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 80주년을 맞은 2025년 새해, 대한민국은 재도약하느냐 아니면 주저앉느냐의 기로에 섰다. 저성장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계엄·탄핵 정국의 정치 불안이 더해져 우리나라는 다층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에 이은 국회의 윤 대통령 등에 대한 연쇄 탄핵소추안 가결 이후 정치·경제 혼란이 증폭되고 안보 위험도 고조되고 있다. 게다가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이 가열되는 가운데 고율 관세 압박과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트럼프 스톰’까지 밀어닥치고 있다.
극단적 대립 정치가 초래한 최악의 국정 혼돈 사태는 외환·금융시장에 메가톤급 충격을 주고 있다. 지난 한 해 코스피는 9.6% 하락하면서 해외 주요 증시 흐름과 달리 유일하게 역주행했다. 원·달러 환율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인 1470원대까지 올랐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보호무역주의 정책과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 수출에 의존하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을 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치를 하루빨리 안정시켜야 경제 위기의 늪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계엄·탄핵 정국 속에서 ‘치킨게임’ 같은 정쟁에 몰두하는 여야 정치권은 마비 상황으로 치닫는 국정을 정상화해 국가 신인도 추락을 막아야 한다. 여야가 쳇바퀴 정쟁을 멈추고 법과 상식에 따라 대화·타협하는 정치를 복원해야 한다. 그래야 반도체특별법 등 경제 살리기 법안을 처리해 꺼져가는 성장 엔진을 다시 살릴 수 있다.
현재 2% 선으로 떨어진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려면 정치 정상화를 발판으로 구조 개혁과 초격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야 한다. 우선 국가 대개조 수준의 구조 개혁을 통해 경제 체질을 개선해야 저성장 고착화 등의 문제들을 해결해갈 수 있다. 여야는 표심을 의식하는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나라의 미래를 위해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을 일관되게 추진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할 것이다. 내수 침체와 수출 둔화 속에 ‘트럼프 쇼크’까지 몰아닥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새해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새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최근 1.9%로 내린 한국은행은 “정치 불안이 가중되면 성장률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산업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노동시장 및 임금·근로시간 유연성을 높이는 노동 개혁을 통해 생산성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난해 스위스 국제경영개발대학원(IMD) 조사에서 한국 노동시장의 효율성 순위는 67개국 중 31위에 그쳐 여전히 후진적 상태에 머물러 있다. 특히 반도체 등 첨단산업 연구개발(R&D) 분야에서는 획일적인 주 52시간 근무제 규제를 완화해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우리 경제의 돌파구를 찾으려면 ‘세상에 없는’ 초격차 기술 개발과 고급 인재 육성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미국·중국·대만 등 주요국들은 첨단산업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국가 대항전 차원에서 인재·기술 확보를 지원하는 속도전을 벌이고 있다. 우리도 우수 인재들이 창의적 연구와 기술 개발에 몰두할 수 있도록 기업·대학 및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경제·사회 전반의 개혁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또 기업의 발목을 잡는 ‘모래주머니’ 규제들을 제거해 경영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고 기업가의 도전과 혁신 정신을 북돋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6·25전쟁 직후인 1953년 67달러에서 2023년 3만 6194달러로 540배나 급증했다. 하지만 계엄·탄핵 정국에서 드러난 극단적 대립 정치가 경제를 집어삼키고 안보까지 위협하는 상황을 맞았다. 자칫하면 한국이 ‘잃어버린 30년’으로 불리는 장기 불황을 겪은 일본이나 후진적 포퓰리즘 정치가 경제를 망친 그리스의 전철을 밟게 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산업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한강의 기적’을 만들어낸 것은 국민들의 피땀과 기업가 정신이었다. 이제는 기업가 정신을 되살려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도록 리셋해야 한다. 글로벌 경제·기술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경제 체질을 근본적으로 수술해 기업 등 민간이 끌고 정부가 밀어주면서 정치권이 뒷받침하는 역동적인 시장경제를 만들어내야 할 것이다.
구조 개혁과 초격차 기술 개발로 미래 성장 동력을 키워야 지속 가능한 성장과 복지가 선순환하는 체제를 만들 수 있다. 이를 위해 여야는 무한 정쟁의 늪에서 벗어나 상식의 정치를 복원하고 국민 통합과 국력 결집을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한다. 그래야 압도적인 자주 국방력 확보와 한미 동맹 격상을 통해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안보 강국도 만들 수 있다. 광복 80주년을 맞은 새해는 정치 정상화와 경제 재도약을 통해 ‘부강한 매력국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모두 뜻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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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진 / 서울경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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