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1 테러로 뉴욕시 전체가 커다란 타격을 입었지만 그 중에서도 비영리 자선단체들은 3중고를 겪고 있다. 우선 세계무역센터 및 인근 건물들에 자리잡고 있던 60여개 자선단체들은 사무실과 컴퓨터등 사무도구 일체를 잃어 버렸다. 아울러 계획했던 주요 모금행사들이 연기되거나 취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제까지 기부하던 개인 및 기업들의 돈이 올해는 모두 소방관이나 그 아내, 자녀등 테러사태의 직접 피해자들에게만 몰리고 있는 것이다.
첫 번째 비행기 폭탄에 맞은 세계무역센터 북쪽 건물에 자리잡고 있던 ‘챈시즈 포 칠드런’의 켄 멀로 사무국장은 "미국인들이 주머니 돈을 털어 9월11일 피해자들에게 이미 13억달러를 거둬 준 것은 참으로 위대하지만 그 결과 다른 자선단체로 돌아갈 돈은 남아 있지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게다가 세계무역센터 건물 붕괴 및 그에 따른 관광 수입의 감소로 인한 뉴욕시의 피해액을 10억달러로 추산하는 루돌프 줄리아니 시장이 10월부터 시 예산을 15% 삭감하면서 문제는 더 심각해졌다. 시의 문화 및 사회 프로그램에 대한 지원금이 대폭 삭감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비영리 단체들에 자금을 대부해주는 비영리 재단인 포드 재단 부설 ‘뉴욕시 기금’의 매리 매코믹 회장은 "이런 일은 뉴욕시 비영리 단체 역사상 들어보지 못한 일로 예산위기가 심각했던 1970년대에도 어렵긴 했지만 그때만 해도 비영리단체들이 소셜 서비스 하부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금만큼 크지는 않았었다"고 말했다.
뉴욕의 ‘비영리 금융기금’은 로워 맨해턴 지역에 자리잡은 400개쯤 되는 비영리 단체들에게 현재 필요한 자금이 최소한 1,300만달러는 된다고 보고 있다. 테러 피해를 직접 겪은 단체는 100개 미만이지만 길이 막히고 모금행사가 취소되어 타격 받은 단체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브로드웨이 근처에 자리잡은 전국 AIDS 교육 옹호재단인 ‘마더스 보이시즈’는 10월29일로 예정됐던 기금모금 만찬에서 1년 예산의 10분의1쯤 되는 5만~10만달러가 모금될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레인보우 룸에서 열릴 이 파티는 ‘챈시즈 포 칠드런’과 그 창립자인 사라 퍼거슨 전 영국 왕자비가 주최하는 것으로 여러 자선단체에 40만달러를 모아줄 참이었다.
그러나 9월11일 사태로 전세계 자선단체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챈시스 포 칠드런’부터 어려움을 겪게 됐다. 취소된 만찬도 다시 열릴 것 같지 않다. 새 뉴욕시장 당선자 마이클 블룸버그가 제공한 사무실에서 일하고 있는 멀로 사무총장은 이제는 대중을 상대로 모금을 할 것이 아니라 나눠줄 기금을 가진 재단들에 초점을 맞춰야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해서 ‘마더스 보이시즈’ 같은 몇개 자선단체들에 약속한 금액은 나눠줄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세계무역센터 인근 건물 2층에 자리잡고 있던 ‘헬렌 켈러 월드와이드’는 국제적으로 실명예방 사업을 하는 비영리 단체. 부회장 스티브 도네이토는 첫번째 비행기가 부딪쳤을 때 마치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건물이 흔들려 직원들을 모두 대피시켰지만 종이들과 자동차 파편이 이리 저리 날아다니고 세계무역센터 건물은 검은 화염에 싸여있던 광경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 했다.
6주 후에야 물품들을 정리하러 사무실에 들어가 본 존 팔머 회장은 불길에 녹았을 줄 알았던, 소중한 헬렌 켈러의 청동상이 아수라장 속에서도 연기에 그을고 코에는 하얗게 먼지와 석고를 뒤집어 쓴 채 무사해 감격했다. 헬렌 켈러가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에게 헌정했던, 희귀본인 1905년판 자서전도 물에 젖고 재로 얼룩진 채 남아 있었다.
팔머 회장은 "동상과 책처럼 재단도 살아남을 것"이라고 다짐하지만 시설 파괴 및 기부금 부족으로 인한 손실이 400만달러에 이르러 지난 10월 기부자들에게 비상 모금편지를 보냈지만 때마침 탄저 우편물도 기승을 떨어 사람들이 그 편지를 받아 열어봤는지조차 모르는 실정인 이 단체의 경우는 4중고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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