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년동안 베니스서 폐품 수집하는 가르시아 부부
매일 새벽 정확히 1시15분이면 검정색 캠프 트레일러가 달린 작은 백색 트럭이 베니스로 들어온다. 53세의 로헬리오 가르시아는 트럭을 뒷골목에 세우고 트럭 뒤에서 낡고 찌그러진 하얀 자전거를 내린다. 이 자전거는 앞으로 13시간 동안 아내 욜란다(50)가 1마일 루트를 수차례 오가며 쓰레기통에서 캔과 병을 골라내는데 쓰인다.
로헬리오는 계속해서 골목길을 따라 간다. 첫 정차지는 늘 언제나 세인트 마크 호텔로 쓰레기를 버리는 1시30분까지 도착하지 않으면 다른 이들에게 물건을 빼앗길 위험을 각오해야 한다. 첫번째 쓰레기 봉지에서 나온 30개의 밀러 맥주 캔은 잉글우드의 재활용품센터에서 1달러를 받을 수 있는 1파운드 분량이다.
이달 렌트비 513달러를 벌려면 가르시아 부부는 1만5,360개의 캔을 더 모아야 한다. 또 6,000개의 캔을 팔아 UC리버사이드에서 비즈니스를 공부하는 딸(19)에게 매달 보내는 200달러를 마련해야 한다. 또 다른 6,000개 값 200달러는 MIT에서 항공공학을 공부하는 아들(20)의 몫이다.
가르시아 부부는 한때는 접시닦이와 공장 근로자로 일했었으나 모두 레이오프 당했다. 금새 새 일거리를 구하지 못했지만 공공보조를 받으면 자녀들이 대학갈 때 재정보조를 받기 어려울 것으로 잘못 믿고 신청하지 않았다.
웰페어를 받으면 미국 시민권 취득도 위태로울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시작한 캔과 병 수집으로 근근히 연명할 수 있게 되자 다른 일은 거의 찾아보지도 않았다. 지난 10년간 가르시아 부부는 베니스 경관의 일부가 돼 이 곳에서 급속히 증가한 ‘리사이클러’들 사이에서도 가장 단단한 지반을 굳힌 채 이 도시의 쓰레기통, 술집, 식당과 호텔을 파고 다닌다.
오후 3시까지 거리에서 일하는 욜란다는 늘 탈진해 있다. 얼굴은 햇볕에 타고 세 번의 위궤양으로 인해 남편이 가져다 주는 햄과 치즈 샌드위치를 맛있게 먹기도 어렵다. 매일 너무 오랜 시간 서서 일하는 탓에 가끔 소파에 앉았다 일어나 옆방 침대로 가기도 힘들 정도다. 그렇지만 경쟁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영역을 보호하려면 자리는 계속 지켜야 한다.
오전 9시30분께, 트럭이 가득 차면 로헬리오는 잉글우드로 향한다. 이 날 수입은 79달러85센트로 개스비 10달러를 빼고도 69달러85센트다. 날씨 좋은 여름에는 85달러까지도 벌 수 있긴 하지만 겨울치고는 꽤 괜찮은 수입이다.
가르시아 부부는 일터에서 약 4마일 정도 떨어진 방 한칸짜리 아파트에 산다. 집에 돌아오면 로헬리오는 식탁에 앉아 상념에 잠기고 욜란다는 잠에 빠진다. 첫째와 둘째는 멀리서 대학에 다니고 막내아들 앙헬(14)은 마루에서 TV를 본다.
69달러를 번 날 이후 일일 소득은 64달러, 49달러로 줄었다. 가끔씩 절망이 깊숙하게 찾아든다. 로헬리오는 가끔 바닷가에서 욜란다가 자전거를 밀면서 걸어올 때 그녀가 울고 있는 것을 본다. 그럴 때 로헬리오는 무력함을 느낀다. 이것은 욜란다의 환경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로헬리오는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 욜란다가 손톱을 색칠하고 좋은 옷을 입었던 것을 기억한다. 부부는 집에서 요리를 하는 것 외에는 오랫동안 결혼 기념일을 축하해 보지도 못했다. 오전 1시면 일을 가야 하기 때문에 초저녁에 잠을 자므로 생활을 즐기기는 더욱 어려워졌다. 로헬리오는 욜란다가 다른 곳에서 일하기를 바란다.
욜란다는 살기 위해서 처음 쓰레기통을 뒤졌을 때 "너무 치욕스러워서 죽고 싶었다. 사람들이 내 얼굴을 못 보도록 모자를 눌러 썼다"고 회고했다. 영원히 이 일을 하지는 않을 것임은 알지만 두 아이가 대학생인 현재로선 빠져나갈 수 없는 덫과 같다. 다른 직장을 알아보기 위해 일을 하루 빠질 수도 없다. 하루 소득은 물론 자칫하면 자신의 영역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욜란다는 "얼마나 지쳤는지 말로 할 수 없지만 그만두지 않는 이유는 책임감, 대학에 다니는 아이들 때문"이라고 털어놓았다. 비록 안 보이려고 애쓰지만 로헬리오도 소득이 적을 때는 절망한다.
가르시아 부부가 베니스의 뒷골목을 훑을 때 아들도 훨씬 먼 곳에서 움직이기 시작한다. 작은 체구의 아버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조용한 젊은이 로헬리오 주니어는 "이제 부모님은 내가 무엇을 배우는지 이해하지 못하지만 나는 좋은 점수를 받을 때마다 어머니에게 전화한다. 어머니는 전혀 모르면서도 계속 잘하라고 격려한다"고 말했다.
현재 3학년으로 평점 B를 유지하는 로헬리오 주니어의 연간 3만2,000달러의 교육비는 장학금, 융자, 부모가 보내는 소액의 돈으로 충당된다. 졸업을 한해 남짓 남겨둔 그는 좋은 직장을 얻어 부모님의 남동생 대학 교육비 부담을 덜어줄 꿈에 부풀어 있다.
자녀들에게 더 나은 삶을 살기 위해 절대적으로 교육을 장려하는 로헬리오와 욜란다는 연평균 수입 1만5,000달러를 성실히 세금 보고한다. 매일 재활용센터에서 받은 영수증을 모으고 자동차 감가상각을 공제하면서 양심적으로 세금을 내는 이유도 자녀들이 학자금 보조를 받는데 방해되지 않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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