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에도 지난 두 주에 이어 똑똑하면서도 자기 능력만큼 공부를 못하는 영재(gifted under-achievers)들에 대하여 계속 다루려 한다.
그들의 특징은 지난 주 기사를 참고하시기 바라며, 또 그 원인은 2주일 전에 쓴 대로 크게 세 가지로 들 수 있다. 50여 년의 연구(Gallager, Kimball, Kernes, McCoy. Zehrbach, Studley & Wright)를 요약해 중요한 것만 다시 간추린다면:
첫째: 가정; a. 아버지의 역할 b. 어머니의 역할(지난주에 다루었음)
둘째; 학생들의 자신감과 자신에 대한 태도
셋째; 학교에 대한 태도.
이번 주엔 둘째; 학생들의 자신감과 자신에 대한 태도에 대해 검토하려 한다.
II. 자신감과 자신의 태도
’기호는 어려서부터 활발하고 씩씩하여 주위의 어른들로부터 늘 칭찬을 받았다’라고 기호 어머니는 나에게 일러주었다. 그러나 지금 열다섯 살인 기호는 벌써 친구들과 여러 번 싸웠고 선생님으로부터 지적도 많이 받았다고 한다. 특히 열두 살 때부터인가는 불평도 많고 별것이 아닌 것을 가지고 성질도 잘 부린다고 했다. 너무 불평, 불만, 분노 등이 쌓였는지 남과 다투기를 잘 하는데 이런 것도 자라나는 하나의 과정인지 혹은 기호의 성격인지 잘 구분이 안 된다며 기호의 어머니는 크게 걱정스러워 했다.
기호는 학교에서도 친구들에게서 따돌림을 받는 듯 했다. 지난해 무슨 시험을 쳤는데 거기에 뽑혀 올해에도 또 그 시험을 치르게 됐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뽑히면 전국에서 3명만 뽑히는 것으로 그 3명은 대통령을 만나러 간다는 것이다. 온 친구들에게 자기는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학생이라고 자랑하고 다닌 모양이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대통령을 보러 가게 됐다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닌 만들어낸 거짓에 불과하였다.
오랫동안 기호와 상담을 해보니 그는 겉으로 보이는 활발한 성격과는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그는 사실 아주 자신감이 없었다. 무엇을 하건 확신이 없었고, 또 다른 사람이 자기를 어떻게 평가하느냐가 그에게는 매우 중요하였다. 스스로에게 너무나 자신이 없어서 자기 정체를 나타내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잘난 체’하는 자기 아닌 자기 모습을 늘 친구들과 부모에게 보여주었다.
기호는 싸움에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반드시 이겨야 하며 가끔, 혹시 질 것 같으면 음성을 높이고 폭력을 쓰려고까지 했다. 다시 말하면 자신감 없는 것을 싸우는 것으로 용감해 보이려는 것, 소리 지른 것으로 은폐하려고 들었다. 또한 그는 항상 남에게 자기 자신이 인정받아야 하고, 또 자기가 생각하는 것만이 옳다고 주장한다. 항상 자기가 옳아야 하니 남과 다투기도 예사였다.
정은이는 열세 살인데 걱정과 근심이 너무 많다. 부모는 정은이가 너무 조심스럽고 어른 같다고 말한다. 그러나 상담을 해보니 역시 자신감이 없는 학생이었다. 하루는 정은이가 학기말 시험을 치고 와서 ‘나의 학교생활이 오늘로 끝났다. 나는 이제 학교도 못 가고 대학은 물론이거니와 고등학교도 못 갈 것이다’라고 울먹이며 이야기를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정은이는 한 과목에 C를 받았다. 정은이는 만사를 부정적으로 보고 당장 어떻게 될 것만 같은 조바심에 사로 잡혀 있었다. 극단적인 절망감에 싸여 있으니 자연히 앞으로 노력을 더 안 하려고 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더 자세히 이해를 해보면 노력을 안 하는 것이 아니라 해도 안 된다고 생각하니 처음부터 안 하는 것이다. 자신감이 없는 자녀의 아주 전형적인 모습으로써 이런 자녀에게는 두 가지의 현상이 한꺼번에 일어난다.
즉
1. 자기가 한 일이나 남이 한 일에 대해 그렇게 보잘것없이 못한 일도 아닌데 너무나 부정적으로 생각하여 ‘나는 못한다’ 혹은 ‘너무 어렵다’의 태도에 사로잡혀 걱정이 심하다.
2. 동시에 이 걱정이 ‘나는 해도 안 된다’라는 자기 정당화로 들어가 노력을 안 하는 자녀가 된다.
기호와 정은이는 겉으로 보기에는 정반대의 학생들이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었다.
1. 둘 다 똑똑한 영재 학생들이었다.
2. 가정 환경도 좋았다. 기호와 정은이는 악기를 따로 배우는 것은 물론 학원, 개인지도까지 과외로 배우고 있었다.
3. 두 학생 다 자신감이 없는 학생들이었다. 이 자신감을 더 자세히 검토하자면 자아개념에 크게 문제가 있었다.
