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장 연속 아프가니스탄 폭격 미군 조종사들
아프간 폭격이 시작된 지 3주가 지났다. 펜타곤의 발표에 따르면 공중전은 안전하고 일상적인 것이라고 하지만 실제로 폭격을 담당하는 조종사들에겐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미국측이 처음 며칠간 보여준 우세한 제공능력과 탈레반과 알 카에다 목표물들을 명중시킨 것에도 불구하고, 조종사들이 당면한 문제들은 많다. 찾기 힘든 목표물들, 오폭을 야기하는 폭탄, 비행기와 조종사의 한계치를 넘어서야 하는 임무, 지상 및 공중의 통제실과 의논해서 목표물 리스트를 변경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 적군의 미사일로 인한 위험, 지상의 미군이나 민간인들을 살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 등등.
항공모함 칼 빈슨호에 승선하고 있는 F/A-18 호네트 비행대의 경우에도 이같은 점들은 유효하다. 출격 전후에 인터뷰한 조종사중 일부는 이름을 밝히지 말고 호출부호로만 표시해 달라고 주문했다. 해군 지휘관들도 정보를 유출하지 않는다는 조건 하에 조종사 브리핑 참석을 허용했다.
’팀 워호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97비행대는 빈슨호의 4개 전투기 편대중 하나다. 이 비행대는 12대의 호네트와 비행사, 포 담당, 기술자 등 225명이 넘는 인원으로 구성돼 있다. 워호크는 F/A-18 ‘알파’ 모델을 사용하는 유일한 비행대이다. 15년 이상된 이 모델은 호네트의 첫 세대로, 해군의 전투 제트기중 가장 오래된 것에 속한다. "우린 빨강머리 의붓자식이랍니다" 워호크의 한 파일럿은 이렇게 농담을 했지만, 실제로는 10월중 1,000 시간 넘는 비행시간을 기록한 이들이야말로 빈슨호를 리드하고 있다.
워호크에는 전쟁을 경험한 장교들이 네 명 있지만, 대부분은 이번이 첫 참전이다. 16명의 워호크 조종사중 10명은 항공모함에 처음 승선하는 경우를 가리키는 소위 ‘너겟’에 속한다.
지난주, 버즈와 비콘은 녹색의 비행복 차림으로 조종사 대기실에 앉아 있었다. 머리 위에선 종이로 만든 호박과 빗자루를 탄 마녀가 흔들거리는 가운데 눈앞의 스크린엔 임무 내용이 비쳐지고 있다. 스트로크라는 콜사인을 가진 조종사가 설명했다. "우린 카불 북쪽의 다섯 지점을 공격해 왔습니다. 거기서 무기를 찾아내고, 확실히 정리가 되면 전진합니다"
스크린엔 북부 아프간 지도가 펼쳐진다. 조종사 용어로 ‘킬박스’라고 부르는 다섯 개의 지점이 빨간 색으로 표시돼 있다. 스트로크는 슬라이드를 바꿔서 브리핑을 계속해 나간다. 무선 주파수, 전술 콜사인들, 연료보급 지점, 격추 당했을 경우의 구조 지점 등등. 조종사들은 구명조끼를 입고, 아프간 땅에 떨어졌을 때를 대비하여 비상지도와 구경 9mm 권총도 챙긴다.
조종사들은 이번 전쟁이 복수전은 아니지만 개인적인 느낌은 있다고 말한다. 보스니아에서도 전투에 참가했던 전투 베테런인 비콘은 "그때와는 경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쌍둥이 빌딩이 무너지고 동료 미국인 6,000여명이 살해되는 것을, 펜타곤이 공격당하는 것을 보고 난 뒤엔 전혀 달라졌습니다"
조종실 내부는 사우나처럼 덥다. 활주로 갑판의 동료들이 버즈의 비행기를 사출장치에 고정시키자 사출대는 시속 150마일로 비행기를 쏘아낸다. 공중에서 두 대의 F-14 톰캣과 합류하자 공격조가 완성되었다. 고도가 올라감에 따라 유니폼을 적시던 땀은 급격히 식고 추위가 엄습한다.
반시간도 채 안되어 비행기는 육지에 도착한다. 파키스탄을 지나 아프간 상공으로 들어가면 이제부터는 모든 비행기가 AWACS의 통제 아래 놓이게 된다. 이 정찰기는 사우디 리야드의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와 교신하면서 제트기들에게 어디로 가서 무엇을 할지를 알려준다.
목표물은 달라지는 수가 많다. 그러면 지도를 연구할 겨를이 없기 때문에 스트레스가 가중된다고 조종사들은 이야기한다. 비콘은 열 번의 출격중 단 한번만 원래의 목표물을 폭격했을 정도이다. 통제실에선 계속 보다 나은 목표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하늘 높이 떠서 목표물을 사냥하는 것은 쉽지 않다. 전날 비콘은 통제실이 새로 지정한 목표물을 폭격하는 것을 거부했다. "목표물 옆에 오두막집이 있었는데,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확신할 수가 없어서 폭탄을 투하할 수가 없었습니다" 잘한 일이라고 그는 말했다. 목표물이 다른 데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벙커 위로 폭탄을 투하하기 위해선 대공포와 미사일의 사정거리 안으로 들어가게 된다. 너무 낮게 날거나 느리면 맞게 되므로 얼른 일을 마치고 벗어나야 한다. 폭격 임무를 완수하고도 가장 어려운 일이 아직 남아 있다. 어두운 밤에 항공모함에 착륙하는 것이다. 조종사들은 추락을 걱정하지는 않는다. 착륙은 모두 점수가 매겨져 대기실에 게시된다. "귀환할 때는 탈진해 있는 상태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또 엄청 긴장되는 일을 해내야 하는 거죠" 버즈의 말이다.
대기실에선 조종사들이 모여 앉아 앞의 출격 결과를 촬영한 비디오를 보고 있다. 창고건물이 날아가는 모습을 보고 환성을 터뜨린다. 대기실 위의 갑판이 흔들린다. 8시간의 비행 끝에 버즈가 무사히 착륙한 것이다. 버즈는 36시간중 15시간을 비행한다. 열 시간 이내에 또 다음 출격 스케줄이 잡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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