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곳에도 한인타운-샌타바바라>
▶ 한인단체라곤 골프회가 유일.. 리커, 마켓, 식당 각 10여개
남가주와 가까운 곳에 위치한 대표적 휴양도시 중 하나인 샌타바바라(Santa Barbara). LA에서 101번 프리웨이 북쪽 방향을 따라 1시간30분 정도 달리다 보면 붉은 기와의 스페인식 지붕과 하얀 벽의 지중해풍 건축양식이 독특하게 펼쳐진 샌타바바라가 모습을 드러낸다.
샌타이네즈(Santa Ynez) 산맥을 등지고 푸른 태평양의 해안선에 감싸여 있는 샌타바바라는 일년 내내 온화한 날씨와 남유럽풍의 아름다운 풍광, 그리고 LA에서 그리 멀지 않은 지리적 특성 때문에 유명 할리웃 스타들이 자주 이용하는 휴양지로도 잘 알려져 있는 곳이다.
이처럼 고급 휴양지로, 부자와 유명인들의 파라다이스로만 알려져 있는 샌타바바라에서도 많은 한인들이 삶의 터전을 가꾸고 있었다.
현지 한인들에 따르면 샌타바바라 지역의 한인 인구는 1,000명 정도. 특이한 점은 이중 절반 이상을 학생들이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샌타바바라는 세계적 관광·휴양도시이기도 하지만 교육도시이기도 하다. 가장 캠퍼스가 아름다운 UC계열 대학중 하나라는 UC샌타바바라가 있고 사진 전문학교인 브룩스(Brooks Institute of Photography)와 전국적으로 알려진 샌타바바라 시티칼리지 등 유명 교육기관들이 자리잡고 있다. 자연히 이 지역에서 학생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클 수밖에 없다.
샌타바바라 지역의 한인 학생인구 규모는 해마다 차이는 있으나 현재 600여명 정도로 파악되고 있다. UC샌타바바라에 재학중인 한인 학생들이 유학생을 포함해 500여명 정도이고 샌타모니카 시티칼리지에 70∼80명, 브룩스 사진학교에 한인 학생이 40∼50명 정도 다니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생들 이외에 샌타바바라 지역에 정착해 사는 한인들의 규모는 약 200여 가구 정도일 것으로 현지 한인들은 추산하고 있다.
이 지역은 샌타바바라 도심을 중심으로 UC샌타바바라가 위치한 골리타(Goleta)와 대학촌인 아일라비스타(Isla Vista), 대표적 부촌인 몬테시토(Montecito)와 호프랜치(Hope Ranch), 그리고 서머랜드(Summerland)와 카핀테리아(Carpinteria) 등이 샌타바바라 생활권을 이루고 있다. 이중 한인들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은 역시 학생 인구가 많은 골리타 지역과 샌타바바라 시내라고 한다.
샌타바바라 지역에서 한글 간판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한인사회 규모가 크지 않아 특별히 한인업소들이 모여 있는 한인타운은 따로 없기 때문이다. 유동인구인 학생들을 제외하고 샌타바바라 지역에 정착해 사는 한인들의 대부분은 주류사회를 상대로 한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게 현지 한인들의 설명이다.
샌타바바라 지역의 한인 운영 비즈니스 중 가장 많은 것은 역시 리커·마켓과 식당으로 이 지역에서 한인이 운영하는 리커·마켓과 식당은 각각 10여곳에 달한다. 이들 한인 업소들중 비즈니스가 성공적인 곳도 많아 카핀테리아 지역의 유명 마켓이 한인 소유이고 샌타바바라 시내 세븐일레븐 스토어 두 곳도 한인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샌타바바라 한인사회에서 한인들을 상대로 하는 비즈니스는 소형 한국 마켓 한 곳과 한국 음식을 파는 식당 두 군데가 전부다. 샌타바바라 유일의 한국식 마켓인 ‘초이스 마켓’(Choi’s Market)은 쌀과 라면, 김치 등 한국 식품 뿐 아니라 한국식 가정용품 등 잡화까지 판매하고 있으며 한국방송 비디오 대여점도 겸해 이곳 한인들의 필요를 충족시켜 주고 있다. 또 UC샌타바바라 근처에 위치한 한인 운영 식당 ‘리틀 아시아’는 몇몇 한식 메뉴를 제공, 특히 학생들이 자주 찾는 곳이다.
