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생활에도 하이텍의 물결이 날로 드세게 밀려들고 있다. 자동차 안에서도 직장일에다 엔터테인먼트까지 즐기면서 목적지로 갈 수 있는 것이 요즘 세상이다. 그러나 첨단장비로 인한 안전상의 부작용도 많다는 지적도 만만찮다. 운전중 셀폰만 이용해도 주의력이 흐트러져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사고위험은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첨단기기, 편리하기만 한 것인지 점검해 본다.
"운전중에 휴대전화로 직장상사한테 골치아픈 지시를 받고 고민한다. e-메일과 주가동향, 스포츠 경기결과를 점검하고 계기판의 지도를 확인하면서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해결한다. 그리곤 DVD 화면을 통해 영화를 관람하며 출근한다".
지금 출시돼 있는 자동차관련 전자장비들로서도 가능한 오늘의 이야기들이다.
이렇게 자동차는 오디오와 비디오, 항법장치등 온갖 전자장비가 들어찬 달리는 컴퓨터, 달리는 사무실, 달리는 극장, 달리는 집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하이테크 물결의 뒷전에 처져 있던 안전문제에 대해 당국과 언론, 자동차 회사내부에서도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휴대전화의 암 유발 가능성을 놓고도 공방은 끈질기다. 이 문제는 무선통신 산업의 향배에 결정적인 요인이어서 관심이 무척 크다.
첨단 장비들이 인간을 얼마나 행복하게 만드느냐는 건강의 위험 요소가 되느냐 여부를 따지는 현실적인 논란이 되고 있다.
미 고속도로 안전국 조사에 따르면 지난 99년 자동차충돌 사고원인중 10.3%는 주의력 분산이다. 97년 조사에서는 운전부주의로 인해 모두 650만건의 충돌사고가 발생, 전체 사고의 25~30%를 차지했다.
여기에는 담뱃불을 붙이거나 화장을 하거나 심지어 메모를 한 경우도 포함돼 있어 휴대전화의 영향은 아직 수치화돼 있지 않다.
3대 자동차메이커인 포드는 최근 1,000만달러를 투자, 운전 중 휴대전화와 항법장치 등 전자장비가 운전자의 주의력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겠다고 발표했다. 차내 장착된 시뮬레이터가 운전자의 손과 발, 눈을 계속 점검하는 방식이다. 이 조사 결과는 연말에 발표될 예정이다.
GM의 전자장비 계열사인 온스타(Onstar)도 ‘팔은 핸들에, 눈은 도로에, 계기판에는 계기 수치만’이라는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온스타는 간편한 구식 버튼과 스피커, 헤드폰 등을 통해 음성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GM은 아울러 주차 브레이크를 올려 놓지 않을 경우 눈으로 보는 전자 장비는 작동하지 않도록 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주행중에는 DVD 영화를 보거나 모니터에서 지도를 검색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특히 DVD 장착 차량은 차체에 ‘DVD 장착’ 표시를 달아 다른 차량에 위험 경고를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눈으로 보는 게 아니라 귀로 듣는 첨단 장비 서비스도 위험하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있다.
지난 97년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은 음성 작동기기가 위험을 감소시키지는 않는다면서, 운전자가 눈으로는 전방과 일반 계기판을 주시하고 있지만 마음은 딴 데, 즉 음성 서비스에 가 있어서 정신이 분산되기는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이 저널은 휴대전화 사용 운전자들은 사고위험이 34% 더 높다고 밝혔다.
뉴욕 서포크카운티는 이달 운전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시켰고 뉴욕주도 유사법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하버드대학 연구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주행 중 통화의 위험성에 대한 구체적 증거는 아직 수치로 나타난 것이 없고 시장성이 워낙 크다는 점에서 관련 회사들의 상품개발 경쟁은 치열하다.
이달초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소비자전자제품 박람회(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도 자동차관련 전자장비가 큰 주제였다.
CES측에 따르면 휴대 컴퓨터 장비의 2000년 매출규모가 전년대비 8% 늘어난 90억달러를 기록했고 이중 50억달러가 자동차와 관련이 있다.
한편 항법장치 기기 관련업계의 경우 첨단 항법 장치는 운전자들의 주의력을 분산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운전자들이 도로 표지판과 지도를 찾다가 사고를 내는 일을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자동차회사 입장에서는 고객들과 차를 바꾸는 5~6년 단위로 만나왔는데 이제는 전자 장비 정비의 필요성 덕에 수시로 만날 수 있기 때문에 고객관리 측면에서도 잇점이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차 내부 서비스를 통한 대소비자 관계강화의 계기다. 이처럼 전통적인 자동차내의 AM-FM-CD 플레이어는 새 항법장치와 비디오 기기로 대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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