자아개념은 자기 스스로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자아개념에는 (1)스스로가 생각하는 일, (2)하는 척하는 일로 구분할 수 있다. 이것에 대해 워리암 페임스가 처음 발표하였던 방정식을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1. 스스로 하는 일=10이라고 하자
혼자의 힘으로 공부한다. 스스로 문제 해결을 보는 학생의 태도. 여기서는 공부의 결과, 즉 시험점수보다 공부하는 과정(process)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
2. 하는 척 하는 일=100이라고 하자.
타인의 도움을 받는다. 사실은 자기 힘으로 한 것이 아님.
3. 그 결과 앞에서 언급하였듯이 스스로 하는 일=10, 하는 척하는 일=100이면, 자아개념은 10분의1밖에 못 된다. 즉 자아개념이 100이 있어야 하는데 거기서 10분의1밖에 안 되니 당연히 자아개념의 부족으로 자신감 없는 자녀로 변해 버린다.
위의 사례의 기호는 100에서 10을 빼낸 그 90을 어떻게 메워야 하는데 기호는 과장/거짓말 등의 임시 변통으로 그 것을 메운 것이다. 정은이는 이 90을 메울 수가 없어서 자기의 10마저 다 없애버리는 ‘나의 학교 생활은 끝났다!’라고 과장을 한다. 기호나 정은이나 그 과장은 마찬가지인데 하나는 아주 잘한 것으로 또 하나는 아주 못한 것인 반대방향으로 갔다. 그러나 그들은 다 똑같은 과장이다.
반대로 스스로 하는 일=100, 하는 척하는 일=10이라면 자아개념이 자신만만한 자녀로 변해진다.
해결책-자신감이 왜 이리도 중요한 역할을 하느냐 하면 읽기와 쓰기는 언어 중에서도 스스로의 힘으로 하는 행동이다(듣기와 말하기는 남고 더불어 하는 행동). 스스로 해야 할 일이 타인의 손에 의해 너무나 많은 도움을 받으면, 자신감이 없어지는, 즉 동기유발이 안 되는 자녀로 변한다. 10분의1의 자신감밖에 없는 자녀와 100이라는 자신감이 있는 자녀의 차이는 스스로 혼자 힘으로 해냈다는 차이밖에는 없다.
글 쓰기와 읽기를 다른 면에서 비교하면 읽기는 아무리 스스로 하는 혼자만의 행동이라 하더라도 책이라는 것이 있으니 완전히 혼자는 아니고 또 책의 저자와의 대화를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반면에 글을 쓰는 것은 정말 혼자만이 하는 일인데 자신이 없는 학생일수록 무엇이나 혼자 하기를 꺼린다. 특히 무엇이건 남의 손에 의해 많이 이루어진 학생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혼자 아침에 일어나지도 못하여 누가 깨워야 일어나고 ‘공부해라’부터 시작하여 숙제까지도 하기는 하더라도 늘 누구의 잔소리(보통 어머니)가 일 워 주어야 된다면, 그 하는 것은 비록 혼자의 힘으로 해놓았다 치더라도 그것은 스스로 했다고는 볼 수가 없다.
현재 미국의 교육 실상을 들여다보면, 유치원, 초등학교 때는 읽기 가르치기에 바빠서 그런지 별 큰 신경을 안 쓴다기보다는 못 쓰고 있다. 읽기 자체도 주로 포닉스(phonics)와 읽기 방법(reading skill) 위주이지 사실 읽기의 이해(reading comprehension)까지는 미처 손을 못 쓰고 있는 형편이다. 물론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학생들이 쓰기를 너무 싫어해서이다. 이렇게 쓰는 것을 싫어하는 것은 반드시 학생들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어른도 누구에게 편지를 꼭 써야 할 일이 있을 때도 전화를 한다. 그것이 훨씬 쉬우니까! 카드산업이 성황을 이루는 것도 생일·결혼 등의 글을 써야 할 때 카드에 사인만 하는 것이 더 쉽게 때문이다. 이렇게 글 쓰기를 싫어하니 초등학교 때, 어떤 때는 글 쓰기 시간이 print하거나 handwriting 시간으로 해 나가기도 했다. 이렇게 연장되면 고학년이 될수록 글 쓰기를 싫어하고 다음은 꺼리고, 가끔 글 쓰기를 무서워하는 학생으로까지 변할 수도 있다.
정식으로 ‘독후감’ ‘논문’ ‘에세이’를 쓰라고 하면 겁부터 먹을 수 있으니 그저 마음 편하게 "그림이 반 이상 있어도 좋으니 매일 15~30분간 글을 써라"고 하여 반드시 매일 쓰게 하도록 하여야 한다. 글은 쓸수록, 또 쓰는 도중에 더 잘 쓸 수 있음을 잊지 마시기 바란다.
(추천독서 목록과 학습방법이 자녀의 독서 수준별로 되어 있는 것이 있습니다.)
문의 (909)86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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