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간특집-한인타운 24시
▶ LA 코리아타운의 하루
한인타운은 ‘특수구역’이다. 타운만큼 24시간 경제활동이 쉬임없이 맞물려 돌아가는 지역은 많지 않다. 타운에는 남가주와 서울, 미주류사회의 경제와 문화가 쉬지않고 살아 숨쉰다. 타 커뮤니티에서 찾기 힘든 E-게임방에서 단전호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비즈니스가 생활 깊숙히 자리잡고 있다. 타운경제 24시를 추적한다.
새벽 4~6시새벽은 LA다운타운에서 열린다. 밀집한 도매상들은 새벽 4시면 벌써 한낮이다.
다운타운 ‘오션 프레시 시푸드’- . 히스패닉 직원들이 LAX에서 픽업해 온 생선을 저울에 올려놓고 "세이스 파우드, 시에테 파우드(6 파운드, 7파운드)”를 외치고, 구내 방송은 "사장님, 라인 원"을 연속 알린다.
직원들에게 작업지시를 하던 토니 김 사장은 일손을 멈춘 채 사무실로 달려가 오더를 받고-. 이같은 일이 거의 10분 간격으로 반복되면서 차가운 새벽 공기를 느끼지 못할 정도로 얼굴이 상기된다.
매장에는 공항에서 갓 픽업해온 광어, 참치, 새우, 도미, 방어등 싱싱한 생선이 얼음에 채워지고 ‘독도’, ‘오사카’, ‘일억도’, ‘쇼군’등 타운 일식당과 LA의 식품점에 공급할 생선이 준비되어 배달을 기다리고 있다. 대한항공 편으로 들어온 멍게, 해삼, 아나고, 산낙지, 꼼장어도 놓여 있다.
이 시간 다운타운 샌피드로와 9가의 야채 도매업소 ‘IBC 프로듀스’의 인관식 사장은 히스패닉 노동자들에게 "10팰릿(pallet) 맹고, 8팰릿 백도, 빨리빨리"를 외치면서 식당과 마켓에 나갈 야채와 과일을 분류해 주고 있다. 종업원들은 지게차를 이용해 부지런히 과일과 야채를 트럭에 실었다.
인 사장 주위에는 새벽장에 나온 타운 대형 마켓 야채담당 매니저들과 식당 주인들이 한 두 사람씩 찾아와 배추, 신고배, 망고등의 가격을 흥정했다. 야채 도매시장은 5-7시까지 눈코뜰새 없이 바빠 새벽일로 시장하지만 아침식사는 이 시간이 지난 후에야 주문한다.
다운타운 7가와 월에 있는 남가주 최대의 꽃 도매시장도 아름답고 싱싱한 꽃을 사기 위해 몰려온 소매상들로 새벽부터 북적댄다. ‘올림픽 타운 꽃집’의 김혜옥씨는 "새벽에 꽃시장을 자주 나와야 싱싱하고 좋은 꽃을 고를 수 있다"고 한다.
다운타운의 생선, 야채, 꽃 도매상들이 거의 파장할 무렵인 아침 8시에는 한인의류도매업소와 주위의 커피샵, 도넛샵, 식당들이 문을 열기 시작하고 새벽 경비를 하던 경비원들은 낮 근무조와 교대를 시작한다.
아침 6시어둠이 채 걷히기 전 타운 한쪽에서는 구슬땀을 흘리며 새벽을 여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센추리 스포츠클럽 회원들. 운동이 ‘최상의 보약’임을 믿고 매일 오전 6시면 새벽물살을 가르는 수영팀, 에어로빅·재즈·웨이트리프팅과 각종 기구운동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새벽회원들은 활기차다.
매니저 수 림씨는 "새벽운동을 즐기는 회원들은 주로 30-40대 남녀 직장인으로 자영업자, 변호사, 의사 등 다양하다. 들어올 땐 잠이 덜 깬 얼굴에 슬리퍼와 운동복 차림이지만 나갈 땐 모두 프로페셔널한 신사·숙녀로 변신한다"고 전한다. 매일 새벽 5시45분쯤이면 먼저 클럽에 도착해 기다리는 10여명의 회원들 때문에 클럽측은 쫒기듯 문을 열게 되며 아침 6-8시 새벽운동에 참여하는 회원은 하루 100-200여명에 이른다.
