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의 최초 장편 만화영화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백설공주’(Snow White and the Seven Dwarfs·37)는 선과 악을 얘기한 동화이지만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동기는 여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과 경쟁의식이다. 나는 스니지, 슬리피, 도피, 닥, 배쉬풀, 그럼피 그리고 해피 등 귀여운 일곱 난쟁이의 각기 개성 있는 모습과 행동이 너무 재미있어 이 영화를 수없이 많이 봤다.
그런데 이 영화의 실제 주인공은 사실 어떻게 보면 백설공주라기보다는 사악한 여왕이라고 하겠다. 제목에는 백설공주가 맨 앞에 나와 있지만 진짜 모습이나 성격이 뚜렷한 것은 마술쟁이 여왕이다. 아름다움으로 따지더라도 모든 게 동글동글한 아직 덜 성숙한 백설공주보다는 늘씬한 키에 커브 진 몸 그리고 차가운 기운을 내뿜는 아름다운 얼굴을 한 여왕이 훨씬 더 미인이라고 하겠다.
내가 미인타령을 하게 된 것은 지난주에 열린 본보 주최 남가주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 심사위원으로 참석, 어린 여인들의 미의 경쟁을 보고 느낀 바가 많아서이다. 본선 전날의 인터뷰에서 한 참가자는 아름다움을 겨루고픈 것이 여자들의 마음이라고 말을 한 바 있다.
이 미의 경쟁의식 때문에 여왕은 툭하면 대형 거울 앞에 서서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가장 아름답니" 하고 묻는다. 그런데 거울이 매번 "백설공주"라고 대답하면서 여자의 미의 경쟁의식이 급기야 광기를 발동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 그 중에서도 특히 여자들은 아름다워지기를 갈망한다. 이들의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예나 지금이나 다름없는데 무성영화 ‘벤-허’(25)를 보면 한 남자가 장바닥에서 화장하는 여자를 보고 "도대체 여자들은 얼굴에 화장 안 하고는 못 사나" 라고 투덜대는 장면이 있다.
요즘 타운의 성형외과들이 문전성시를 이루는 것도 고쳐서라도 아름다워져야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서이다. 성형수술 하기로는 할리웃 배우들이 으뜸이지만 연기파 제시카 랭 같은 배우는 퓰리처 수상 작가인 동거 남 샘 쉐파드의 반대로 주름진 얼굴을 그대로 두고 산다.
나의 고교후배로 타운에서 성형외과를 하고 있는 원종만 닥터는 "병원을 찾는 사람의 85%가 여자"라면서 "물론 자연미인이 좋지만 고쳐서라도 예뻐져 인생이 즐거워진다면 나쁠 게 무엇인가"라고 말한다.
나는 그에게 여인의 참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내면의 아름다움과 조화된 외면의 아름다움"이라고 답했다.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만 예쁘다고 여자냐"라는 노래도 있듯이 마음의 미가 받쳐주는 외모의 미라야 진짜 미라는 말이겠다.
외적 미란 시한적인 것으로 그것은 곧 싫증을 느끼게 되기 쉽다. 냇 킹 코울이 "당신은 남을 유혹하기 위해 미소짓는 것인가요. 아니면 그것은 당신의 상심을 감추기 위한 수단인 것인가요"라고 노래한 모나리자의 얼굴도 매일 들여다보라면 어느덧 나환자의 얼굴로 둔갑할 수도 있다. 또 남들이 모두 천하의 절색이라고 탐을 내던 리즈 테일러를 놓고 술꾼 남편 리처드 버튼은 "리즈는 젖가슴이 너무 크고 다리가 짧은 게 큰 결점"이라고 불평을 한 바 있다.
결국 외적 미란 상대적인 것이요 완벽할 수 없는 것인데 미의 기준도 세대에 따라 다른 것이 이런 사실을 뒷받침 해주고 있다. 요즘 여자들은 거식증이 걸릴 정도로 날씬한 몸매를 좋아하지만 르느와르의 그림 속 여자들은 하나 같이 풍성한 몸매를 지녔다.
인간의 참된 미는 마음에 자리잡고 있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얘기한 뛰어난 도덕소설이 탐미주의자 오스카 와일드가 1891년에 쓴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화’(The Picture of Dorian Gray)이다. 자신의 청춘과 미를 영원히 간직하기 위해 아름다운 자기 초상화 앞에서 악마적 계약을 맺은 도리언은 타락과 쾌락과 방종의 삶을 마음껏 즐긴다.
세월이 흘러도 도리언의 미와 젊음은 변치 않는 반면 그의 초상화는 서서히 흉한 모습으로 변한다. 어느 날 이를 발견한 도리언은 칼로 그림을 찢으면서 자신도 쓰러진다. 심장에 칼을 맞은 도리언의 얼굴이 추하게 변하면서 초상화는 순수한 미와 젊음을 되찾는다.
’백설공주’는 순수와 사악한 것의 상반된 가치를 강조하기 위해 백설공주는 프린스 차밍과 내내 행복하게 살게 하는 반면 여왕은 추하고 늙은 마녀의 모습으로 절벽에서 떨어뜨려 죽이고 만다. 여인의 아름다움에 대한 집념을 이렇게까지 벌 줄 필요는 없겠지만 마음이 고와야 진짜 미인이라는 말은 백번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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