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리딩 <30> - 전정재 박사
▶ 지시사항 읽고 따르기
얼마 전에 300여명의 교수들이 각자가 20페이지가 넘는 form을 다 써서내야 하는 귀찮은 일거리가 있었다. 그 form을 적어 내는데 어떻게 써야하는지의 지시사항이 자세히 쓰여져 있었다. 그 내용은 별 것이 아니었다. 그저 좀 길고, 귀찮은 일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 이상이 다시 써내야만 했었고, 더 놀란 것은 이것을 복사하여 2매를 내라는 지시가 있었음에도 불고하고 300 명중에 2명만이 2매를 제출 한 것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교수들이 지시를 읽은 능력이 없을 리가 없고, 특히 2매를 내라고 했으면 더 이상의 귀찮은 일이 가해진 것은 아니었고, 그냥 복사 기계가 해내는 일이다. 그러면 왜 그랬을까? 모두 그 지시사항을 자세히 안 읽었던 것이다. ‘참 한심한 교수들이구나!’ 생각하시겠지만 우리 교수들은 다 글도 잘 읽고 게으르지도 않고, 무책임한 분들도 아니다.
지시사항을 읽는 것은 가장 쉬우면서도 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지시 사항을 읽는 일도 학습방법(Study Skills)에 포함이 된다.
박스에 각 파트를 담아 파는 전자제품, 장난감등을 지시사항에 따라 조립 해본 경험이 있으실 것이다. 그리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이다. 가끔 그 지시사항을 읽다가 포기하신 경험도 있으실 것이다. 이 지시사항을 따르는 능력은 학생들이 클래스에서만 필요한 학습 방법(Study Skills)이 아니다. 운전할 때, 요리할 때(recipe 읽는 일), 여러 가지 form(세금 보고서. 등), 심지어 투표할 때 . . .등등 일상 생활에서 쓰여진 지시사항을 따라야 하는 일은 참으로 많다. 다시 말해 대단히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지시사항을 잘 못 따르는 원인은 어려워서 보다는 가끔 너무 쉬워서 그럴 수도 있다. ‘쉽다’라는 것을 더 구체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1.아무리 쉬워도 그 단계가 있다. 계단을 오르는 일 자체는 대단히 쉽다. 그러나 그것이 쉽다고 한꺼번에 오르거나 뛰어 올라갈 때 문제가 반드시 일어나게 마련이다. 계단 오르듯이 단계를 1 단계, 2 단계, 3 단계로 차곡, 차곡 해나가는 데는 기억력밖에는 요구되지 않는다. 즉, 순서적으로 놓는 능력(sequential order)밖에는 필요 없다.
2.어려움은 쉽다고 생각하여 한꺼번에 할 때 문제가 생긴다. 단계별로 해야할 때 이유가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구분이 되어 있을 것이다.
3.자세한 것을 일일이 챙겨야 한다.(Attend details) 자동차를 타고 빨리 가면, 길가에 핀 꽃을 못 보고 스쳐갈 수 있듯이 단계별로 하지 않을 때는 반드시 이 자세한 것을 놓치게 된다. 단계별로 하는 것은 계단을 올라가는 것 같이 똑 같은 것 만은 아니다. 도중에 자세한 것도 신경을 써야한다. 이렇게 지시사항을 읽는 능력은 읽기 과정에서 꼭 두 가지 능력만 필요로 하는데, 즉,
A. 자세한데까지 읽고 아는 능력,
B. 순서대로 단계별로 하는 능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 자체를 읽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사람들도 이 지시대로 따라 하는 것이 약 80% 정도 밖에는 못한다는 말이다. 아예, 글을 읽는데 문제가 있는 사람은 50%만 해도 다행이라는 연구가 있다.(Helfeldt, 1987년, p 603)
지시사항을 읽고 이해하는 방법(Study Skills)1.어떤 지시사항이 있을 때, 처음부터 끝가지 대강 훑어 읽어 감을 잡을 줄 알아야한다.
2.감이 잡힌 후에는 단계별로 하나씩 해나가기 시작해야한다.
3.첫 번째와 두 번째의 연결이 무엇인지?, 또 두 번째와 세 번째의 연결은 무엇인지? . . .등등 즉, 계속해서 그 연결성을 보면서 일을 해 나가야한다.
