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속철 건설 원하는 주정부 많고 연방의회도 지원
지난 11일의 테러 사건으로 뉴저지에서 앰트랙 기차를 타고 펜스테이션으로 들어올 때 보이는 맨해튼의 모습이 바뀐 것처럼 여객용 기차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도 변화하고 있다.
워싱턴의 레이건 국립공항이 폐쇄되고 전국적으로 항공 서비스에 차질이 생기자 잠정적으로나마 기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비행기를 타기가 무서워서 기차를 타는 사람도 있긴 하지만 워싱턴-뉴욕간 셔틀의 발이 묶여 있기 때문에 이용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특히 업무차 워싱턴과 뉴욕, 보스턴을 잇는 ‘노스이스트 코리더’를 자주 다니는 사람들은 기차를 때맞춰 내린 하늘의 선물일뿐 아니라 앞으로도 오랫동안 시간을 절약해줄 대안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일주일에 두 번씩 워싱턴 DC와 뉴욕을 왕복하는 엔지니어 에드 모틀락은 이제까지는 기차보다 1시간가량 절약되기 때문에 비행기를 주로 탔지만 지난주부터 기차를 타기 시작했다. 공항의 검색 강화로 셔틀의 장점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테러 사태 발생 5일만에 앰트랙 승객 숫자는 전국적으로 최소한 17%가 증가, 매일 8만여명이 됐다. 앰트랙이 기차표로 바꿔준 비행기표까지 정산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텐데 이미 앰트랙은 워싱턴-뉴욕간 기차 및 항공 여행객의 41%를 운송하고 있으며 중간에 있는 필라델피아 같은 도시까지 합할 경우 그 수치는 70%로 올라간다.
캘리포니아의 경우 기차를 타는 사람들이 하도 많아져 주정부가 앰트랙 및 2개의 화물 철도회사와 제휴, 주 전체에 더 빠르고 더 자주 운행하는 철도노선을 깔기 위해 20년간 100억달러 규모의 철로 확충안을 후원하고 있다.
다른 주들도 ‘고속철도’ 건설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거나 그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데 고속철도라 해도 시속 186마일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TGV 수준에는 크게 뒤지지만 시속 90마일 정도로만 달리더라도 자주, 정시에 운행하면 사람들이 탈 것임은 이미 캘리포니아에서 증명된 바 있다. 고속도로 체증으로 고통받고 있는 전국의 주정부들은 하나같이 철도에서 해결책을 찾으려 연구중인데 이번 테러 사건까지 겹쳐 철도는 앞으로 미국인들의 삶에서 더욱 커다란 비중을 차지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이처럼 철도의 인기가 높아가고 있는데 앰트랙은 자꾸 파산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노스이스트 코리더’ 같은 곳에서 그렇게 필요로 하고 있으나 앤트랙은 뉴욕의 펜실베니아 역을 저당잡힌 돈 3억달러로 새 연방지원금을 받는 오는 10월 1일까지의 운영비를 마련했을 지경이다.
앰트랙은 지난 30년간 겨우 겨우 살림을 꾸려왔다. 30년간 해마다 연간 270억달러의 연방 지원금을 받았으나 그것으로는 열차만 가까스로 운행했지 현대화 작업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동안 연방의회나 다양한 행정기관들도 전혀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해주다 몇 달전 조지 워링턴 앰트랙 사장과 노먼 미네타 교통부 장관이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가 풀려나가기 시작, 마이클 잭슨 차관보가 앰트랙을 포함한 여객 열차 개발계획을 책임지고 있다.
사실 연방의회는 그 전부터 주정부마다 원하는 고속철도 건설비 지원을 놓고 고민하고 있다가 상원 의원 대다수가 이미 앰트랙에 120억달러의 고속철도 건설 채권 발행을 허가하는 법안에 대한 지지를 표시했으며 하원 교통 및 하부구조 위원회도 주정부에 360억달러의 채권 발행 및 350억달러의 저리융자를 허가하는 안을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테러사태로 지연됐다.
한편 앰트랙은 맨해튼에서 몇마일 남쪽으로 떨어진 지점에 뉴악국제공항행 기차역을 새로 지어 10월 1일 개통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2주가량 연기하게 됐다. 이 역에는 워싱턴, 보스턴, 해리스버그등에서 오는 기차가 매시간 도착, 뉴악 공항으로 가는 승객들을 실어나르게 된다. 뉴악에서 출발하는 컨티넨털항공사는 뉴욕 펜스테이션에 매표소를 설치하고 앰트랙 연결표까지 팔아 점차 뉴악에서 인근 도시들로 가는 셔틀편을 없앨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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