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화성(Mars), 여자는 금성(Venus)에서 온다"고 한다면 "사춘기 자녀는 목성(Jupiter), 부모는 토성(Saturn)에서 온다"고 할 수 있다. 10대 청소년들과 부모들간에 서로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전에는 더할 수 없이 착했던 아이들이 부모의 질문에 대답도 잘 하지 않고 귀찮아하기 시작하는 사춘기. 부모들은 자신의 경험은 까마득히 잊어 버린 채 자녀의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몰라 화를 내면서 갈등이 더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겪는 사춘기 전쟁. 어떻게 슬기롭게 넘어갈 수 있는지 전문가들을 통해 알아본다.
지난 4월 청소년선도기관 ‘젊음의 집’의 김기웅목사가 써낸 책 ‘1004 아이들도 공격당할 수 있다 666 사춘기’는 가출, 임신, 마약, 갱 등 탈선에 빠진 청소년들의 케이스를 들며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에게 부모가 올바른 지도를 해주지 못했을 때 어떤 문제가 일어날 수 있는지 보여주고 있다. 물론 대부분 청소년들의 사춘기는 이보다 더 조용하게 나타나지만 부모의 속을 썩이기는 마찬가지다. 위트니 중고등학교와 같은 명문학교에서도 한 학부모는 사춘기를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은 시기’라고 털어놓았다.
학부모 Y씨는 위트니 7학년인 아들이 전화를 갑자기 많이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이불에 들어가서 몰래 하기도 하고 전화를 잡았다하면 1시간 이상 통화하기가 일쑤였다. 한국어를 가르치고 건전한 비디오를 보며 대화를 많이 했기 때문에 그래도 덜 한 편이었지만 전에는 말을 잘 듣던 아이가 하지 말라고 해도 소용이 없고 외모에 신경을 많이 써서 "엄마도 여드름이 났었다"고 위로했더니 "엄마 때문에 여드름이 났다"고 투덜거리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들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것이 또 사춘기이다. 9학년 아들이 있는 학부모 K는 사춘기 현상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지금 대학 2학년인 첫째는 사춘기 극성이 대단했다고 회상한다. 학교에서 늦게 오는 등 말썽이 많았는데 대화가 통하지 않는 것이 가장 답답했다. K씨는 그래서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가 사춘기가 되면 하는 일이 전화기를 무선(cordless)에서 유선으로 바꾸는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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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화의 어려움청소년 심리학자들은 부모와 자녀간의 갈등이 가장 흔히 대화의 어려움에서 나온다고 지적한다.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들의 가장 두드러진 초기현상은 대화의 대상이 부모에서 친구로 바뀐다는 것이다.
미상담협회(ACA)에 따르면, 아무리 부모와 가까웠던 사이더라도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부모보다 친구를 비밀이나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사이로 여긴다. 어른에게 털어놓을 문제가 있을 때에도 역시 부모가 아니라 믿을 수 있는 가족 밖의 어른을 찾는다. 이때 부모는 자녀가 자신을 싫어하거나 신임하지 않는다고 오해할 수 있는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다른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사춘기 소년들은 전까지 부모를 전적으로 의존해오다가 성숙하면서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더 많은 자유를 얻기 원한다.
사춘기는 아직 부모의 도움와 지도를 필요로 하면서도 이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시기로 청소년들은 성숙하고 자립심이 있는 모습을 부모에게 보여주기 원한다. 따라서 문제를 일으키면 부모가 못마땅하게 여기거나 아직 자립심이 부족하다고 여길 것을 우려해 오직 잘한 일이나 가장 좋은 이미지를 부모에게 보여주고 싶어한다. 또 청소년들이 부모와 대화할 때 가장 원하는 것은 부모가 자기 편에 있다는 확신을 받는 것이다.
