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가주 이스트사이드고, 우범지 청소년에 희망 심어
밤마다 이스트사이드 프렙스쿨의 체육관은 대낮처럼 환하게 불이 밝혀진다. 빈곤과 폭력, 그리고 마약에 찌든 이스트 팔로알토에 생명력을 공급하는 오아시스처럼.
이스트 팔로알토는 90년대 실리콘 벨리를 휩쓴 닷컴 열풍마저 우회해 갔을 만큼 낙후된 지역이다.
과거 20년간 이스트 팔로알토에는 고등학교 하나 없었다.
그동안 이 지역은 인종차별폐지 문제로 한차례 주목받은 적이 있고, 1995년에는 미셸 파이퍼 주연의 ‘데인저러스 마인즈’라는 영화의 배경으로 등장했을 뿐이다.
1996년 이 지역에 소규모 고등학교가 설립되면서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했다.
크리스 비숍과 일단의 학부모 및 교사들이 힘을 합쳐 이곳에 이스트사이드 스쿨이라는 프렙스쿨을 설립한 것이다. 이스트 팔로알토가 미전역에서 인구당 살인비율 최고기록을 세운지 4년만의 일이었다.
그 때만해도, 이스트사이드 남자농구팀이 지역사회의 자긍심을 되찾아 주리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비숍의 지도력 아래 이스트사이드 남학생팀은 시즌 26승 3패를 기록하며 3년 연속 스몰스쿨 섹션 타이틀을 제패했다.
최근 이 팀은 4연속 기독교 사립학교리그 타이틀을 차지했다. 그것도 신장 6피트 이상인 선수가 단 한명 뿐인 단신 팀의 성적이다.
31세의 크리스 비숍은 이스트사이드 스쿨의 창립자 중 한 명이며 현 교장이다.
비숍은 학생들을 학업에 전념케 할 수 있는 수단으로서 스포츠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비숍은 이스트사이드 학생들이 대학에 진학토록 하는데 자신의 인생을 바친 사람이다.
이스트사이드 스쿨은 건축비 300만달러의 예산으로 건립되었다.
개교 첫 해, 비숍과 경영진은 매월 학교운영비를 걱정해야 했다. 특히, 비숍은 학교운영비를 지원받기 위해 비영리단체들을 전전해야만 했었다.
그때 학교운영의 돌파구를 열어 준 것이 교내 농구팀이었다.
창단팀은 12명의 선수에 출전선수가 7명에 불과한 미니 팀이었다. 하지만, 이스트사이드 팀은 카운티 최고 강팀이자 지난해 캘리포니아주 결승전에 진출했던 힐스데일 팀을 격파함으로써 단숨에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해에는 익명의 독지가가 기부한 170만달러의 기금을 바탕으로 마침내 자체 실내체육관도 보유하게 되었다. 그 때까지 4년동안 이스트사이드 농구팀은 실외에서 훈련을 했다.
이스트사이드 농구경기에서 정작 중요한 일은 승리한 이후에 벌어진다.
경기가 끝나면 학부모들과 주민들이 중앙으로 몰려들면서 코트는 순식간에 커뮤니티 센터처럼 변한다. 그들 중에는 체육관까지 1마일씩 걸어 온 사람들도 많다. 체육관 주변에 차량을 주차하기가 위험하기 때문이다.
이스트사이드의 기적이 결코 쉽게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초창기에는 학부모들 사이에 많은 의혹이 있었다.
"학부모들 사이에 ‘도대체 백인 교사들이 무슨 이유로 이런 곳에 와서 설치는가. 도대체 저들의 정체는 뭔가’하는 의심하는 분위기가 팽배했었다"
비숍은 회상한다.
교사들은 결손가정 학생들을 아침 6시부터 픽업했으며, 과제물을 일일이 점검해 주고 농구경기에 데리고 다녔다. 심지어 먹는 것까지 챙겨주었고, 경기가 끝나면 다시 집으로 데려다 주곤했다. 이처럼 억척으로 학생들에게 매달리는 백인교사들이 의심을 받은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이스트사이트 프렙스쿨과 농구팀이 창단되기 전까지, 이 지역출신 고등학교 학생들의 중퇴율은 무려 65%에 달했다.
대학진학은 말할 것도 없고 고등학교 졸업자체가 힘들었던 것이다. 특히, 첨단기술이 밀집한 실리콘 밸리 한켠에 이런 지역이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요즘, 이스트사이드 스쿨의 학생들은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는 의무적으로 학교에 남아 공부해야 한다.
교사들를 포함한 자원자들이 학생들의 교통편을 책임지고, 학생들은 동기부여를 위해 가끔씩 워싱턴이나 뉴욕 같은 곳으로 수학여행을 떠난다. 수학여행 기금은 전액 기부금으로 충당된다.
이스트사이드 학생들은 대부분 점심값이 없을 만큼 극빈가정 출신이다. 따라서, 학생들은 전액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의무학습 마감시간인 오후 5시를 넘어 밤 9시까지 학교에서 공부를 한다. 그 결과, 지난 해 1회 졸업자 중 8명이 4년제 대학에 진학하는 쾌거를 이룩했는데, 그중 네 명이 농구팀 선발선수들이었다.
이스트사이드의 성공담은 입소문으로 퍼져나가 몇몇 지역에서 이를 모델로 한 학교가 세워지기도 했다.
이미 산호세에도 동일한 스타일의 학교가 세워졌고, 기타 많은 도시 교육관계자들이 오는 가을부터 챠터 하이스쿨을 오픈할 예정이다.
그러나, 요즘 이스트 팔로 알토는 심각한 문제에 당면해 있다.
이스트사이드 스쿨 졸업자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되돌아올 쯤이면 타운이 사라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다. 최근들어, 실리콘 밸리 자금이 이곳으로 밀려들면서, 1만 5,000여 세대 주민들이 집을 매각하라는 유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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