 보더니 금새 링크 안을 훨훨 날아다닌다. 결코 덥지 않은 날씨인데도 얼음을 지치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온 몸이 더워졌는지 아들 에드윈이 목도리와 모자를 벗어 아빠에게 맡긴다.
그것도 운동이라고 한 시간 짜리 세션이 끝나고 나니 꽤 다리가 상당히 아파 온다. 아무리 본전 빼려는 마음에서이긴 했지만 예전엔 어떻게 하루를 온종일 스케이트장에서 보낼 수 있었는지. 펄펄 뛰어다닐 수 있었던 지난날 함께 얼음을 지치며 어울리던 친구들의 얼굴이 떠오르는 오후, 오늘은 그리운 벗들에게 연하장이나 써야겠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아이스링크
18개의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물론, 다양한 식당과 점포로 남가주에서 가장 생동하는 장소 가운데 하나인 유니버셜 시티워크의 아이스링크가 문을 연 것은 이미 지난달 11월 23일부터. 이미 남가주 성탄의 전통으로 자리잡은 시티워크의 아이스링크에는 수천 개의 반짝거리는 전구는 물론 영화 촬영에 쓰였던 갖가지 소품들이 전시돼 눈길을 끈다. 50X80인치 규모의 아이스링크는 아마추어 스케이터들이 넘어지고 엉덩방아 찧기에도 공간이 충분하다.
영상의 날씨에도 얼음이 녹지 않도록 하기 위해 200톤에 이르는 특수 냉동 기구가 작동되고 있으며 남들이 지치고 난 빙판에 쌓이는 얼음 조각들은 매 시간마다 치워내 안전하고 쾌적하게 스케이트를 즐기게끔 배려했다.
영화의 소품을 비롯해 바라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와 장식, 반짝거리는 불빛들이 화려한 시티워크에서 맞는 연말의 저녁은 특별하다.
전혀 새로워진 City Rockin’ Holiday라는 제목의 라이브 쇼에서 빨간 코 루돌프 사슴과 나무 병정, 눈의 요정은 북 치는 소년의 리듬에 맞추어 춤을 춘다. 라이브 쇼는 어린이들이 물에 젖는 것을 알면서도 뛰어들기를 망설이지 않는 분수대에서 눈송이가 떨어지는 것으로 절정을 맞는다. 추위로 볼이 빨갛게 익었다면 테마별로 마련된 다양한 식당에 들러 따끈한 코코아 한 잔으로 뺨을 덥혀 보자.
스케이트장 이용료는 어른이 시간당 7달러50센트, 어린이는 6달러50센트이며 스케이트를 빌리는 데 드는 비용은 2달러50센트이다. AAA 회원들에게는 할인 요금이 적용된다. 아이스링크 운영 시간은 월-목, 오후 5-11시, 금요일은 오후 3시-새벽 1시, 토요일은 오전 10시-새벽 1시, 일요일은 오전 10시-오후 11시까지이다. City Rockin’ Holiday 쇼 공연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6시, 7시 30분, 8시 45분 세차례 있다. 아이스링크에 관한 문의는 전화, (818) 622-4455로 하면 된다.
▲LA의 심장부인 다운타운 퍼싱 스퀘어 (Pershing Square, 532 S. Olive St.)의 Kings Downtown On Ice 스케이트장 역시 이미 문을 열고 LA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아이스케이팅은 남녀노소 모두가 야외의 찬란한 햇빛 아래서, 그리고 반짝이는 별빛 아래서도 할 수 있는 건전한 레크리에이션. 스케이트를 타기 위해 목도리도 한번 둘러보고 장갑도 끼어 보면 겨울이 더욱 따뜻해지지 않을까.
성탄절과 신년 첫날을 비롯한 공휴일까지 포함, 주7일 문을 여는 다운타운 온 아이스는 내년 1월21일까지 일반에게 공개된다. 1시간 스케이트 타는데 드는 비용은 6달러이며 스케이트 대여 비용은 2달러이다. 지금부터 12월14일까지, 1월7일-1월21일 사이에는 월-목요일은 정오-오후 9시, 금요일과 토요일은 오전 10시-오후 10시, 일요일은 오전 10시-오후 9시 30분 사이에 문을 열고 12월15일-1월6일 사이에는 매일 오전 10시-오후 10시까지 문을 연다. 월-금요일 오후 5시 이후에는 주차 티켓에 스탬프를 받으면 5달러, 토요일과 일요일은 4달러이다.
12월8, 15, 22 오전 11시와 오후 4시 두 차례에 Snow in the Square 행사가 벌어지고 12월28일, 1월 4일, 1월 11일, 18일 오후 8시와 10시에는 NHL Allstar FANtasy 이벤트가, 그리고 1월8일(화)에는 "Disney On Ice" 특별 행사가 마련된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정오부터 오후 2시 사이, 그리고 일요일 오후 2시-4시 사이에는 무료 야외 음악회도 펼쳐져 성탄절 분위기를 돋구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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