한인타운 증권 브로커들도 시작시간이 빠른다. 뉴욕증권거래소가 서부시간으로 아침 6시30분 개장하기 때문에 늦어도 6시까지는 사무실에 도착해 일을 준비한다. 증시 오프닝 벨이 울리자마자 컴퓨터 스크린으로 주가를 체크하면서 고객들로부터 걸려오는 전화 상담을 받기에 여념이 없다. 전화라인이 부족하면 셀폰까지 동원된다.
대한증권 김용수 사장은 "증시가 좋을 때는 한인들의 전화 오더가 아침에 밀려 정신을 못차릴 지경이지만 장이 좋지 않은 요즈음에는 별 바쁘지 않다" 며 "그렇지만 아침 시간은 항상 긴장된다"고 말한다.
아침 7시한인타운 웨스턴과 9가의 ‘만미당’은 아침 손님으로 바쁘다. 새벽 4시께 이미 2,300여개의 빵을 만들어 오븐에 넣어 뒀다.
첫 ‘작품’이 나오는 오전 7시. 진열대에 빵을 올리기도 전 문을 열기가 무섭게 방금 구워낸 따끈한 빵을 기다리던 직장인들로 가게안이 북적댄다. 하루 만미당을 찾는 손님은 400여명. 일일매출의 30%가 오전 피크타임인 출근시간(7시-9시)에 이루어진다. 대부분 한인 직장인들이나 비한인 손님도 꽤 된다. 새빵이 나오는 시간은 오전 7시와 오후1시 두 번. 제빵시간은 약 3시간 걸린다.
7년째 이 자리를 지켜온 스티브 이 사장은 "반죽에 물을 한 방울도 섞지 않고 매일 새벽 구입해온 신선한 우유를 사용해 하루 2회 즉석에서 구워내는 빵이라 훨씬 부드럽고 풍부한 맛을 낸다"고 자랑이다.
오전 8-9시주부들이 한숨 돌리는 오전 8시30분. 남편 출근준비 뒷바라지를 마치고 자녀들을 학교에 바래다 준 후 귀가길에 세탁소를 들러 그동안 모아둔 빨래감을 맡기면서부터 주부의 분주함은 그대로 세탁소에 옮겨져 오전 6시부터 예열하던 각종 세탁기계에 가속이 붙기 시작한다.
타운 웨스턴과 5가의 ‘임페리얼클리너’ 앨런 김 매니저에 따르면 오전 8시부터 손님이 몰리기 시작해 10시쯤이 되면 일손도 기계도 분주함의 절정에 이른다. 하루 ‘임페리얼-’을 찾는 손님은 약 200여명, 이중 오전에 30%가 몰린다.
김씨는 "주부들에게는 자녀들 등교시간 직후, 직장인들에게는 출근시간이 되는 오전 8-9시가 아침 피크타임이고 맡긴 세탁물을 퇴근시 찾아가는 직장인들이 많아 오후 4-6시에 또 한차례 분주한 시간을 맞게 된다"고 한다.
오전 9시
“콩쥐야, 앉아!", "쌔미, 좀 조용히 해!"
8가길의 강아지 데이케어센터 ‘비키즈 독 그루밍’ 주인 비키 김씨의 하루는 오전 9시 문을 박차고 들어와 서로 짖어대는 데이케어 ‘탁아’들과의 반갑고도 소란스런 인사로 시작된다.
직장에 나가 하루종일 집을 비워야 하는 사람들의 애견을 주인 대신 돌봐주는 강아지 데이케어 일정은 아침 출근길에 애견을 맡기고 저녁 퇴근시 찾아가는 것이 보통이며 경우에 따라 몇일씩 맡기는 때도 있다.
현재 정기적으로 오는 ‘탁아’는 시쭈와 멀티즈 등 소형견 6마리. 혼잡을 피하기 위해 일정원 이상은 받지 않는다. "저마다 성격과 습관도 다르고 영양상태도 다양해 노는 것 감독하랴, 영양에 따라 밥챙겨 먹이랴 하루가 금방 저문다"고 김씨는 전했다. ‘비키즈-’는 데이케어 뿐 아니라 그루밍(강아지 미용)도 겸하고 있어 하루 10마리 정도의 애견들이 추가로 드나든다. ‘비키즈-’는 지난 99년 하바드와 8가에 자리잡았고, 현재 등록회원은 1,000여마리에 달한다.
