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한까지 치닫는 ‘울트라스포츠’ 증가, 마라톤, 삼종경기등이 ‘극기문화’ 형성
일요일 아침 10시15분, 53세의 도서관 사서 밥 앤더슨은 창백한 몸에 검은 네오프린 웻수트를 입고 목과 어깨에 크리스코 오일을 바르고 수영모자 위로 고글을 썼다.
어제밤에 중병을 앓고 있는 동생을 찾아 보고 와 푹 자고 새벽 5시에 일어나 개도 산책시키고 영양음료를 마시고 체조도 한 그는 매릴랜드주 애나폴리스 근처 해변에서 바로 2~3년전만 해도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던 일인, 체사픽 베이를 헤엄쳐 건널 생각에 조금 떨리기까지 한다.
10시30분, 신호와 함께 앤더슨은 수백명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물속으로 뛰어 들었다. 제10회 연례 그레이트 체사픽베이 수영대회에서 물길 5마일을 헤엄쳐 건너려는 이들은 바로 최근 미국에서 급증하고 있는 ‘울트라스포츠’ 참가자들이다.
이날만 해도 조지아주 알파레타에서는 수천명이 참석한 가운데 장거리 달리기, 자전거타기 대회가 열렸고 오하이오주 루든빌에서는 자전거와 카누, 달리기 대회, 오하이오주 실베니아에서도 수영과 자전거, 달리기의 3종경기가 열렸다. 1970년대와 80년대에 유행했던 소박하게 달리고 수영하는 일이 극단으로 치달아 요즘은 규모도 커지고 돈도 많이 들고 또 벌리는 ‘극기문화’가 형성된 된 것이다.
마라톤만 해도 너무 규모가 커져서 거의 관리불가능의 지경에 이르렀다. 5년 전 보스턴 마라톤 100주년 기념 대회에는 3만6000명이 참가했으며 작년 시카고 마라톤은 2만9000명, 작년 워싱턴에서 열린 해병대 마라톤에도 1만8000명이 출전했다. 이날 수영대회 참가자도 600명이나 돼 두차례에 걸쳐 출발했을 정도다.
매우 힘들고 장거리라 한때는 조금 미친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여겨졌던 삼종경기는 요즘 전국적으로 연간 500차례 이상 열리는 경기에 50만명 정도가 참가한다. 거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요즘은 2중, 3중 삼종경기는 물론 ‘에코 챌린지’처럼 지구를 누비면서 하이킹, 바이킹, 래프팅에, 작년에 보르네오에서는 독충까지 견뎠던 단체 탐험 종목도 생겼다.
이런 행사를 조직하는 사람들과 스포츠 심리학자들은 일이 이렇게 된 이유로 경기가 좋은 것부터 동료애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를 든다. 오하이오주 옥스퍼드의 마이애미대학 교수 제이 키미에식은 “나는 사람들이 도전할 일을 찾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모습을 보십시오”라고 말한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기록된 극기체험은 기원전 490년 파이디피데스가 페르샤를 전쟁에서 물리친 기쁜 소식을 전하느라 마라톤에서 아테네까지 25마일을 단숨에 달려온 일이었을 것이다. 그는 임무를 마치고는 곧장 쓰러져 죽었다.
이후로도 사람들의 이목을 끈 사람들은 계속 나와 1875년에 영국해협을 맨 처음 수영해서 건넌 매튜 웹은 나중에 나이애가라 폭포 바로 밑의 물살이 소용돌이치는 나이애가라강을 수영해 건너려다 급류에 휩싸여 죽었다. 그렇게 보통 개인사에 그치던 일이 1960년대 후반들어 맨 처음엔 달리기, 다음으로 자전거타기가 대중적으로 유행하면서 캘리포니아와 하와이에서 그 3종목의 스포츠를 합해서 하는 스포츠광들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극한을 치닫는데 대가가 없을 수 없다. 운동생리학자들은 탈수, 급성 염분 결핍, 근육섬유의 미세한 파괴, 저장 클리코겐의 고갈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또 뇌의 산소공급이 적어지면서 환각, 망상, 신체 통제력 상실이 일어날 수 있고 그냥 기절해버리는 사람도 있다.
3년전만 해도 수영을 하지 못했던 앤더슨은 5년전부터 아픈 동생을 보며 자기도 체중을 조절해야겠다고 결심, 트레드밀에서 트랙 달리기, 자전거타기를 거쳐 3종경기에 대해 알게 되면서 수영을 배우게 됐다. 바로 지난 달, 지난 주에도 3종경기에 나가 끝마쳤던 그는 이날 수영대회에서는 반쯤 가다가 바지선을 매놓은 와이어 케이블에 발을 베는 바람에 시간제한에 걸려 탈락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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