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혼돈속의 대선
▶ "수검표 집계반영 하자없다"
당대 최고의 율사와 법관들이 최고권력의 향방을 놓고 불꽃튀는 논전을 벌인 역사적 법정드라마의 1부가 끝났다.
이번 소송의 핵심논점은 플로리다주의회가 법으로 정한 절차를 무시한채 제출마감시한을 넘긴 수작업검표 결과를 전체 집계에 합산할 것을 명령한 주대법원의 판결이 적법한 것이었는지 여부이다.
그러나 9인의 대법관들은 플로리다주의 재검표사태가 야기시킨 법적시비에 연방대법원이 개입해야 할 것인지부터 명확히 짚고 넘어가려는듯한 태도를 취했다.
원고측인 조지 W. 부시 공화당 대통령후보진영의 첫 번째 변론인으로 나선 시어도어 올슨 변호사는 "플로리다주의회는 연방헌법에 의해 위임받은 권한에 의거, 선거의 투개표절차와 승자에 관한 잡음이 일어날 경우 이를 해결하는 방법 및 절차를 법으로 정해두었으나 주대법이 이중 일부를 파기한후 실질적으로 법을 고쳐 썼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가 과거의 지역적 사례를 들기 시작하자 안토니 케네디 대법관은 "우리는 지금 연방차원의 사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말을 끊고 나섰고 데이비드 H. 수터 대법관은 "플로리다는 개표시비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정교한 법적장치를 갖추고 있다"며 "도대체 이 시점에서 연방사법부가 개입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냐"고 추궁했다.
캐더린 해리스 플로리다주총무처장관을 대신한 조셉 클락 변호사를 상대로 한동안 일문일답을 별인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은 "연방대법원이 플로리다의 재검표사태에 끼어들 수 있는 권한은 올슨 변호사가 주장하듯 연방헌법 섹션 5에 기초한 것인가"를 물었고 이에 대해 클락이 "이제까지 우리가 언급한 것은 주법에 관한 일"이라며 우물쭈물하자 "여기는 연방대법원"이라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이 연방대법의 판결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 것인지를 묻자 클락 변호사는 "직접적인 효과는 부시가 리드중인 표차를 현재의 537표에서 900여표로 늘리는 것 뿐"이라고 답했다.
질문공세에 가담한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대법관은 "플로리다 케이스는 주대법원이 주법을 해석한 문제라며 이와 유사한 상황에서 우리는 주대법원의 의견을 존중해왔다"며 과거의 예를 들어 슬쩍 민주당측을 지원하는 듯한 발언을 하기도 했다.
여기에 맞서 올슨은 "문제의 핵심은 이미 행위가 발생한 이후에 주대법원이 이에 맞춰 기존의 법을 고쳐 적용했다는 사실"이라며 "이는 각 주정부가 자체적인 법규를 선거이전에 정해두어야 한다고 규정한 연방법에 어긋난다고 답변했다.
반면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은 대법원의 개입해야할 당위성보다는 핵심사안인 주대법원의 위법성에 질문의 초점을 맞추었다. 오코너 대법관은 고어진영의 로렌스 트라이브 변호사에게 "플로리다 주대법이 마감시한을 넘긴 표를 전체 집계에 가산토록 한 것은 기존의 규정을 고친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나 트라이브 변호사는 "1차 마감시한은 주총무처장관이 재량권을 행사할수 있는 성질의 것이었기 때문에 법정 시한으로 볼수 없고, 따라서 주대법원이 총무처장관이 정한 시한 이후에 제출된 수검표결과를 전체 집계에 반영토록 허용한 것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트라이브는 이어 "기본적으로 이번 문제는 연방대법원이 관여할 사항이 아니며 주의회가 자체적인 선거인단을 구성하려는 것 역시 위헌적인 움직임"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이에 대해 케네디 대법관은 "연방대법도, 주의회도 대선 사후문제에 관해선 아무런 발언권을 갖지 못하고 오직 주대법원만이 결정권을 행사할수 있다는 주장이냐"고 반문했다.
질문의 내용으로 미루어 보아 9인의 대법관들 가운데 수터,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와 존 폴 스티븐스 대법관은 주대법원의 판결을 인정해주는 쪽으로 기운 듯 했고 렌퀴스트와 스칼리아는 플로리다주대법의 결정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으며, 클레어런스 토머스는 따로 질문을 하지 않았으나 평소의 성향으로 볼 때 스칼리아와 같은 견해를 낼 것이라는게 중론이다. 나머지 3명중 오코너, 케네디와 브레이어 대법관은 기본적으로 연방대법원이 관여할 사안이 아니라는 견해를 표명했다.
연방대법의 판결은 빠르면 하루만에 나올수도 있으나 대법에서 심리할 사안이 아니라는 다수의견이 나올 경우 판결을 거부하고 소송을 기각할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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