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안한 학교보다 집에서 부모가 직접교육
▶ 현황과 가이드
미국의 교육시스팀을 믿지 못하는 부모들이 홈스쿨링(home schooling)을 통해 자녀를 직접 교육시키는 가정이 늘어나고 있다.
전국교육통계센터(NESC)의 96년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홈스쿨링, 말하자면 자택학습을 받는 학생들이 63만여명에 달한다. 전국가정교육연구소(NHERI)의 경우, 99년 홈스쿨링을 받은 학생은 130∼170만명으로 전체학생의 3%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80년대 초반에 홈스쿨링 학생이 1만5,000여명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0년사이 무려 10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우리 아이도 집에서 가르칠 수 있을까? 홈스쿨링은 어떻게 할 수 있나? LA인근 샌개브리얼지역에서 세자녀를 홈스쿨링하는 한인 김지은(가명)씨를 통해 알아본다. 김씨는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자신과 자녀들의 이름이 노출되지 않기를 희망했다.
미국에서는 홈스쿨링이 크게 증가하고 있으나 아직 한인 학부모들중에는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이 극히 드물다. 김지은씨는 홈스쿨링을 4년동안 하면서 여러 홈스쿨링 단체모임과 컨퍼런스를 다녔지만 한인 학부모를 만난 적이 단 한번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부모가 전적으로 매달려야 하는 홈스쿨링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쉽게 뛰어들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저도 처음에는 특별한 사람들이나 하는 것으로 생각했지요. 그러나 한인 가정도 홈스쿨링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된다면 많은 혜택이 있는데 모두가 너무 어렵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김씨는 중학생 때 이민온 1.5세로 영어를 제대로 가르칠 수 있을지, 교습경험이 전혀 없는데도 자녀를 이끌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홈스쿨링을 할 자신이 없었던 그녀는 남편의 격려로 처음에는 아들을 프리스쿨에 보내면서 보충학습으로 홈스쿨링을 시도해 보았다. 그러다 아들이 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2학년까지만 홈스쿨링을 하고 학교에 보내겠다는 생각에 계속하게 것이 벌써 4년째, 아들이 3학년이 되도록 지금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김씨는 홈스쿨링을 할 수 있었던 것이 홈스쿨링 학부모들이 결성한 크고 작은 학부모 모임(support group)이 많은 도움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김씨가 소속된 홈스쿨링 학부모 모임은 10여가정의 30여명 학생들이 있는 규모가 비교적 작은 단체로 학부모들끼리 조합(co-op) 스쿨을 차려 프리스쿨연령 자녀들을 모아서 함께 가르치고 다른 학년 어린이들도 2주에 한번씩 과학, 미술, 도서관 방문, 필드트립 등을 위해 함께 모인다. 학부모 모임외에도 인터넷, 홈스쿨링 권익기관 등의 월보 등을 통해 적절한 커리컬럼, 교과서 등 필요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데 캐털로그가 귀찮을 정도로 날라온다고 김씨는 말한다.
김씨는 첫째 아이가 5살이 되기 전부터 공립학교와 사립학교를 찾아다녔는데 자녀에 맞는 학교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더욱이 당시는 한참 미국 고등학교에서 총기사건 등으로 학교안전에 대한 우려가 부상했던 시기였다. 그러나 독실한 크리스천인 김씨가 홈스쿨링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중 하나는 공립학교에서 기도하거나 신앙을 따르기 어렵게 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기 때문이라고 꼽는다.
김씨가 소속된 모임도 기독교 신앙의 학부모들이 같은 관심과 걱정을 갖고 시작한 모임. 대부분의 홈스쿨링 학부모회가 기독교적 교육에 초점을 맞춘 단체이지만 그 외에도 자신과 자녀에 맞는 성격의 모임을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학부모회가 각지역에 펼쳐져 있다고 한다.
김씨는 그 외에도 홈스쿨링을 하다보니 여러 가지 장점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직접 가르치다 보니 아이의 실력을 잘 알 수 있고 아이에 맞게 가르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수학처럼 잘하는 과목은 빨리 넘어가고 영어처럼 잘 따라가지 못하는 과목은 시간을 더 오래 보내면서 보충할 수 있는 융통성이 있지요."
정해진 과목을 30여명의 학생들에게 일괄적으로 가르치는 학교에서는 학생 개개인의 실력에 맞추기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집에서 가르치면서 가족간 관계가 돈톡해지고 정서적으로 더 성숙하는 것 같다고 말한다. 김씨는 세자녀를 공부를 같이 시키지만 자녀가 혼자 공부하는 습관을 기르도록 다른 방에서 혼자 공부하도록 시키기도 하는데 처음에는 아이가 싫다고 투정을 부리는 등 어려운 점이 많았지만 3∼4개월이 지나서는 잘 따르고 있다고 한다. 또 자녀를 가르치기 위해 기초부터 익히니까 부모가 배우는 것도 많이 있다는 것.
김씨의 홈스쿨링은 사립학교의 자율학습 프로그램에 등록하는 방식으로 매일 체육(PE)과 4개 과목을 가르친다. 매일 무엇을 얼만큼 가르쳤는지 보고서를 작성, 등록 학교에 매주 제출해야 하지만 커리컬럼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매일 아침에 가르치는 성경공부도 학교과목중 하나로 인정받는다. 김씨에 따르면 가장 어려운 과목은 체육으로, 가족이 함께 YMCA에 가서 체육클래스를 통해 이수한다.
홈스쿨링은 학습에서 끝나지 않는다. 홈스쿨링은 하루 5∼6시간 자녀에게 수업을 시키는 파트타임이 아니라 교사 등 롤모델이 없으므로 자녀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씨는 빨래, 설거지 등의 가사일을 아이들과 같이 하면서 가족이 함께 일하는 습관을 길러주는데도 신경을 쓴다.
김씨에 따르면, 홈스쿨링을 하는 가정은 대부분 부모중 한명이 일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의 인식과 달리 일반 가정보다 재정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따라서 홈스쿨링은 의외로 비용이 많이 들어가지 않는데 김씨의 경우, 사립학교 자율학습 프로그램의 등록금, 서류작성 등에 연 100달러가 들어가고 재료비가 연 350∼400달러인데 책을 도서관에서 빌리면 비용을 크게 줄일 수도 있다. 체육 클래스는 YMCA 클래스가 월 13달러, 무용 과외가 40달러로 아이당 연 600달러, 그리고 학부모회 모임 회비가 가족당 연 300달러가 든다.
김씨는 자녀가 고등학생일때부터 홈스쿨링을 시작하는 학부모도 많다고 한다. 두 부부가 일하는 가정에서도 홈스쿨링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아이가 스스로 공부하는 자립심이 있지 않으면 사실 힘들다.
김씨는 홈스쿨링을 할 수 없더라도 학원에 보내는 대신 학업보충은 홈스쿨링으로 하는 것도 한인 학부모들이 고려할만 하다며 홈스쿨링을 하든, 하지 않든 자녀교육에 부모 자신이 뛰어드는 자세가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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