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도 매일 밤 10시까지 학교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이 있다.

요즘 로스펠리즈 인근에 위치한 마샬 고등학교에 가보면 매일 밤 10시까지 불이 켜져있는 교실이 있다. 학생은 모두 9명. 그렇다고 10시가 되면 공부가 끝나는 것도 아니다. 각자 집으로 돌아가서도 자정까지 공부하고, 때로는 새벽 4시까지 같이 공부하기도 한다. 이들은 모두 12학년 학생들이지만 대입준비를 하는 것이 아니다. 오는 3월 16∼18일 LA에서 열리는 캘리포니아 10종학력경시대회(Academic Decathlon)를 준비하는 것이다.

지난 9일 LA교육구와 LA카운티가 각각 지역대회 시상식을 가진 10+종학력경시대회는 도대체 무슨 시험인데 매년 2만여명의 학생들이 개인시간을 포기하고 6개월동안 6∼10시간을 공부하는 열정을 갖는 것일까? 지난해 한인학생이 LA교육구 대회에서 개인종합우승을 차지하자 한인들의 관심도 늘어나고 있다. 10종대회의 2회 전국 챔피언이자 올해 LA교육구대회에서 2위를 차지한 마샬고등학교의 대표팀을 찾아가 보았다.

수잔 송-이현주양 참가
마샬고등학교에서 8년째 10종경시대회팀을 코치하는 AP역사 교사 필 체이스의 교실에 가면 일반 교실과 다르다는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교실 뒤편에 마치 사람이 살고 있기라도 하듯이 옷들을 던져놓은 소파와 탁자가 자리잡고 있고 벽 한면은 수십여개의 상패가 빽빽하게 메우고 있다. 또 책상 위에는 수십권의 책들이 어지러이 널려있고 칠판에는 이번 LA교육구 대회에서 6연승을 차지한 라이벌 엘카미노리얼 고등학교의 종목별 점수들이 쓰여있다. 이 교실은 작년 8월이후 수잔 송, 이현주 양을 비롯한 9명의 마샬고교 학생들의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10종학력경시대회 준비는 사실 그 전해 5월부터 시작된다. 다른 학생들이 모두 방학을 맞아 놀러 다니는 동안 10종대회에 참여하려는 학생들은 각 학교에서 지원절차를 밟는다. 마샬고등학교의 경우 5월말 열리는 오리엔테이션에 오는 학생은 대체로 70여명으로 여름동안 에세이, 각종 시험, 인터뷰 등을 거쳐 8월께 남은 생존자 9명으로 학교의 명예를 짊어진 대표팀이 구성되는 것이다.


93년이후 한인 9명
이들이 짊어진 전통은 벽에 달린 상패에서도 볼 수 있듯이 매우 무겁다. 93년이후 총 9명의 한인학생들이 활약한 마샬고등학교는 캘리포니아대회에서 챔피언 2회, LA교육구대회 챔피언 4회, 그리고 86년과 94년에는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쟁쟁한 학교다. 이번 대표팀의 한 학생은 바로 94년 마샬고교가 내셔널 챔피언으로 등극한 것이 마샬고교로 이사온 계기였고 또 다른 학생도 대표팀에 들어가기 위해 마샬고등학교에 전학왔다고 말할 정도로 이 분야에서 전설적인 명성을 굳혀왔다.

지난해 10종대회에 대표팀으로 참가했던 한인 수잔 송양은 "처음에는 해내지 못할 것 같고 무척 겁이 났었는데 10종대회를 준비하면서 세계음악등 다양한 지식을 얻고 무엇보다도 배움에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하고 "다른 학생들은 10종대회를 왜 하느냐고 의아해하는데 정말로 좋아하지 않았으면 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B, C학점자도 선발해야
크리스마스와 설날에 조차 놀지 못하고 공부해야 했다는 대표팀 학생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종대회에 참여한 것을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고 모두 말한다. 추수감사절 기간에는 미술사 종목을 공부하기 위해 보스턴으로 견학여행도 다녀온 이들은 오랜 기간동안 함께 있으면서 서로 허물 없는 사이로 친해지기도.

10종대회 대표팀은 A학점 학생부터 C학점 학생까지 여러 학점의 학생을 포함해야 하므로 C학점 학생도 우등생만큼 참여기회가 있다. 어느 학생이나 열심만 있으면 참여할 수 있는 대회이다.

LA카운티에서는 마샬고교외에 엘카미노리얼 고교, LA고교, 가필드 고교, 노스할리웃 고교, 팰리세이즈 챠터 고교 (이상 LA교육구), 팔로스버디스 페닌슐러 고교, 토랜스의 웨스트 고교, 버뱅크 고교, 베벌리힐즈 고교, 윌슨 고교등 11개 고등학교의 대표팀이 3월 캘리포니아 본선에 출전한다.

캘리포니아 대회는 3월 16∼18일사이 LA국제공항 매리옷호텔, 로욜라 매리마운트 대학과 UCLA에서 열리고 이 대회 우승팀은 타주 우승팀들과 함께 4월 18∼21일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열리는 전국대회에서 우열을 가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