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무던하기도 하다. 어쩜 그렇게 주렁주렁 애들을 낳았을까? 그렇게 낳았으면 제대로 키울 수는 있을까? 이름조차 헷갈릴텐데. 집이라도 넓으면 몰라, 그다지 넓지도 않은 집에, 그다지 풍족하지도 않은 살림에 어떻게 9남매에 11자매까지 애들을 기를까?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최근 TV를 통해 소개된 흥부네 가족(MBC <생방송 모닝 스페셜>), 정읍 딸 부잣집(KBS 2 <인간 극장>), 9남매의 모습(MBC <행복한 TV 가족>)은 그저 평범한 이웃집 삶일 뿐이다. 하긴 불과 몇 십년 전만 해도 다들 그렇게 살지 않았던가.
⊙ 왜 대가족 휴먼 다큐 프로그램이 인기인가?
요즘 같은 핵가족 시대에 이렇게 대가족으로 꾸려 나가는 것은 드문 일이다. 하지만 70년대까지만 해도 7~8명 정도의 동기간은 당연한 일이었다. 나이 든 사람들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이 다시 생각날 것이고 젊은이들에게는 호기심이 생기는 게 당연하다.
인천 9남매를 취재한 캔디 프로덕션의 김형수 PD는 "대가족 휴먼 다큐 프로그램은 찍기 힘든 만큼 보람도 크다. 시청자들의 관심도 크고 꾸준히 지속된다"고 한다.
딸만 11명이나 되는 정읍 딸 부잣집, 차가 다니기도 힘든 경주 인근의 산중턱에서 오손도손 살아가는 흥부네 가족, 18평 좁은 아파트에서 살아 가는 인천 9남매의 모습은 첫 화면에서부터 궁금증을 불러 일으킨다. 지난 98년 <생방송 화제 집중>에서 흥부네 가족을 다뤘다가 <생방송 모닝 스페셜>에서 최근 다시 다룬 이후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자 이런 대가족 휴먼 다큐멘터리가 줄을 잇고 있다.
이웃 일본에서도 명절 특집 프로그램의 단골 메뉴가 바로 이런 대가족 휴먼 다큐멘터리다.
⊙ 역시 감동이다.대가족 휴먼 다큐 프로그램들은 한결같이 10~15%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평균 시청률이 높은 시간대도 아니며, 또한 결코 자극적이지도 않은 소재로 이 정도의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사실은 제작진에게는 무척이나 고무적인 현상일 것이다.
과연 시청자들은 대가족 휴먼 다큐에서 무엇을 찾고 있을까? 요즘 보기 힘들다는 대가족에 대한 호기심 뿐이었다면 그것은 나무만 보고 산은 보지 못하는 격이 아닐까. 이들 가족의 모습에서 잔잔한 감동이 스며나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5살 짜리 언니가 3살 짜리 동생의 얼굴을 씻겨주고 맞벌이 부모를 대신해 집안 일을 챙기는 18살 큰 언니의 모습에서 우리가 잊고 지내던 가족간의 사랑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번 느낄 수 있다.
이들의 모습을 참을성 있게 찍어낸 제작진의 노력도 프로그램에 빛을 더하고 있다. 제작진은 보통 20분 분량을 찍기 위해 일주일 이상 그들과 함께 동고동락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새 정드는 것은 당연한 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들은 있는 듯 없는 듯 있어야 된다는 것. 그래야만 좀더 인간적인 그들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다. 정읍 딸 부잣집을 취재한 한성순 PD는 "촬영이 한참 지난 다음에야 자연스런 모습을 담아낼 수 있기 때문에 워밍업 기간이 꽤 걸린다"고 한다.
⊙ 취재의 어려운 점은?이들 기족은 TV에 나가는 것을 그다지 원치 않는다. 일상 생활이 TV를 통해 소개되는 것이 유쾌한 일만은 아닌 탓이다. 게다가 그들만 살기에도 넓지 않은 집에 취재진까지 들이닥치면 성가시기만 할 뿐이다.
그래서 취재 허락을 얻어내는 일도 보통이 아니다. 흥부네 가족을 취재한 MBC TV <생방송 모닝 스페셜> 팀은 허락을 얻어내기 위해 한나절을 매달리다시피해야 했다. 정읍 딸 부잣집을 취재한 KBS 1TV <인간 극장> 팀 역시 마찬가지. 그동안 여기저기서 취재 요청이 많았기 때문에 달가워 하지 않았다.
<정읍 딸 부잣집>은 5부작 촬영을 위해 한달 이상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촬영해야 했다.
처음에는 서먹해 하던 식구들도 시간이 지나면서 스스럼없이 대했다고 한다. 식사도 같이 하는 등 한식구 처럼 지냈다. 특히 아이들은 금방 친해졌다. 하지만 오랜 기간 찍다보면 내보이고 싶지 않은 면을 촬영하는 경우도 있어 부모들은 꺼리는 편. 촬영을 마친 후 헤어질 때면 촬영팀과 식구들이 정이 들어 차마 발걸음이 떼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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