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A에서 벽화예술 개척한 라틴계 화가 주디스 바카
LA의 선구자적 벽화 화가인 라틴계 여성 주디스 바카는 가로 10피트 세로 30피트 크기의 캔버스에 ‘마음의 승리’라고 부르는 대작을 작업중이다. 이는 ‘세계의 벽 : 공포 없는 미래의 비전’이라는 서사벽화 프로젝트의 일부분이다. 이제 8개의 패널로 늘어난 이 작품은 냉전이 끝날 무렵에 착상된 것으로, 처음 4개를 제작한 그녀가 그것들을 가지고 여행하면서 다른 나라 작가들의 평화에 대한 인식을 담은 패널을 추가해 나갔다.
화가이자 운동가인 바카가 낡은 격납고를 임시 거점으로 삼아 시작한 이 프로젝트의 진행상황은 한편의 대하소설과 같다. 헬싱키 북쪽의 하지제에도 등장했었고, 소련이 붕괴할 무렵 모스크바의 고르키 공원에서 15만명이 관람하기도 했다. 중동에서 온 3인조 벽화가가 하도 말다툼이 심해 피난처로 선택한 몬트레이에선 작품이 강풍으로 쓰러지기도 했다.
1991년 여름, 워싱턴의 스미소니안 연구소에서 전시할 때는 작가가 감옥에 갈 뻔한 일도 있었다. 그녀가 제자들과 도착해 보니 작품들이 카핏처럼 축축한 바닥에 포개진 채 깔려 있었다. 제자들과 함께 작품의 손상을 막기 위해 얼른 그림들을 들어올려 걸기 시작했다. 관리인이 폐장시간이라며 나가달라고 하자 그녀는 거절했다. 제자들이 줄을 지어 그녀와 보안 담당자들의 사이를 가로막자 보안담당자들은 체포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녀는 소리쳤다. "그렇게 하시죠! 그럼 내일 신문 1면에 실리겠군요"
바카는 자신을 가리켜 ‘문화적 투견’라고 표현하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그녀는 또한 문화적으로 대지의 모신이기도 하다. ‘세계의 벽’을 만들어가면서 그녀는 30년 경력을 일관해온 확고한 신념과 정치적인 책략, 예술적 헌신을 보여주었다. 이를 통해 동네 그림이었던 자신의 작품을 세계적인 단계로 상승시켰다.
"벽화는 미국 내 유색인종과 결부된 고정관념 때문에 하급으로 여겨지고 있는 예술형식입니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주 고급스런 장르지요. 우리 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는 공공장소를 장식해 주니까요. 함께 모이는데 필요한 공공장소에서 사람들은 더 나은 시민이 되도록 고취되어야 합니다"
바카의 작품으로 가장 유명한 것은 샌퍼난도 밸리의 하수도관인 ‘터헝가 워시’의 콘크리트 벽에 그려진 "로스앤젤레스의 거대한 벽’이다. 1974년부터 1984년까지의 기간에 다섯 번의 여름에 걸쳐서 제작된 반 마일 길이의 이 작품은 캘리포니아주의 기원부터 1950년대까지의 소수민족사를 그린 것으로, 세계에서 가장 긴 벽화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거대한 벽’은 전문가들과 보통의 주민들, 그리고 수백명의 젊은이들이 힘을 합쳐 제작한 것이다. 젊은이중 상당수는 집행유예나 가석방 상태에 있던 사람들로, 총 대신 붓을 잡게 됐다. 바카는 그것을 공공 예술이 공익에 봉사한 것이라고 말한다. "나는 부자들이나 구입할 만한, 내 가족들은 가지 않을 미술관에 걸릴 의미 없는 그림을 그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나는 정의를 위한 투쟁과 절망에 빠진 아이들에게 쓸모 있는 존재가 되고 싶습니다"
지난 8월 워싱턴에서 열린 제15회 연례 ‘히스패닉 헤리티지 어워드’ 시상식에서 그녀는 교육자상을 수상했다. 이 상은 미국사회에 기여한 라티노들에게 수여되는 것이다. 칼스테이트 노스리지에서 미술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그녀는 UCLA에서 가르치고 있다.
바카의 외조부모인 테오도르와 프란치스카는 1919년 멕시코 혁명을 피해서 콜로라도주 라 훈타에 정착했다. 그곳에서 멕시칸들은 태어나서부터 죽을 때까지 백인들과 분리되어 살았고 당시의 모멸감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바카의 벽화 ‘우리 땅의 기억’은 작년에 덴버 국제공항 메인 터미널에 걸렸다.
그곳보다 나은 삶의 기회를 찾아 2차대전이 끝나갈 무렵 캘리포니아로 이주한 그녀의 어머니는 굿이어 타이어 공장에서 일하면서 해군인 남자를 만나 임신을 했으나 그는 영영 돌아오지 않았다. 엄마와 두 이모와 함께 와츠에서 방 하나짜리 집에서 살던 바카는 동부 LA에서 갱스터인 동료들을 꾸며주는 것으로 미술에 입문했다.
호평과 성공에도 불구하고 바카는 최근 벽화 예술이 위기에 봉착했음을 느끼고 있다. 공공지원금의 감소, 주요 공간의 상업적 이용, 황폐한 지역을 장식하는 것 정도로 벽화의 역할을 축소시키는 것 등이 모두 걱정거리다.
2년전 텍사스주 엘파소에서 열렸던 국제 벽화가 회의에서도 바카는 "민주주의의 건강에 그렇게 중요한데도 자꾸 줄어만가는 공공 공간의 통제권을 둘러싼 투쟁보다 더 심각한 것도 없습니다. ‘우리가 필요로 하지도 않는 물건들을 팔기 위해’ 들어서는 대형 옥외 광고판들이 벽화가 설자리를 빼앗아가고 있다"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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