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교무실에서 일어난 일로 기억된다. 수업 시간 사이에 있었던 쉬는 시간에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기 위하여 리스트로 작성하고 있던 중 볼 포인트 펜 잉크가 나오질 않아서 빨간 볼펜으로 이름을 썼다. 옆자리에 앉아있던 장선생이 나에게 무엇 하느냐고 물었다. 나는 크리스마스 리스트를 보여주면서, "한제 크리스마스카드를 샀는데, 카드를 보낼 친척들의 이름을 쓰고 있다" 고 대답하였다. 미스터 장은 눈을 휘둥그래 뜨고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얼굴 색깔 마저 변하는 그의 얼굴 표정이 심상치 않아, "왜 그런 얼굴을 합니까?" 하고 그에게 물었다. 미스터 장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죽은 사람 이름이나 빨간 색으로 쓰는데..." 하면서 내가 무슨 큰 일이나 저지른 것처럼 안타까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나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아 "무슨 소리를 하느냐?" 하고 물었다. 한국풍습으로는 살아있는 사람의 이름은 절대로 빨간 색깔로 쓰지 않는다고 설명하여주었다. 살아있는 사람의 이름을 빨간 색깔로 쓰면, 그 사람을 죽으라고 저주하는 것과 같다고 덧 붙였다. 한국의 풍습과 문화를 잘 몰라서 살아 있는 사람을 펜으로 죽일 뻔한 실수를 범한 것이다.
한국사람들이 믿는 미신을 몇 가지 더 알게 되었다. 결혼하기 전에 미국에 계시는 부모님에게 사진을 보내기 위해서 사진관에 가서 약혼 사진을 찍었다. 사진을 찍을 때 웃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 "치즈"하면서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한국여자친구는 웃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사진 찍을 때 웃으면 "운이 나쁘다" 하면서 나더러 웃지 말라고 하였다. 사진을 받아본 누나가 편지에, "너의 여자 친구가 화가 난 모양이구나? 네가 그녀에게 잘못하여 주는 것은 아니냐?." 하고 물어 오기도 하였다.
그래서 결혼식 때는 그녀가 웃으면서 사진을 찍게 하려고 꾀를 내었다. 사진을 찍을 때 잡고 있던 아내의 손바닥을 간지럼을 시켰기에 그녀는 웃지 않을 수가 없었다. 산부가 활짝 웃는 결혼 사진은 보기에 좋았는데, 한국사람들에게는 그렇지 않았나 보다. 결혼식이 끝나고 장모님으로부터 아내는 야단을 맞았다. 신부가 웃으면 딸을 났는다는 불길한 징조라고 설명하여 주었다. 미국에서는 첫딸을 낳는 것을 축복으로 생각한다고 말하였더니 무슨 그런 풍습이 있느냐면서 요상한 미국이라고 믿기 힘들어 하셨다. 장모님을 안심시키기 위해 아내가 첫딸을 낳으면 공짜 베이비 시터가 생기니까 더 좋다고 하였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시면서 고개를 저으셨다.
한국풍습을 알지 못한 미국사람이 악의 없이 하였던 사소한 행위가 한국사람에게 큰 실례가 되었던 사건이 최근에 있었다. 처제인 낸시의 남편이 최근에 하늘나라로 먼저 갔다. 갑자기 남편을 잃고 슬퍼하고 있는 낸시를 분노하게 하는 일이 생겼는데, 그것은 한국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었다. 낸시 가게에 자주오던 린다라는 미국여자가 데이빗 장례식에도 참석하고 낸시를 자주 방문하면서 위로하여 주었다. 그런데 린다의 친절이 지나치다 못해 귀찮을 정도로 되었다. 상을 당한 가족들을 방문하여 슬퍼하는 가족들을 위로하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정도를 넘어서 방문시간이 길어지고 슬픔에 싸인 식구들에게 상황에 맞지 않는 농담을 하여 그들을 당황하게도 하였다. 가족이 아닌 낯선 사람의 지나친 친절을 어떻게 받아 들여야 할지 어리둥절해 하며 낸시는 린다의 돌출적인 언행을 한동안 묵과하였다한다.
낸시를 화나게 한 사건이 지난주에 일어났다. 남편의 묘지를 방문한 낸시는 남편의 묘지에 젓가락이 꼽혀 있는 것을 보고 기절할 뻔하였다 한다. 묘지에 막대기를 꼽는 것은 마치 죽은 사람을 다시 한번 칼로 찔러 죽이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처제는 자기 남편의 무덤에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가 하고 슬퍼하며 애통하고 있었다. 다음 날 린다가 찾아와서 자기가 묘지에 찾아간 이야기를 하고, 무덤에 십자가가 없어서 젓가락으로 십자가를 만들어 놓고 왔다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한다. 처제는 분노와 슬픔이 극치에 달하여 린다에게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소리쳐서 보냈다고 한다. 그후에 아무도 린다를 본 사람이 없다. 한국 문화에 무지하여 저지른 일이 남편을 잃고 슬퍼하고 있는 낸시를 더욱 더 슬프게 하는 결과가 되었고, 자기 딴에는 친절을 베풀려고 노력한 린다에게는 혼돈을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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