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대 트레일, 연내 주파 기록 세운 브라이언 로빈슨
세상이 온통 테러, 전쟁, 공포로 뒤숭숭한 것 같은 요즘이지만 지난 27일, 메인주의 가장 높은 봉우리이자 미국 동부를 관통하는 애팔래치안 트레일의 최북단인 카타딘산 봉우리에서는 하나의 작은 역사가 탄생했다. 컴퓨터 엔지니어인 브라이언 로빈슨(40)이 미국 역사상 가장 길고도 빠른 등산 기록을 세운 것으로 그는 하루에 6,000칼로리를 섭취해 가면서 10개월 동안 총 7,371마일을 걸었다. 미국의 3대 트레일인 애팔래치안, 퍼시픽 크레스트 및 중부의 콘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을 1년 미만에 주파하기는 그가 처음이다.
그동안 그는 매일 두시간마다 한번씩 엄청나게 먹었다. 통닭 한 마리와 치즈케익 전부를 저녁으로 먹기도 하고 점심 먹고 나서 아이스크림 두 쿼트를 정기적으로 쓱싹했으며 ‘스니커스’ 바는 하루에 3개씩 300일 동안 총 900개를 먹었다. 그랬어도 마지막 날 잰 체중은 155파운드로 별명인 ‘나르는 브라이언’의 이미지를 훼손시키지 않았다.
지나해 12월, 실리콘 밸리의 ‘컴팩’사에 사표를 낸 브라이언은 "무슨 일을 하건 이론적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자기 수양이 엄격한 사람"이라고 그의 마지막 여정 5마일을 동반하기 위해 버지니아에서 날아온 형 그레고리는 평가했는데 그래도 카타딘 산 정상에서 "나는 불가능한 일을 해냈다"고 외치며 두 손을 번쩍 쳐든 브라이언의 눈에는 눈물이 맺혔다.
사실 그는 지난 2월부터는 눈물을 흘려보지 못했다. 감정이 메말라서가 아니라 안면 신경마비 때문이었는데 그것도 노력해서 극복했다.
독신으로 아이도 없는 브라이언은 1월1일 이후 줄곧 혼자서 시간을 보냈다. 주된 이유는 하루에 30마일씩 강행군하는 그의 페이스를 따라갈 사람이 없어서였다. 그래도 오며가며 매력도 있고 가능성도 있는 독신 여성들은 많이 만났다. 모두 브라이언의 아버지 로이가 매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그의 등산일기를 읽고 호감을 느낀 여성들이었는데 로맨스에 없어서는 안될 조건인 시간이 전혀 없는 관계로 발전한 것은 없었다.
가끔 목욕도 하고 실컷 먹기도 하고 필요한 물품을 사러만 산에서 내려왔기 때문에 지난 10개월 동안 세상 소식에 깜깜했던 그는 이번 테러사태도 하루가 지난 다음, 콜로라도주 실버손의 웬디스에 들어가서야 알게 됐다. 그 다음 이틀 동안은 걸으면서 오로지 산 속에 숨어 있는 사람들과 벌이는 전쟁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하이킹을 해본 사람들은 나무 아래, 동굴 속에 꽁꽁 숨어있는 자들에게는 이번 전쟁이 통하지 않음을 안다. 오사마 빈 라덴에 대한 전쟁에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싸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을 해봤자 자기에게는 계속 걷는 일 말고는 다른 선택이 없어 계속 움직인 덕분에 그의 기록은 세워졌다. 그 세 개의 트레일은 모두 걸은 사람이 20명 정도 되지만 일년 안에 세 개는커녕 두 개를 주파한 사람도 아직 없다. 해보겠다고 말을 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너무 거리가 멀고 산이 많은 데다 여름은 너무 짧아 힘든 일이었다.
로빈슨은 건강과 좋은 날씨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퍼시픽 크레스트와 콘티넨탈 디바이드 트레일의 강설량은 기록적으로 적었고 카타딘산도 보통 이맘때면 얼음으로 뒤덮여 폐쇄되는 것이 보통이다.
운도 좋았지만 로빈슨은 성공할 만한 준비를 했다. 이글 스카웃 출신으로 문제 해결에 집착하는 성격인 그는 1983년에 북가주의 한 경연대회에서 루빅스 큐브를 27초만에 풀어 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하이킹에 앞서 2년간 일주일에 50마일, 3개월 전부터는 90마일씩 뛰면서 3가지 상표의 등산화 성능시험을 했다. 아울러 모든 초경량 하이킹 장비들을 실제로 써보면서 백팩의 무게를 겨울에는 19파운드, 여름에는 13파운드로 줄였다. 뛰지 않을 때는 컴퓨터로 트레일 근처 95개소에서 픽업할 식량 주머니를 언제 어디로 우송할지나 일일 칼로리 섭취량 등을 계산했다.
그는 나스닥이 폭락하기 4개월 전인 2000년 1월, 자신이 갖고 있던 하이텍 주식을 모두 매각, 평생 백팩만 메고 살 수 있을 만한 돈을 벌었기에 이번 여행을 할 수 있었다. 이번 하이킹에 든 돈은 1만달러가 못되는데 모두 조직적으로 계획한 데다 트레일 사이를 이동할 때도 버스나 친지들의 차를 얻어 타며 교통비를 절약한 덕분이다. 그는 이번 경험을 가지고 책을 쓸 작정이며 다시 컴퓨터 업계로 돌아갈지도 모르지만 벌써 하이킹이 그립다고 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