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동장치 없는 고속 플래스틱제 인기타고 1999년 부상자 6만명
요즘 미국에서는 어린이들 사이에 슬레드라고 불리우는 눈썰매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또, 왕년에 ‘슬레드의 왕’으로 군림했던 목제 ‘플렉시블 플라이어’ 슬레드 대신, 스티어 제동장치가 없는 로켓형 플라스틱제 슬레드가 유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슬레드의 안전성 문제가 대두되는 것은 당연지사. 예전 같으면, 언덕에서 썰매를 타고 서서히 내려오는 것으로 만족했던 것이, 요즘에는 슬레드의 스피드를 추구하는 경향으로 바뀌었다.
슬레드의 스피드 추구현상은 스노우보드의 선풍적 인기에 편승한 측면이 있어 더욱 이채롭다.
예전의 슬레드는 뭉툭한 나무판에 적색 철제 레일을 부착하고, 제동을 위해 크로스바 스티어를 가미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요즘 유행하는 차세대 슬레드들은 색깔부터가 현란하기 그지없고 모양도 가지 각색이다. 또, 스피드를 추구하는 유행에 걸맞게 슬레드의 이름도 토피도, 스노우 미사일, 스노우 마운틴 슈레더 같은 식이다.
슬레드 관련사고에 대한 정확한 집계는 아직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연방정부의 추정에 따르면, 1999년에는 약 6만명의 슬레드 부상자가 발생했는데, 이는 97년의 4만 5,000명에 비해 크게 증가한 수치다.
연방 소비재안전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슬레드 사고로 인한 사망자만도 여섯 명이나 되었다. 또 동위원회에 따르면, 1990년 통계를 시작한 이후 총 67명의 슬레드 관련 사망자가 발생했다.
슬레드사고로 인한 사상자가 늘어나자 의료계에서도 슬레드 안전에 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정형외과의사협회는 최근, 12세 이하의 아동은 슬레드를 탈 때 반드시 헬멧을 착용할 것을 권유했다.
뉴욕시 브롱스 인근 펠람 골프장에는 겨울철에 슬레드를 즐기는 아동들과 그들을 지켜보는 부모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게리 라이언은 언덕 위에서 딸 이사벨이 스피드형 플라스틱 슬레드를 타고 쏜살같이 언덕을 내려가는 모습을 불안하게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한순간 그녀의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방향을 잘못잡은 이사벨의 슬레드가 언덕아래 큰 나무를 향해 정면질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사벨의 슬레드에는 아무런 제동장치도 없었다. 라이언은 "이사벨, 방향을 틀어!"라고 다급하게 소리쳤다. 다행히, 이사벨은 마지막 순간 방향을 틀어 충돌을 면했다.
뉴욕주 알프레드 스테이션의 라일 팔미터는 슬레드의 역사를 보존해 왔다.
그는 특히, 19세기형 슬레드 복원을 전문으로 한다.
"원래 슬레드는 제동장치가 없었다. 언덕을 내려갈 때 몸을 기울이거나 발을 질질 끌어서 속도를 줄였다"
팔미터는 제동장치가 없는 요즘 슬레듸 선풍적인 인기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팔미터에 따르면, 미국의 슬레드 산업은 1889년 필라델피아에 살던 새뮤얼 앨런 이라는 사람이 자신이 고안한 ‘플렉시블 플라이어’ 특허를 받으면서 눈 관련 장난감에 혁신을 몰고왔다.
그러나, 미 전역에서 슬레드 제작자들이 제동장치 달린 슬레드를 유행시키기까지는 수십년의 세월이 걸렸다. 그같은 재래형 슬레드들은 최근까지도 시장을 주도했었다.
팔미터의 고객들은 대부분 슬레드 수집가들이다.
그는 최근에 급변해 온 플라스틱 슬레드의 유행 속에서 한 동안, 어떠한 슬레드를 제작해야 할지 방향을 잡지 못했다고 실토한다.
"스피드를 중시하는 요즘의 사회경향은 통제불능의 상태다"
팔미터는 덧붙인다.
항공역학적으로 디자인된 요즘의 슬레드는 그 자체로도 재래식 나무 슬레드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다. 게다가, 요즘 소비자들은 제동장치가 없는 슬레드만 유난히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플렉시블 플라이어 제작권을 보유한 위스컨신주 퍼시픽 사이클사 조차도 플라스틱 슬레드 제작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회사의 최신상품목록을 보면, 아이스 스크리머와 마이티 슬레드로 이름붙인 2종의 플라스틱 슬레드, 악틱 서클과 메가 소서로 이름붙인 2종의 원형 슬레드, 또 종이처럼 말아 올릴 수 있는 플렉시보겐이라는 얇은 플라스틱 슬레드 등이 있다.
브롱스의 펠람 골프장에는 "사유재산, 진입금지"라는 팻말이 붙어 있다.
원래는 일반인 출입금지 구역이지만, 겨울철 이곳에서 슬레드를 즐기는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곳이 사유지인 만큼, 뉴욕주 법에 따라 사고가 나도 골프장 측은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래서, 슬레드 관련 사고에 법적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 상해법 관련 변호사들이 수지맞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슬레드 안전수칙은 다음과 같다.
첫째 부모들의 감시감독, 둘째 12세 이하의 아동들에게는 반드시 헬멧을 착용시킬 것. 셋째 슬레드나 튜브들 사이의 충분한 간격유지, 네째 언덕 아래 종착지 부근의 장애물을 없앨 것, 다섯째 언덕 위로 올라가는 아동들은 슬레드가 내려오는 코스 대신, 반드시 가장자리를 택할 것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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