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녀별 체급 구분된 2004년도 올림픽 시범종목
거북스럽게 뚱뚱한 두 명의 남자가 마주보면서 까치발로 쭈그리고 앉아 있다. 둘은 시합 전 손을 씻는 의식을 상징하여 양손을 마주 비비고 신들에게 싸움이 곧 시작됨을 알리기 위해 손뼉을 한 번 치고는 손바닥을 벌려 무기를 감추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어 몸을 앞으로 구부려 두 주먹을 땅에 댄 채로 심판의 시작 신호를 기다리던 두 사람은 링 밖으로 상대를 들어 메치려고 서로 상대방에게 돌진하며 잡을 기회를 노린다. 마침내 시합명이 ‘돈까스’인 해리 더드로우(60)가 ‘유끼가제’ 짐 로웨리(47)를 이겼다.
모두 숨이 가빠 헐떡이는 더드로우와 로웨리는 소박한 가든그로브 어느 동네의 뒷마당에서 유서 깊은 스모 레슬링을 연습중이다. 사방 18피트의 진흙바닥 링, ‘도효’는 로웨리의 집 잔디밭 한가운데에 만들어졌다. 스모 기술중 하나인 찰싹 때리기를 연습할 두툼한 나무 기둥도 마당 한구석에 박혀 있다.
두 사람은 물론 전통 스모 복장인, 사타구니만 살짝 가리는 ‘마와시’를 입었지만 그 속에 면과 스판텍스로 된 반바지를 입고 있다.
운이 좋으면 대여섯명은 모이는 주간 모임의 몸풀기 중간중간 선수들은 스모의 매력과 가르침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 ‘눈보라’라는 뜻의 시합명을 가진 로웨리는 자기가 스모 레슬러들이 서로에게 보이는 존경심과 접근전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이야기한다.
음악을 가르치며 몇몇 오페라에서도 공연한 체중 450파운드의 마커스 바버는 뛰어난 활동 끝에 최근 은퇴한 한 대가의 이야기를 꺼냈다. 더드로우는 미국내 일본계는 조상의 운동에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더드로우는 "일본계 미국인들에게 스모 이야기를 꺼내면 나를 마치 외계인 보듯 한다"고 말했다. 바버도 "사람들에게 내가 스모 레슬러라고 말하면 ‘우와’ 아니면 ‘기저귀 차는 남자로군’이란 반응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스모는 다소 외로운 운동이다. 수천명이 관전하는 일본의 경기와 달리 이 뒷마당 레슬러들은 이웃으로부터 흘끗 스쳐 가는 눈길만 받아도 운이 좋은 편이다. 더군다나 이런 비공식 연습을 구경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1998년에 이 도효를 지은 테크니컬 라이터 로웨리는 "사람들은 스모를 겉으로 드러나게 후원하지는 않지만 참아준다"고 말했다.
그래도 새로운 추종자를 찾는 일은 계속된다. 더드로우는 롱비치의 경찰체육연맹 건물에서 청소년들에게 스모를 가르친다. UCLA에서도 스모 강의가 있었었다. 그렇지만 미국의 스모는 아직 지지부진이라 올해 전국 챔피언십대회 개최 장소도 최후의 순간에야 결정됐고 간신히 지정된 개최지도 고작 뉴저지의 유도와 카라테 도장이었다.
미국인들에게 벗은 엉덩이를 내놓은 남자들이 등장하는 진기한 구경거리라고 놀림받는 스모는 극소수의 미국인들만이 성공한 분야다. 현재 프로 스모 랭킹에 올라 있는 미국인은 겨우 2명뿐이다. 일본 이외의 국가 출신 선수는 21명에 불과하며 타국 선수의 대부분은 몽고인들이고 나머지 800명 이상의 프로 스모 선수들은 모두 일본인이다.
그래도 10년전, 인기가 하락해 있던 일본 스모계에 혜성과 같이 나타나 돌풍을 일으킨 것은 하와이 출생으로 하와이, 푸에르토리코, 아일랜드인의 피를 이어받은 6피트8인치 거구의 채드 로완(시합명 아케보노)이었다. 외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스모계의 그랜드 챔피언인 ‘요코주나’로 명명된 로완의 업적은 일본인이 메이저리그 MVP 타이틀을 차지한 것과 마찬가지다.
현재 스모를 하는 미국인들은 대부분 다른 형태의 일대 일로 겨루는 운동을 하던 사람들이다. 바버도 킥복싱과 펜싱, 로웨리는 카라테와 킥복싱을 했다. 미국스모연합 회장 요시사다 요네주카도 뉴저지에서 유도와 카라테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데 그는 "스모는 승자와 패자가 분명히 드러나는 매우 단순한 운동이다. 링 밖으로 조금이라도 밀려나는 선수가 지게 되어 있는 또 한판에 고작 4~6초가 걸릴 정도로 신속해 관중들이 재미있어 한다"고 말한다.
스모는 미국에서는 가시밭길을 걸어왔지만 1991년 ‘국제스모연합’이 결성된 후 다른 나라에서는 잘 퍼져 나가는 편이다. 연합은 스모 대회를 남녀 모두에 개방했고 체급을 구분, 일부러 뚱뚱해질 필요를 없앴다. 현재 세계 아마추어 챔피언인 불가리아의 스베토스라프 비네프는 날씬한 새 시대 스모 레슬러의 전형으로 ‘캘리포니아 스모협회’와 공동으로 미국내 스모의 위상을 재정립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UCLA에서 강의하고 있다. 비네프는 "훌륭한 운동선수가 많은 거대한 나라 미국에서 스모의 존재는 너무나 미미하다. 이제 첫걸음을 내딛도록 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도 스모에 대한 관심을 전세계적으로 커가 아테네에서 열릴 2004년 올림픽에서 시범종목으로 운영되며 2008년 올림픽이 오사카에서 열린다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될 가능성이 크다. 더드로우가 운영하는 ‘스모 심포’ 웹사이트(www.sumoshimpo.com)는 한달에 1만2,000명이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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