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거래의 위험성 때문에 폐쇄됐던 중·고등학교 교내의 라커가 20여년만에 부활하고 있다.
오렌지카운티의 일부 교육구는 중학교 라커의 재설치안을 추진중이며 패사디나 통합교육구에서도 빗발치는 학부모와 학생들의 불평에 따라 1970년대 이후 폐쇄되어 온 라커들을 최근 재개봉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책과 체육복과 사랑의 낙서로 가득 찼던 고교 라커에 대한 낭만과 전형적 이미지는 1970년대 후반부터 마약과 칼과 갱들의 낙서로 뒤덮이기 시작하면서 위험 시설물로 낙인찍혀 많은 학교들이 폐쇄시켰다. 이에 따라 학생들은 무거운 책과 학용품을 모두 등에 짊어지고 다녀야 했는데 최근 백팩의 문제점을 불평하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라커 재사용이 대안으로 거론되기 시작한 것이다. 백팩은 과중한 무게로 학생들의 인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 뿐 아니라 총기 운반 및 소지를 도모하는 도구로까지 이용되자 최근 몇몇 학교에서는 속이 훤히 비치는 백팩을 들고 다니도록 방침을 내리는 등 심각성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학부모들의 로비와 투자로 교내 라커가 다시 등장하는 추세를 보이는 곳은 캘리포니아, 애리조나, 텍사스 및 루이지애나 등 과거 라커의 사용근절을 적극 추진했던 주들이다. 최대 라커 제작업체인 펜코사에 따르면 요즘은 학교 중앙 사무실에서 카메라를 통해 마약 흉기소지 여부를 감시·통제할 수 있어 의심이 나면 언제든지 전체 또는 개인의 라커를 열고 잠글 수 있는 ‘전자라커’나 아예 들여다 볼 수 있는 투명한 라커를 설치하기도 한다.
애나하임 고교 연합평의회장 캐시 스미스는 "과거에 일어난 일부 사건으로 말미암아 전체 학생들이 불편을 겪게끔 하는 것은 불공평한 처사며 오히려 학교에서 라커를 없애자 결과적으로 마약문제가 불거졌다"고 주장하며 학교의 라커 재설치안을 제시하고 있다. 또 패사디나 교육구도 "라커를 없애면 마약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했던 20년 전의 예측이 틀렸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게 됐다"며 "라커를 없앨 것이 아니라 마약·흉기 소지에 대한 보다 강경한 대응책 마련을 했어야 했다"며 라커의 부활을 찬성하고 있다.
그러나 라커 한 개당 설치비용이 140달러 정도로 학생수가 수천명에 이르는 학교는 설치비만 수십만달러에 관리 유지비까지 계산하면 비용이 만만치 않다. 패사디나 교육구는 라커 재설치 비용으로 학교 공채(school bond)를 사용할 계획이다.
누구보다 라커를 반기는 사람은 학부모와 학생들이다. 풀러튼의 유니언 고교와 서니힐스 고교 학부모회는 올해 라커 설치를 위해 2만달러를 모금했다. 오는 10월에 설치가 끝나면 학생들에게 연간 사용료 30달러씩을 받고 렌트할 계획이다.
한편 라커를 재설치할 의향이 전혀 없는 학교들도 있다. LA 통합교육구의 경우 마샬 고교 등은 라커를 사용하지만 다른 학교는 그렇지 않다. 소속학교가 8개뿐인 바셋 통합교육구의 경우 라커 재설치 비용과 문제 발생의 잠재성을 고려해 아예 교과서를 두권씩 배부, 집과 학교에 각각 한권씩 두고 사용토록 함으로써 무거운 백팩과 라커사용 반대에 대한 논쟁을 해결하고 있다.
이 방법 역시 소속 학교가 많은 교육구에서는 비용면에서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교육구 관계자들은 백팩으로 인한 척추상해에 대해 책임추궁을 해대는 학부모들의 극성이 라커의 부활을 펌프질해 왔다고 설명한다. 학부모들의 제소가 두려워 라커를 설치했다는 무수한 학교 관계자들의 증언이 이 같은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
의학 전문가들은 백팩의 무게가 체중의 15%를 넘기지 말 것과 바퀴가 달린 백팩 사용을 권장하는 등 지속적인 대책 강구에 힘쓰고 있지만 연방 소비자안전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무거운 백팩 때문에 부상을 입어 응급실을 찾은 17세 이하 어린이들이 지난해에만 6,500여명에 이르며 최근 5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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