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모 집에 기거하는 성인 자녀 증가, 경제적 원인 크지만 좋은 점도 많아
올해 24인 케리 머피는 보스턴의 한 회사 홍보담당 직원으로 성공적으로 일하고 있지만 아직도 점심은 아버지가 싸준 것을 먹는다. 머피는 소위 ‘부머랭 키드’, 즉 부모 집으로 다시 들어가 사는 성인 자녀로 경기가 좋지 않은 요즘 이런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자녀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독립해사는 미국이지만 대공황 이래 젊은이들은 경기가 나빠질 때마다 부모집 신세를 졌으나 이번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겹쳤다. 우선 레이오프가 가장 많은 것이 젊은 인력이 집중된 하이텍 업계였다. 2001년 들어서서 없어진 일자리만 65만5000개이며 지난 3월까지 문닫은 인터넷 회사는 100개가 넘는다. 또 좋은 직장을 잡기까지 시간도 많이 걸리고 대학 학비는 계속 오르고 있다. 집값과 렌트도 문제. 하이텍 붐과 함께 보스턴, 뉴욕, 실리콘 밸리, 텍사스주 오스틴의 주거비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랐다. 매사추세츠주의 주택 가격은 1995년 이래 53%, 캘리포니아는 40% 이상이 올랐다. 게다가 특히 크레딧 카드 빚에 허덕이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면서 자립생활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작년에 미국 학부생들의 평균 크레딧 카드 빚은 2748달러인데다 학자금 융자액 또한 늘어만 가고 있다.
그러나 경기가 좋아져도 부모 집은 쉬 빌 것 같지 않다. 지난 3월에 온라인 구인서비스회사 잡트랙닷캄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중 반 이상이 졸업 후 부모와 함께 살 계획이라고 대답했으며 1년이상 그렇게 살겠다는 응답도 20% 정도로 나타났다. 센서스에 따르면 현재 부모와 함께 살고 있는 18~34세 인구는 1800만명으로 1970년의 1250만명보다 크게 늘었다.
이에 따라 부모 자식 관계 및 세대간 기대, 금전 및 정서적 독립 방법 또한 달라지고 있다.
뉴욕이나 실리콘 밸리 같은 곳은 부머랭 키드들이 하도 많아서 부모 집에 들어가 사는 것을 더 이상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을 정도로 엄마와 딸이 옷을 바꿔 입고 아들과 아버지가 카풀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어려운 점도 없는 것은 아니다. 부모들은 이제는 다 자라 돈도 벌면서 자기 집에 얹혀 사는 자식들에게 렌트를 받아야 할지, 받는다면 얼마나 받아야할지, 성인 자녀의 독립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어떻게 하면 집안 규율을 지키게 해야할지등을 고민한다. 자녀들도 나름대로 부모가 거저 해주는 빨래나 끼니를 은근히 즐기는데 서로 기대하는 바를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불행한 결혼생활처럼 될 소지가 많다고 관계자는 말한다. 경기가 문제가 아니라 성숙하지 못해서 부모 집으로 들어오는 아이들도 있는데다가 금전 문제에 관한 한 부모가 언제나 가장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부머랭 키드와 그 부모들은 금전적인 것 외에 간과되기 쉬운 이점들도 많다고 말한다. 캐나다의 사이먼 프레이저대학 사회학과 조사에 따르면 부머랭 가족의 80%는 경제적 이유로 자녀가 부모 집에 합류했다고 대답했지만 놀랍게도 "대단히 만족하지는 않는다"는 응답은 25%에 불과했다.
자녀가 돌아옴으로 해서 부모의 결혼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응답도 많았고 다 큰 자녀들을 더 잘 알게 됐다는 부모도 많았다. 뿐만 아니라 자녀의 걸프렌드나 보이프렌드와도 친구가 됐고 그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더 잘 이해하게 됐다고 했다. 부모들에 더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됐다는 자녀들도 많았다. 집에 들어오게 함으로써 경제적, 정서적 후원이 필요할 때 가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효과적으로 가르칠 수 있었다고 말하는 부모도 많았다.
어쨌든 다시 부모의 집에서 살게 된 자녀와 부모 사이의 관계는 근본적으로 변화하는데 각종 공과금이나 식비를 나눠서 부담하는등 부모 자식 관계가 서로 주고 받는, 성인 친구 같은 관계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