오전 10-오후2시점심시간이 가까운 윌셔-. 오전내 정신없이 돌아가던 윌셔가의 오피스빌딩들이 별안간 썰렁해진다. 삼삼오오 짝지어 점심식사를 나간 탓이다.
오전 11시30분-오후 2시30분 3시간여 동안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1,000여명이 오간다는 코리아타운플라자 푸드코트엔 번호표를 받아놓고 시킨 음식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이곳엔 순두부, 중국음식, 냉면, 김밥, 월남국수집 등 현재 11개 업소가 들어서 있으며 업소마다, 또 그날의 날씨에 따라 러시아워와 고객수도 약간씩 차이가 난다.
주로 점심 때부터 손님들이 오기 시작, 하루 평균 200인분의 주문을 받는다는 ‘감자바위’ 김영돈씨에 따르면 하루 영업이 끝나는 저녁 9시무렵 부터 야채를 다듬는 등 내일을 위한 준비를 하지만 반찬만들기 등은 어차피 당일에 해야 하므로 오전부터 재료를 쓰기 좋게 나열해 놓는 등 ‘준비를 위한 준비’에만 매일 아침 2시간 정도 소요한다.
그는 "11시30분부터 하나 둘씩 몰려드는 주문을 받기 위해 몇 평 되지 않는 부엌에선 7명의 헬퍼들이 아침 9시부터 팔을 걷어 부치고 한바탕 전쟁을 치른다"고 전했다.
점심시간 마다 올림픽세차장이 미어지는 이유-. 점심시간을 쪼개 세차를 맡기고 기다리는 동안에 미리 픽업한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해결하는 ‘시간을 황금같이 여기는’ 알뜰한 직장인들 때문이다.
마이클 석 매니저는 하루 300-400대 들어오는 세차건 중 점심피크타임인 오전 11시-오후 2시 사이에 밀려드는 차대수가 80-90대로 전체의 25% 정도 차지한다며 "이 시간엔 32명의 전직원이 매달려 쉴 새없이 차를 닦아야 청결도와 시간소요면에서 고객에게 만족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레이디즈 데이’인 매주 수요일과 ‘시니어즈 데이’인 매주 목요일은 특별할인이 있어 피크타임 뿐 아니라 하루종일 정신없이 붐빈다.
마침 수요일 오후 1시에 세차하러 온 직장인 제니퍼 김씨(34)는 "주말에도 세차를 위해 일부러 시간내기란 쉽지 않기 때문에 2주에 한번 정도 햄버거로 점심을 간단히 해결하면서 세차를 맡긴다. 특히 할인요금이 적용되는 수요일에 오도록 노력하는 편인데 차량이 많아 붐빌 것 같아도 30-40분 정도만 기다리면 2주를 깨끗한 기분으로 출퇴근할 수 있으므로 가치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오후 2-5시: 에벤에셀 스킨케어(3350 Wilshire Bl. 대표 샤론 여)
바쁘게 돌아가던 타운이 한숨을 돌리는 오후 2-3시. 타운 동쪽 윌셔가엔 때아닌 활기로 가득 채워진다. 이때부터 저녁 6시까지는 윌셔와 카탈리나의 ‘에벤에셀 스킨&바디케어’에 여성들이 집중적으로 몰려드는 시간대이기 때문이다.
샤론 여 사장에 따르면 하루 고객의 70%가 이 시간대에 몰리며 특히 분주한 날엔 최대 25명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얼굴마사지룸과 퍼머넌트 메이컵실이 쉴 새없이 채워진다. 오후 피크타임에 몰리는 고객은 주로 자녀가 없는 젊은 전업주부들로 상담으로부터 얼굴 마사지, 주름제거, 영구화장 및 바디케어에 이르기까지 원하는 서비스도 각양각색이다. 여사장은 "많은 사람이 드나들지만 대부분 예약손님이므로 혼잡을 빚거나 기다리는 불편은 없다"고 한다.
오후 5-6시주부들이 저녁 찬거리를 사러 마켓으로 향하는 오후 5시. 타운 한인마켓들은 하루중 가장 바쁜시간을 맞는다. 이 시간이면 생선부, 정육부, 반찬부 할 것 없이 순식간에 말 그대로 ‘시장통’이 되기 마련이지만 가장 분주한 곳은 계산대. 8-10개 정도인 계산대가 마켓마다 풀가동되지만 여전히 4-5명씩 줄을 서게 마련이다.
