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패스트푸드 네이션’ 쓰며 분개한 에릭 슐로서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햄버거를 사 포장지를 풀며 한번쯤, 도대체 고기 속에 뭐가 들어있을지 의문이 떠올랐지만 "차라리 모르는게 낫지"라고 생각했던 사람이라면 에릭 슐로서의 베스트 셀러인 ‘패스트푸드 네이션’(휴튼 미플린, 25달러)을 읽어볼만 하다.
조사전문 기자인 슐로서가 거의 3년동안 도살장부터 정육 가공공장,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종업원 및 어린 아이들을 그 싸구려 장난감과 알록달록한 운동장을 가지고 유혹하는 TV 광고에 이르기까지 패스트푸드 업계 전체를 집중 취재한 결과 나온 책으로 필자 자신부터 자신이 목격한 바에 분노하고 경악한 기록이다.
사실 하도 화가 나서 그 자신 간 고기(ground beef)를 먹지 않으며 8살, 10살인 자기 자녀도 학교에서건 식당에서건 햄버거를 먹지 못하게 했다. 물론 아이들은 좋아하지 않지만 부모로서 자기 자식에게 무엇을 먹이고 있는지는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멋쟁이 대학 교수 같아 보이는 41세의 슐로서는 사실 1997년에 ‘롤링 스톤’지가 패스트 푸드를 통해 미국을 조명하는 기사를 써달라고 요청, 가벼운 마음으로 수락하기 전에는 패스트 푸드에 대해 생각조차 해본적이 거의 없었다. 했다. ‘아틀랜틱 먼슬리’에 마리화나 합법화나 캘리포니아의 이민 농장 노동자 같은 주제의 글을 쓴 직후라 머리도 식힐겸 착수한 이 책에서 프린스턴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 슐로서는 우선 패스트푸드를 역사적 관점에서 살폈다. 1948년에 맥도널드 형제가 LA에서 햄버거를 팔기 시작, 오늘날 전세계에 없는 곳이 없어지기까지를 추적한 그의 책에서 그가 가장 분개했던 것은 패스트푸드 체인들이 미국인들의 식습관 뿐만 아니라 노동력, 풍경, 문화 및 식품 제조방법에까지 가져온 엄청난 변화였다. "패스트푸드 자체가 만악의 근원이 아닙니다. 업계의 근시안적이고 탐욕스러운 마음가짐이 많은 불필요한 나쁜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패스트푸드 업계는 물론 그같은 성격 규정은 공정치 못하다고 비난한다. 전국체인식당협의회 회장 테리 도트는 슐로서와 그의 책에 대한 성명에서 "수십만명을 고용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 메뉴 및 가격에 있어 다양한 선택을 제공하는 패스트푸드 업계를 싸잡아 그렇게 부정적으로 묘사한 것은 불행한 일"이라고 밝혔다.
사실 슐로서의 가장 큰 분노의 대상은 패스트푸드 업계 간부들이 아니라 정육가공업계의 그들의 동료 및 식품안전에 관한 연방법규 준수에 대한 해묵은 저항이다. "나는 그렇게 비윤리적으로 영업을 하면서도 그렇게 뉘우침이 없는 업계는 본적이 없습니다"고 슐로서는 딱 잘라 말하지만 정육가공업계라고 그를 곱게 볼 리는 만무. 미국육류연구소의 홍보담당 부사장인 재닛 라일리는 "슐로서는 사람들을 겁줘서 자기 글을 팔려는 사람"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슐로서가 직접 찾아가 목격하고 묘사한 도축장 풍경및 인부들 모습은 업튼 싱클레어의 1906년작 고전인 ‘정글’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그 책을 읽고 펄쩍 뛴 테디 루즈벨트 대통령이 의회를 설득하여 미약하나마 미국 최초의 식품안전법이 나오게 됐는데 슐로서에 따르면 정육가공업계의 태도는 1906년 이후 달라진 것이 없어 여전히 문제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비판자의 의도를 공격하며 연방정부의 감독을 받지 않으려고 투쟁하고 식중독 사건이 발생해도 전혀 책임지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슐로서에 따르면 전기제품은 리콜(recall) 할 수 있는 연방정부가 오염된 육류는 못한다. 현행법상 연방농무부는 회사가 오염된 육류를 자진 철수시키도록 권장할 수 있을 뿐이지 리콜하거나 벌금을 부과할 권한도 없다. 이 모두 정육가공업계가 연방의회에 강력한 로비를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 식품안전법이 금방 바뀔 전망은 거의 없다.
이에 슐로서가 제안하는 것이 소비자들의 권한 행사다. 패스트푸드를 사먹지 않으면 업계도 영업방식을 바꾸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평균 1주일에 3번 버거를 먹는데 그중 3분의 2는 패스트푸드 식당에서 먹는 미국인들은 작년에 1100억달러를 패스트푸드 사먹는데 썼다.
그런데 그들이 먹는 버거의 재료인 간쇠고기의 4분의 1은 병에 잘 걸려 항생제도 많이 먹는 젖소고기로 만든 것이라고 슐로서는 말한다. 게다가 3년전까지 대부분의 소들은 초식동물인데도 사료값보다 싸게 먹히기 때문에 죽은 양, 죽은 소는 물론 죽은 고양이, 개고기까지 먹었다. 연방정부가 1997년에 광우병에 대한 우려로 금지시켰지만 규정상 아직도 죽은 돼지나 말고기, 닭, 칠면조고기 및 선지는 먹이는 것이 허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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