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니뭐니 해도 머니(money)가 최고다’ ‘뭐니뭐니 해도 사람들이 가장 관심이 많은 것은 돈 이야기다’ 뭐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굳이 설명을 안 해도 돈이 인생의 상당 부문을 해결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해서 말이지만 세살난 어린이든, 80세 노인이든 돈 이야기라면 솔깃해지는 게 인생사인가 싶다.
돈에 대한 가장 해학적인 조크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공산세계에서 나왔다. "농작물이 잘 안 자라 대책을 묻자 농작물 앞에서 돈을 흔들어 보이라는 당중앙의 지시가 떨어졌다. 왜냐고. 돈을 잡으려고 땅속에 묻혀 있던 싹이 기를 쓰며 나올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문자 그대로 ‘거룩한 책’ 성경에도 돈에 관한 이야기가 적지 아니 나온다. 성경학자들에 따르면 믿음이나 구원에 관한 말씀은 각각 200여 구절밖에 안나오는데 돈이나 부, 또 부자와 관련된 이야기는 2,800여 구절에 이른다고 한다. 돈이 일상생활에 주는 영향이 그만큼 큰 탓일 게다.
요즘 돈 이야기가 한창이다. 주식 값 타령을 말하는 게 아니다. 민주주의가 돈에 너무 오염되지 않았는가 하는 자성에서 나오는 돈 이야기다.
지난해 미국 대통령과 연방 상·하의원 선거에 들어간 돈은 30여억달러에 이른다. 동시에 지방선거에 뿌려진 자금이 10여억달러로 모두 합치면 40여억달러에 이른다는 계산이다. 이는 지난 96년 선거에 비해 50% 이상 늘어난 사상최대 액수다.
정치자금의 수요가 이처럼 기하급수적으로 늘자 권력이라는 게 투표를 통해 위임되는 건지, 돈에서 나오는 건지 혼동이 되면서 금권선거를 방지하는 법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기에 이르렀다. 의회의 정치헌금 규제법 제정 움직임이 그것이다.
선거가 날로 고비용의 정치행사가 돼 돈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사태는 미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일종의 세계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그 결과 확산되고 있는 게 돈과 권력의 유착관계다. ‘20세기의 마지막 10년’ 그러니까 90년대는 바로 ‘돈바람 선거’와 ‘정치자금 스캔들의 시대’로 특징지어지고 있을 정도다.
그 패턴은 이런 식이다. "선거가 열렸다 하면 무제한에 가까운 돈이 쏟아 부어진다. 그런 후 ‘반드시’라고 할 정도로 비리가 터진다" 독일 통일의 아버지 헬무트 콜,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총리, 러시아의 보리스 옐친, 심지어 남아공의 넬슨 만델라에 이르기까지 모두 정치헌금 비리로 불명예 퇴진을 했다. 프랑스, 이탈리아 등도 정치자금 스캔들 홍역을 치르기는 모두 마찬가지다.
아시아의 경우는 더 하다. 필리핀, 인도네시아, 심지어 일본에서도 정치자금 비리는 결국 정권 붕괴로까지 이어졌다. 중국의 부패상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시아 대륙을 통틀어 권내의 공공투자 총액의 3분의1 정도는 공직자에 대한 뇌물이나 음성적 정치헌금에 쓰여졌다고 보면 된다" 아시아 개발은행의 진단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을까. 인간에 대한 이상주의가 무너진 결과다. 동서냉전이 끝나면서 이데올로기 대결이 사라졌다. 이와 함께 선진형 민주국가의 선거풍토도 변질됐다. 정책과 이념의 대결 양상이 퇴색된 것. 그 무너진 틈을 돈이 메우게 된 것이다. ‘뭐니뭐니 해도 머니가 최고야’의 슬로건은 현실화돼 선진형은 정치 헌금 스캔들, 후진형은 현금 박치기식의 뇌물 형태의 부패를 만연시키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 세계적으로 번지고 있는 정치운동이 있다. 그 운동에는 아직 뚜렷한 이름을 붙일 수도 없다. 이데올로기도 없다. 그 운동은 부패에 대한 전 세계적인 저항운동이다. 그 운동은 프랑스에서, 필리핀으로, 중국으로, 또 콜롬비아로 번지고 있다. ‘부패와의 싸움’은 21세기의 시대적 화두가 될 것이다." 한 정치 평론가의 지적이다.
이런 세계적 트런드에도 예외적 존재는 있게 마련이다. 한국이다. 이념은 물론이고 돈으로도 잘 안 통하는 부문이 있어서다. 요지부동의 지방색이다. LA의 정치풍토도 예외가 될 것 같다. 돈에 앞서는 게 피부색이라는 게 LA의 선거풍토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막대한 선거자금을 쓰고도 스티브 소보로프는 아예 권외로 밀려나고 히스패닉의 굳건한 지지를 받은 안토니오 비야라이고사가 LA 시장선거에서 예상을 뒤엎고 1등을 차지해서 하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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