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테러 사태로 기로에 선 승무원들, 업계불황에 작업장 안전 문제까지
뉴욕의 비행기 납치 테러 사태로 가뜩이나 심란한 요즘, 미국의 비행기 승무원 10만명은 두 가지 중대한 고민으로 시달리고 있다. 바로 ‘작업장 안전’과 ‘직업 안전’의 문제로 두가지가 모두 전대 미문의 규모로, 그것도 동시에 일어나고 있으니 더욱 문제다.
미국의 항공업계는 9월 11일 사태 이전에도 이미 어려웠지만 현재는 다수가 파산 일보 직전인 상태다. 두어개 예외도 있지만 크고 작은 항공사들이 20% 이상 서비스를 감축했고 8만여명이 레이오프 또는 조업 단축을 당했는데 그 숫자는 늘어만 가고 있다.
업계 전체에 걸친 감축만 해도 기가 막힌 일인데 그 일을 겪을 사람들은 현재 테러 사태를 겪고 제 정신이 아닌 상태라 수백, 수천명의 승무원들이 자신의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할 시간을 갖고 있다.
어메리칸 에어라인 승무원으로 12년간 일한, 세 살바기의 어머니 엘리노어 벨은 “새로운 직업을 찾겠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전보다 재미는 없더라도 좀더 안정되고 규칙적인 일을 하겠다”고 말한다.
그러나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겠다는 이들도 있다. 장기적으로 살펴볼 때 이번의 끔찍한 일로 승무원의 업무내용이 바뀌기는 해도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나는 월남전 때 마지막 탈출도 도왔고 1970년대에는 공중납치도 겪었어요. 걸프전때는 자원해서 사우디 아라비아 노선을 탔어요. 그때마다 항공업계는 변화를 겪었어요. 이번에도 또 다른 변화가 올 것이고 그에 적응해야 하겠죠”라고 말하는 다티 말린스키는 노스웨스트 항공사에서 35년을 일한 베테란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승무원들은 아직 태도를 정하지 못한 채다. 하와이는 가겠지만 보스턴은 못 가겠다는 사람도 있고 병가, 무급휴가를 신청해서 감정을 정리할 시간을 갖는 사람도 있다. 그러면서 오로지 동료 승무원들만이 줄 수 있는 이해와 후원을 갈구한다. 유나이티드의 20년 경력자로 여전히 동부지역 노선을 타는 다이앤 컬른-럭은 “탑승 승무원 명단을 보면서 친구 이름이 나오면 ‘이 사람이 할 수 있으면 나라고 못하겠나’ 라고 생각하죠”라고 말한다.
6개월 전만해도 승무원이 모자라 쩔쩔 매던 항공사들은 아직까지는 스케줄을 바꿔 줘 가면서 승무원들의 불안한 마음을 수용하고 있다. 취항을 20~25% 줄였고 여객도 반으로 줄었으니 아직은 괜찮지만 곧 경비절감이 시작될테니 승무원들도 빨리 결정을 내려야 한다.
무료 항공 여행 혜택과 융통성 있는 근무시간 같은 이점은 널리 알려졌지만 승무원들은 접객업의 압박감 및 만원과 지연으로 인한 손님들의 분노로 인한 건강 문제에 시달리는데다 보수도 많지 않다. 초봉이 2만달러가 못되고 많아야 4만달러 정도라 9월 11일 사태로 이 직업에 정을 뗀 이들도 많다.
가족들의 압력 또한 승무원 일을 계속해야할지 말지를 결정할 때 고려해야할 사항으로 이래 저래 갓 취업한 이나, 정년이 가까운 이들이 가장 많이 그만둘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아울러 자녀가 어리거나, 부업이 있거나, 배우자가 생계를 해결해줄 수 있는 사람들도 전업의 유혹이 클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주요 요소가 사태 이후의 체험이다. 유나이티드에서 29년동안 대륙횡단 노선을 탄 조이스 벅스-피츠휴는 범인들이 승무원들의 손을 묶고 조종사를 조종실에서 나오게 하느라 제일 먼저 칼로 찔렀다는 미확인 소식에 너무 무서워 여러 가지 신체증상을 겪었다. 유나이티드의 직원보조 프로그램에 전화해 카운슬링을 신청, 조금 나아졌지만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노스웨스트 항공사에서 6개월 일한 신참 헤더 베어는 사고일 뉴욕으로 비행할 예정이었으나 이후 3일동안 디트로이트의 호텔에서 다른 동료 75명과 함께 TV를 보며 소일해야했다. 아주 어려운 시간이었지만 그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면서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행복을 테러리스트 때문에 빼앗기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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