LA한국마켓의 프론트 매니저 이씨에 따르면 매일 이 시간이 되면 매니저와 각부서 책임자 등 10여명이 각자 맡은 부서의 상품이 충분한지, 제대로 놓여 있는지를 점검하는 일에서부터 고객들의 요구사항을 접수하는 일에 이르기까지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시간이다.
"장을 보러 오는 주부뿐만아니라 퇴근길 비디오점이나 빵집에 들르려 밀려드는 고객들도 상당수 있어 하루중 가장 활기찬 시간을 맞는다"고 전했다.
저녁 6-9시저녁 시간대가 되면 대부분의 직장인이나 사업체가 일을 마치는 시간인 만큼 나름대로의 취미 생활을 즐기는 한인들이 늘어난다.
가장 사람들이 몰리는 곳중 하나는 골프 레인지로 올림픽 골프 레인지와 센추리 스포츠 클럽, 라마 골프, 웨스턴 골프등 레인지 시설을 갖춘 곳에는 연습을 하거나 레슨을 받는 골퍼들로 발디딜 틈이 없다.
올림픽 골프 레인지는 오후 6∼8시면 1층과 2층 연습타석이 모두 꽉 찬다. 한 직원은 "많을 때는 30여명이 동시에 골프 연습을 하며 뒤에 기다리는 고객도 있다"며 "코치들도 7명 씩이나 나와 레슨에 열중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들어서는 30∼40대의 주로 젊은 연령층의 골퍼들이 연습장을 찾고 있고 오전에 주부들이 몰리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이 시간이면 대부분 남성들다.
단전호흡과 기훈련등을 가르치는 단센터를 찾는 한인도 부쩍 늘고 있다. 올림픽가 단학선원에는 이 시간이면 매일 저녁 50여명의 한인들이 찾아와 흰 도복을 입고 수련을 한다.
이인환 지원장은 "직장이 끝나고 곧바로 이곳으로 향하는 수련생들로 저녁 시간이 가장 분주하다"며 "주로 30∼50대 한인들로 남녀가 반반씩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이 센터에서는 스트레칭과 기훈련, 단전호흡, 뇌호흡등을 통해 피로를 풀고 집중력등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어 수련생이 꾸준히 늘고 있으며 백인을 위주로 한 비한인도 3분의 1가량 된다고 한다.
취미생활을 즐기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취업전선에 뛰어들기 위해 직업교육을 받는 한인들에게도 이 시간대는 가장 바쁜 시간이다. 컴퓨터를 비롯해 다양한 직업교육을 실시하는 타운내 학원이나 학교에는 일을 마치고 저녁 클래스를 택하는 수강생들로 여념이 없다.
윌셔 블러버드 칼텍교육칼리지는 매일 저녁 40∼70여명에 이르는 수강생들이 저마다 새로운 직장을 얻기 위해 직업교육을 받고 있다. 카니 김 학장은 "주로 현재 일을 하고 있으면서 직업을 바꾸기 위해 학교를 찾는 직장인들이 대부분"이라며 "특히 3D애니메이션과 웹디자인, 네트워킹 클래스등에 사람이 몰린다"고 말했다. 김 학장에 따르면 이곳을 찾는 직장인들은 주로 20∼30대 젊은층, 여성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밤 9∼12시밤이 깊어 갈수록 카페와 나이트클럽등 술을 판매하는 유흥업소에는 저녁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해 타운 밤 경제의 절정을 이룬다. 하지만 이 시간대에 분주한 곳은 유흥업소 뿐만 아니다. 항공사들이 입주해 있는 LA국제공항(LAX)은 한국으로 가는 밤 비행기를 타기 위해 수 백여명의 여행객들로 붐비고 이를 맞이하는 항공사 직원들의 바쁜 일손으로 여념이 없다.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012편(새벽 12시 30분 출발), 아시아나항공 203편(새벽 12시 20분 출발)의 경우 하루 중 어느 비행기보다도 탑승객이 많다. 밤 비행기에 승객이 몰리는 이유는 LA에서 하루일과를 다 마치고 탑승한 뒤 한국에 도착하면 아침이 돼 짧은 시간내 많은 업무를 볼 수 있다는 시간상의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인천에서 동남아나 일본으로 향하는 비행기를 갈아타는 경우에도 비행 스케줄이 바로 연결돼 동남아 고객도 몰리고 있다. 대한항공 공항지점의 최광순 과장은 "밤 비행기 체크인을 위해 12개 카운터를 모두 오픈하고 16∼17명의 담당 직원들이 나와 근무하고 있다"며 "카운터는 밤 9시부터 문을 여는데 10시에서 11시30분정도까지가 가장 바쁘다"고 말했다. 최 과장에 따르면 밤 비행기 탑승 인원은 평균 370여명으로 거의 만석이고 낮 비행기보다 100명 정도가 많다.