샌타바바라에는 또 한인 운영 세탁소 서너 곳을 비롯해 미용실과 사진현상소, 선물가게 등 한인업소들이 산재해 있으며 관광지이니 만큼 시내에서 모텔을 경영하는 한인도 있고 또 한인 운영 일본식 식당이 샌타바바라 비치에 진출해 있기도 하다. 이밖에 한인들이 운영하는 태권도·유도 도장 세 곳과 낚시점, 치과기공업소 등이 있고 부동산 에이전트와 간호사 등의 직업을 가진 한인들이 살고 있기도 하다.
샌타바바라 지역에 처음 한인들이 이주해서 살기 시작한 것은 70년대 초반. 당시 샌타바바라에 정착한 한인들은 올드타이머인 신영준(73), 곽동주(70)씨 가족 등 서너 가정에 불과했고 국제 결혼한 한인 몇몇을 포함해도 한인들의 수는 손꼽을 정도였다고 한다.
80년대 들어와서도 그리 많지 않았던 이 지역 한인들의 수는 80년대 중반부터 늘어나기 시작해 비즈니스를 차리고 정착하는 한인들이 많아졌으며 특히 92년 폭동 후 LA를 떠난 한인들이 제법 많이 유입됐다는 게 현지 한인들의 설명이다. 또 LA등 타 지역의 재력 있는 한인들이 몬테시토 등 샌타바바라 인근 지역 부촌에도 꽤 많이 들어와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한인들이 늘어나면서 지난 86년 최순애(73)씨가 샌타바바라 최초로 한국식 마켓인 ‘초이스 마켓’을 오픈했고 이것이 샌타바바라 한인사회 성장의 상징이 됐다고 한다. 이 마켓은 6년전 현재 업주인 김혜경(43)씨가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샌타바바라 한인사회의 하나의 특징이라면 한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면 흔히 볼 수 있는 한인단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한인회도 없고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업주들끼리의 모임도 따로 없다. 대신 미국내 소규모 한인 이민사회가 대부분 그렇듯이 샌타바바라에서도 교회가 한인들의 교류와 단합의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 지역에 있는 한인 교회는 샌타바바라 연합감리교회(양치성 목사)와 샌타바바라 평강교회(김학천 목사), 샌타바바라 한인장로교회 등 총 3곳. 각 교회마다 50∼60명의 한인들이 출석하고 있으며 등록돼 있는 신도 수는 세 교회 합해 약 200여명에 달한다고 한다.
이중 가장 오래된 교회는 평강교회로 80년대 초반 UC샌타바바라 유학생들 중심으로 형성된 기도회를 토대로 교회가 창립됐고 다시 한인장로교회가 독립돼 세워졌으며 한인감리교회는 지난해 연합감리교회로 통합됐다.
샌타바바라 한인사회의 분위기에 대해 연합감리교회에 2년전 부임한 양치성(39) 목사는 "이곳 한인사회는 한인회 같은 단체는 없지만 교회 중심의 만남이 많으며 교회의 구분을 떠나 한인들 사이에 교류가 활발하고 결집도 잘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교회 이외의 모임으로는 40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샌타바바라 한인골프회’가 있는데 이들은 두 달에 한 번씩 골프대회를 갖고 서로 친선을 도모한다고 한다.
샌타바바라 한인사회에서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한인들이 이 지역에 대한 자긍심과 만족도가 아주 높다는 점이었다. 샌타바바라에서 만난 한인들은 이곳이 휴양지로 이름난 자연환경과 더불어 범죄율이 낮아 안전하고 자녀들 교육환경도 나무랄 데 없다고 입을 모았다. 이 지역에 25년째 거주하며 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인 심은옥(45)씨는 "물가가 비싼 게 한가지 흠이긴 하지만 안전하고 평화로운 환경이 아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샌타바바라 다운타운에서 마켓을 운영하는 신창균씨는 "샌타바바라 지역은 주민들의 평균 소득수준이 높고 경기에 따른 기복이 그리 심하지 않은 편이어서 대체로 안정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