4.마지막 단계까지 다 한 후에 다시 처음 단계로 돌아와서 처음과 마지막 또 도중의 단계 등이 서로의 격이 맞는지를 점검해야한다.
5.옆의 그림이나 그래프 . . .등등이 따라 오면 그것의 자세한데까지 신경을 쓰는 훈련을 하여야한다.
6.각 단계를 거치면서 그 방향지시가 있으면, 다시 자세히 읽을 것. 또 다음 단계를 마음의 그림으로 그려보면서 혹은 말로 표현 해 보면서 하기 시작함이 바람직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것은 잘 아는 것인데,’ 또는 ‘전에 해 본 것인데. . .’라고 옛날 아는 대로 하려 들지 말고 조금이라도 다른 것이 있나 봐야한다.
7.’First,’ ‘second,’ ‘next,’ ‘last’와 ‘final’ 같은 단어가 나오면 그런 단어에 특별한 신경을 써서 지시대로 해야한다. 이 지시 사항을 쓰는 사람이 이렇게 순서를 각별히 나열하는 이유가 있다.
8.지시사항에 써 있는 대로 그 순서를 따라야 한다. 가끔, 쉬운 것, 재미있는 것을 먼저 하거나 어려운 것을 나중으로 미루거나 . . . 등의 순서를 바꾸는 일은 금물이다.
*집에서 부모님들이 도와 줄 수 있는 일1.자녀들이 무엇을 해야할 일이 있으면, 한 번만 말하고, 실행하게 하여야 한다. 부모가 여러 번 말을 하게 되면, 그 것이 ‘잔소리’로 변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잘 듣지를 않는다. 이 것은 부모님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숙제를 내 줄 때 글로 써주고, 일러주고, 또, 일일이 설명까지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2.집에서 과자(cookies)나 케이크 . . .등, 등을 만들 때 자녀들과 같이 함이 바람직하다. 그 때 자녀들 보고 recipe에 하라는 지시대로 처음부터 엄마에게 일러주고, 다음에는 혼자 하게 해 본다.
3.자동차 타이어를 바꾸는 일(사고 주의 필요한), 기계 . . . 등, 등, 지시 사항대로 해야할 일이 많다. 가능한 한 아버지와 아들, 딸 모두 같이 해 본다.
4.’색종이 접기(오리가미)’를 그냥 보여 주지 말고, 처음에는 말로 하는 것을 듣고, 그대로 해보라고 한다. 이 때에 방향에 대한 단어(즉, horizontal, vertical), 면적에 대한 단어(즉, half, square, triangle) . . .등, 영어이건, 한글이건, 어떤 단어를 유용하게 가르칠 좋은 기회가 된다. 여기서는 아름다운 새나, 비행기를 만드는 그 결과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종이 접기 과정을 통해서 자세한 것까지 하는 것, 또 말로 하는 지시를 그 대로 따를 수 있는 능력 발달이 더 중요함을 명심하시기 바란다.
5.말로 하는 것에 성공하면, 그 다음은 글로 쓴 것을 시도해 보시기 바란다. 다음은 자녀들이 직접 써보면 더 효과적이다.
6.실제로, 장난감, 전자제품 . . .등, 위험하지 않은 것은 또 자녀가 혼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스스로 하게 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
7.집으로 무슨 물건을 사라고 form이 많이 온다. 자녀들이 어렸을 때 부엌에 같이 앉아서 그런 form을 쓰는 것을 가르치기도 하고, 또 직접 써 보라고도 한다. (여기서 써서 그 물건을 사시라는 말은 아니고, 연습을 해 보라는 뜻)
많은 학생들은 고등학교 학생마저도 말도 안 되게 쉬운 일을 따르지 못 하는 수가 많다. 서론에 소개한 교수들의 일은 교수회에서 농담으로 끝이 난 일이지만, 가끔 학생들은 시험을 칠 때 단순히 이 지시사항을 못 따라 점수에 큰 난관을 보이는 수가 비일비재하다. 이 지시사항대로 할 수 있는 능력은 위에 말한 대로 1. 순서적으로 놓는 일, 2. 자세한 것까지 신경 쓰는 일밖에 없는 아주 간단한 일이지만 많은 실수들이 이 능력의 부족이 아니다. 서두르거나, 천천히 단계별로 못 해 일어나는 일이다. 어려서부터 이런 지시사항을 잘 따르는 학습 방법을 버릇화 하게 가르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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