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에 자선혜택 받을 길 막힌 9.11 피해자 동거인
페기 네프(54)와 쉴라 헤인(51)이 함께 살던 집 정원에 "같이 늙어갑시다. 더 좋은 시절을 맞읍시다"고 쓰인 로버트 브라우닝의 시구가 새겨진 현판을 세울 때만 해도 그들은 여생을 함께 할 것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9월11일, 공중 납치된 비행기가 국방부에 추락하면서 그들의 18년 관계는 끝이 났다. 육군 직원 헤인에게 며칠 전에 배당된 자리가 바로 비행기가 들이받은 지점이었다.
현재 벽난로 위에 얹어 놓은 헤인의 유해를 화장한 재를 그렇게 사랑하던 정원에 뿌리고 싶지만 네프는 아직 그럴 수가 없다. 두 사람이 정성껏 수리한 이 집에 계속 살 수 있을지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국방부의 테러 피해자들 대부분과 마찬가지로 헤인은 이 가구의 주 수입원이자 금전관리자였다. 부동산 라이선스를 공부중인 네프는 직장에서 해직 통고를 받았는데 그냥 다녔더라도 그녀의 임금으로는 모기지를 낼 수 없다.
전 국민이 테러 피해자를 돕기로 나서 10억달러 이상을 기증했지만 네프가 접촉한 수십개의 자선단체중 배우자, 자녀 또는 부모 이외의 관계인 사람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거나 줄 용의가 있는 곳은 별로 없다.
문제는 헤인이 죽은 장소다. 뉴욕의 조지 파타키 주지사는 세계무역센터에서 죽은 이의 장기 동거인도 수혜대상에 포함시킨다고 선언한 바 있으나 버지니아주 관계자들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수혜대상을 배우자, 부모, 조부모, 형제 및 자녀에게 한정시킨 법이 대신 대답을 하고 있다.
동성애자 권익옹호를 위해 로비하는 ‘휴먼 라이츠 캠페인’의 데이빗 스미스 대변인은 "뉴욕은 모든 피해자들을 포용하는데 반해 일부를 제외시키는 버지니아의 처사는 무정하고 불공평하다"면서 "18년에 걸친 이 두 사람의 관계는 법이 인정하지 않아서 그렇지 어디로 봐도 결혼생활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네프와 다른 친구가 수십개의 자선단체에 연락한 결과 적십자사가 긴급 비용으로 쓰라고 7,900달러를 줬고 전국 부동산업자협회가 모기지를 도와 줬으며 연방공무원 단체도 약간의 도움을 약속했다. 그러나 네프는 헤인의 정부 생명보험금을 받지 못했으며 버지니아주 형사피해 보상위원회에서도 지급을 거절당했고 유해도 헤인의 친어머니가 서명한 이후에야 인수할 수 있었다.
어떤 단체에서는 친지들의 수혜범위를 아직 정하지 못했다고 했고 어떤 단체들은 가장 가까운 친척에게 지급한다는 규정을 따라야 한다고 했다. 어떤 곳에서는 "우리는 그런 종류의 관계에 대해 별로 좋게 생각하지 않습니다"고 했다. 이제까지 가장 일관성 있게 협조적이었던 것은 놀랍게도 군대였다.
네프와 헤인은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모든 것을 서로에게 남긴다는 내용의 유서도 작성했으며 생명보험도 들었고 모든 재산은 공유하고 있다. 헤인의 가장 가까운 친척인 어머니 클리오 스턴스는 네프를 딸로 여기고 있으며 헤인의 삶 속에서 네프가 차지했던 위치가 고스란히 인정받도록 노력한다. "그 아이들은 결혼한 것과 똑같았어요"
휴먼라이츠 캠페인은 테러 피해자를 위한 연방보상금 지급 규정이 어떻게 쓰여지나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항공업계 구제기금중 일부가 억울하게 죽었다고 따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합의한 피해자 가족에게 돌아가는데 그 초안이 12월22일께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 규정에 보상금이 가장 가까운 친척에게 지급되면 네프는 집을 지킬 수 없게 되지만 피해자의 에스테이트로 귀속되면 네프는 헤인의 유언에 근거하여 보상금을 받게 된다.
네프와 헤인은 해군 사진사 출신으로 정부 계약으로 운영하던 사진 현상소에서 만났다. 당시 헤인은 결혼한 몸이었지만 두 사람은 곧 동거하기에 이르렀고 헤인은 이혼했다. 양가 가족은 두 사람의 관계에 협조적이라 헤인의 부모는 해마다 크리스마스에 방문했고 네프는 91세로 양로원에 사는 친정아버지가 충격 받을까 봐 헤인이 죽은 것을 아직 알리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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