더욱이 호르몬에 의한 신체 및 심리적인 변화와 성적에 대한 스트레스는 부모와 자녀의 관계에 더 깊은 갈등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 관계자들에 따르면, 청소년의 변화 외에도 부모와 자녀의 대화에 지장이 되는 요소는 자녀가 사춘기에 들어가는 시기가 많은 가정의 경우 부모도 중년기라는 변화를 겪는 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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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영양 및 의학의 변화로 오늘날 청소년들은 어느 때보다도 더 빨리 사춘기에 접어든다. 최근 1만7,000명의 소녀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춘기가 시작되는 평균 나이는 11세, 남학생은 여학생보다 대체로 2년 정도 늦게 사춘기가 시작된다.
신체 성숙이 더 빨라지고 영화, TV 등 대중매체에서 만연하는 성문화를 청소년들이 더 많이 접하면서 전세대보다 더 일찍 성생활을 시작할 위험이 있다. 또 현대의 청소년들이 보건이나 경제적인 면에서 부모 세대보다 더 좋지만 학업 스트레스, 마약, 섹스 등의 탈선 유혹이 어느 때보다 더 강한 환경에서 자라고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사춘기는 ‘지극히 정상적인 성장과정’이므로 갈등이 있더라도 대화를 계속 시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문제는 정상적인 변화와 탈선의 징후를 어떻게 구분하느냐는 것으로 사춘기에 있는 자녀의 행동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중요하다.
주의를 기울어야 할 사춘기 증상은 ▲가족과 잘 안 어울리려고 한다 ▲전에 지키던 가정규율을 자주 어긴다 ▲오랜 기간에 걸쳐 언행 문제가 심해진다 ▲대수롭지 않은 일에 신경질적이다 등이다. 이 외에도 숙제를 해놓고 책상에 놓고 가거나 운동장에서 책가방을 놓고 교실에 들어오는 등의 건망증 증상도 사춘기 초기의 중학생들에게서 볼 수 있다. 자녀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될 때에는 먼저 정상적인 행동을 구별할 수 있는 고등학교 카운슬러와 상담을 갖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기웅 목사는 이같은 정상적인 현상에 학부모들이 비정상적으로 대처하기 때문에 문제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며 "사춘기가 심하다고 문제아인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김목사는 한인 가정이 엄격하고 명령조의 대화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정한 대화를 통해 사춘기를 지내는 자녀가 안정감을 찾도록 도와주고 비밀도 털어놓을 수 있는 솔직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자녀와의 대화요령>▲자녀가 하는 말을 언제, 어디서나 관심 있게 듣는다. 특히 어린 자녀들은 언제 부모가 바쁜지 잘 파악하지 못하며 부모가 잘 들어주지 않으면 언제나 그런 줄로 생각할 수 있다.
▲「너는 애라서 모른다」,「헛 키웠다」 등과 같은 말은 자녀와의 대화에서 금기이다.
▲부모 자신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눈다. 청소년들은 항상 자기 얘기만 하는 것에 싫증을 느낀다.
▲자녀가 하는 모든 일을 알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자녀를 신임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가족 규칙을 자녀와 함께 설정한다. 어겨서는 안되는 것이 있다는 것을 명시한다. 자녀가 위반할 때는 미리 정한 벌칙을 주고 잘 지킬 때는 상을 준다. 자녀에게 선택의 기회를 주고 그 선택에 따라 어떤 결과가 오는지 배우도록 한다.
▲10대 청소년들에게는 이야기하는 것이 생각하는 과정이다. 자녀의 얘기를 지나치게 해석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들어준다. 비판적인 말을 해도 너무 개인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명령조의 대화는 피한다. 부모가 하라니까 해야 된다는 식의 훈계는 미국에서 성장하는 청소년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왜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은지 설명해준다.
▲부모의 감정이나 훈계를 분명하게 표현한다.「너는 거짓말쟁이다」라는 말보다 「네가 나에게 솔직하지 못하면 마음이 아프다」라는 표현이 더 바람직하다.
▲자녀의 문제에 대해 지나치게 과잉반응하지 않는다. 앞으로 자녀가 아무 문제도 털어놓지 않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사춘기 자녀와의 대화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대화가 대부분 훈계이거나 습관적인 내용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성인이라고 생각하는 청소년들이 잘 받아들일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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