병원 응급실도 늦은 밤까지 바쁘게 돌아가는 곳 중 하나이다. 밤 12시까지 오픈하는 응급실을 갖춘 올림픽가의 하나병원은 대부분의 한인 병원이 6시면 문을 닫는 관계로 타운내는 물론 세리토스와 밸리등 타지역에서도 한인환자들이 찾아온다.
이 병원의 이광혁 내과 전문의는 "평균적으로 밤시간에는 하루에 7∼8명의 환자가 응급치료를 받기 위해 찾아오는데 많을 때는 15명씩 찾아오기도 한다"며 "대부분은 외상환자로 급한 응급치료로 처리하고 큰 수술이나 입원이 필요한 경우 굿사마리탄등 인근 큰 병원으로 보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밤시간이라 해도 환자를 받기 위해서는 의사는 물론 간호사와 행정담당등 기본 스탭진이 갖춰져야 한다. 외상환자중에서 가장 흔한 케이스는 손가락을 다쳐 오는 경우인데 식당 종업원들이 손가락이 잘리거나 다운타운 봉제공장등에서 기계에 다친 환자들이다. 이 전문의에 따르면 멀리서도 환자들이 이곳을 찾는 이유는 언어문제에다 의사의 치료를 신속히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정시∼새벽 3시식당이라고 하면 주로 점심과 저녁 식사시간에 가장 붐비기 마련인데 유독 일부 식당들은 새벽 1∼2시면 더욱 바빠지는 곳이 있다. 바로 24시간 영업하는 타운내 음식점들로 유흥업소가 영업을 마치는 1시30분을 전후해 몰려드는 ‘밤참 손님’들 때문이다.
올림픽과 버몬트의 낙원분식과 호돌이 분식점 앞에는 새벽 2시가 되면 업소 밖으로까지 줄을 설 정도다. 낙원분식 종업원에 따르면 이 시간에는 젊은 고객이 대부분으로 주로 학생들과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늦은 저녁 식사를 하기 위해 찾는다.
컴퓨터를 수 십대 갖춘 PC방도 낮과 다름없이 고객들이 분주하게 드나든다. 윌셔와 알렉산드리아 코너의 E게임방을 운영하는 태미 김씨는 "초저녁에는 주로 중고생들이 찾지만 새벽 시간에는 성인들이 찾아와 이메일도 사용하고 PC게임도 즐긴다"며 "많을 때는 한번에 30명까지 컴퓨터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보석금 회사들도 24시간 운영하는 비즈니스로 새벽 시간에 가장 바쁜 대표적인 곳. 보석금을 이용하는 고객들은 대개 경찰에 체포돼 유치장 신세가 된 한인들로 대개는 밤늦은 시간 음주운전이나 취중 가정폭력등으로 연행된 경우이다.
‘프로 보석금’ 박대영씨는 "유흥업소의 영업이 끝날 무렵부터 연락이 오기 시작하는데 전화를 받고 달려가 고객을 석방해 오는데는 보통 2시간 정도가 소요된다"며 "상당수 체포 이유가 술과 연류된 점을 감안할 때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말했다.
박씨에 따르면 고객은 LA 한인타운 뿐 아니라 오렌지, 샌디에고, 베이커스필드등 남가주 전역에서 문의가 오고 시도때도 없이 일을 하다 보니 24시간 근무하는 경찰의 근무시간과 비즈니스 시간이 같아져 버렸다고 한다. 하지만 억울한 누명을 쓰고 어려운 입장에 처한 한인들을 석방시켜 결국 재판에서까지 좋은 결과를 얻을 때는 일하는 보람을 느끼기도 한다고 전했다.
<경제부 문태기차장, 고상호·김상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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