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표범, 해달, 참게 사라지고 대구, 상어 득실
지구상에서 변하지 않은 곳은 거의 없다. 태평양이 베링해를 만나는 외진 곳에 위치한 섬들의 좁은 호도 예외는 아니다. 적막하기만 한 외딴 이곳 알루시안 열도에서는 관광객이나 여행선, 낚시하는 용선이나 옛스런 여관도 찾아볼 수 없다. 파도치는 바다와 전설적인 바람이 조용한 날이면 범고래의 숨쉬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좀더 자세히 둘러보고 귀를 기울이면 무언가 빠졌다는 느낌이 든다. 바위에서 낮잠을 자거나 새끼들을 향해 짖는 행복한 살찐 강치의 모습을 볼 수 없다. 성게를 씹는 털이 북실 북실한 해달도 없다. 게, 새우, 은빛의 바다 빙어류의 흔적이나 생선에게 식량과 피할 곳을 제공하는 해저내 풍성한 켈프 숲도 찾을 수 없다. 갑작스럽고 광포한 북극 폭풍처럼 알 수 없는 현상이 이 1,300마일의 거대한 열도의 생태를 단 수년간에 바꿔 놓은 것이다. 결과적으로 거대한 북극 해저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지만 정확한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알래스카 만과 베링 해의 이같은 갑작스런 변화에 자극받은 한 환경 팀이 문제 해결에 나섰다. 앵커리지보다 시베리아에 가까운 야생에서 이들은 독수리에게 공격당하고 해달에게 물리며 시속 70마일의 바람과 싸운다. 지진에도 시달리고 폭풍에 길을 잃을 잃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들은 매해 더 많은 인력을 거느리고 다시 알루시안의 패러독스로 돌아온다.
캘리포니아주 샌타 크루즈의 연방지질학연구소 소속 해양 생태학자 짐 에스테스는 지난 30년간 알루시안 지역을 여행하며 한때는 세계 최대 규모였던 건강한 해달 서식지를 연구해왔다. 3년전 여름, 에스테스는 자기가 보고 있는동안 해달이 사실상 사라졌음을 깨달았다. 원인을 분석하게 해부해볼 놈도 없고 이유를 알아볼 근거도 거의 없다. 굶주리지도 않고 병들지도 않았는데 그저 사라져버린 것이다. 80년대에 10만마리에 달하던 것인 현재는 6,000마리가 남았을 뿐이다.
알래스카 만 전체는 물론 베링해에 걸쳐 약탈자와 먹이의 균형이 인간 사회로 말하자면 ‘체제 변화’라고 불릴 정도로 극단적인 변화를 겪었다. 한때는 바다표범, 해달, 참게로 가득하던 바다가 이제는 상어, 대구, 성게에게 정복당했고 영향받지 않은 생물은 없다. 에스테스는 최근 여행에서 "10년전과 얼마나 다른지 상상도 할 수 없다. 아무도 알루시안 열도같은 거대 지형에서 짧은 시간동안 이렇게 대규모의 쇠퇴를 본적이 없다"고 말했다.
갑자기 닥치는 태풍, 변덕스런 안개 등 알루시안 열도는 늘 변화하는 동적인 곳이긴 하지만 일반적으로 생태계는 서서히 변화한다. 해양 환경학자이며 알래스카의 국립해양어업공사 알래스카 지부장인 브루스 라이트는 "이처럼 전체적인 변화를 이룬 다른 예는 생각해 낼 수가 없다"고 말했다. 알루시안에서처럼 빠르고 갑작스런 환경적 변화는 주로 인간의 훼방에서만 유래된다는 것이 UC 버클리의 진화생물학자인 데이빗 린드버그의 관점이다. 변화가 자연적이라면 동식물이 어떤 형태로든 방어 전략을 개발해 냈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차근차근 문제에 접근하던 과학자들은 지구 온난화, 지나친 어획, 공해 등 알루시안의 불행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연구하던 중 알래스카 만의 평균온도가 섭씨 2도나 더워진 1977년의 갑작스런 온난화가 주요 원인일 수 있다는 가설을 세웠다. 북극은 기온변화에 특별히 취약한 편이며 많은 과학자들은 세계적인 화석연료의 연소와 온실 개스 산출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끼쳤다고 믿는다. 확신할 수는 없지만 연구팀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상황이 연결해서 발생했을 것으로 본다. 따뜻한 해류때문에 수명도 짧은데다 수돈에 매우 민감한 플랑크톤이 없어지자 작은 요각류와 크릴도 곧 뒤따랐을 것이다. 이어 새우와 게가 청어, 빙어 등 어류와 함께 먹이를 잃고 사라졌을 것이며 그 자리를 대구와 동태가 대치했을 것이다. 따라서 한때 번창하던 새우와 게 어업은 1970년대 말 소멸한 반면 대구가 알래스카 대형 어업을 이끌어나가기 시작, 미국과 일본 소비자를 위해 매해 수백만 톤의 대구를 노획해왔다.
1980년대 중반까지 문제는 어린 포유류에게까지 확산됐다. 바다 빙어류의 쇠퇴는 필경 바다 표범과 강치 수의 급락에도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해양 포유류 생물학자들은 말한다. 빙어류는 지방이 많기 때문에 이들 없이 새끼 포유동물들이 겨울을 지낼 충분한 열량을 찾지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온난한 바다를 좋아하는 연어의 수는 늘어나 연어, 바다 표범, 강치를 먹이로 하는 상어가 모이면서 갑자기 알루시안 열도는 약탈자의 우리로 변화, 포유동물에게는 위험한 장소가 됐다.
대구의 포획도 포유류의 식량 부족을 가속화했을 것이다. 지난 7월 연방 재판관이 강치 보호를 위해 알루시안 열도에서 상업적 어획을 금지하기 전까지 모든 미국 패스트 푸드 점서 판매되던 생선이 거의 이 지역 생산이었다.
그러나 대답은 만족스럽기보는 교란스럽고 결론이 나오기는 커녕 파악이 어려울 뿐이다. 이곳 해양 생태 사슬은 사실 거미줄같아서 실오라기 하나만 없애도 전체가 몰락하며 다시는 회복되지 못할지도 모른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 바다가 상어나 대구대신 다시 해양 포유동물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돌아갈 수도 있다고 본다. 그렇게만 된다면 에스테스와 연구팀은 이를 연대기로 기록할 것이다. 그러나 먹이를 찾는 물고기, 해달, 바다 표범, 켈프 등 모든 요소가 돌아온다 할지라도 다시는 전과 같을 수 없다. 만화경의 대리석 조각처럼 다른 패턴을 이룰 것이기 때문이다. 에스테스는 "내 생애동안 이 바다의 회복은 볼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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