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탑 절도가 늘어나면서 잃어버린 컴퓨터도 컴퓨터지만 그 안에 든 정보와 자료 때문에 애태우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전국의 호텔방과 대기업 사무실에서 도둑맞는 랩탑은 자동차나 VCR, 지갑을 잃어버리는 것 이상으로 주인의 삶을 뒤흔들어 놓는데 컴퓨터 보험사 ‘세이프웨어’의 대변인 브라이언 하스는 "랩탑을 잃어버렸다는 사람들의 전화 목소리에는 혼이 나가 있어요. 그 사람들의 인생에서 첫 번째 내지는 두 번째, 세 번째 정도로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랩탑이거든요. 그래서 이것이 없어지면 모두 어쩔줄을 모르게 되지요"
최근 워싱턴 컨벤션 센터에서 열린 한 의학회의에 참가한 리온 헌든도 잠깐 전화하고 온 사이에 랩탑을 잃어버렸다. 몇분후 주제강연시 스크린에 비춰질 자료뿐만 아니라 노스캐럴라이나에 있는 환자 명단과 그들의 진료기록들이 모두 들어있는 랩탑이었다. 컴퓨터 대신 머릿속에 있는 자료로 대치해 두시간 지연시킨 강연은 끝냈지만 정말로 마음 한구석이 텅 비는 일이었다고 헌든을 회고했다.
이제 신종 범죄로 확실히 자리잡은 랩탑 절도로 올해 청구된 보험액만 8억달러가 넘는데 이것은 컴퓨터 값에 지나지 않는다. 피해자중 다수는 컴퓨터와 함께 잃어버린 자료들을 백업했지만 안한 사람도 많아 전문가들은 그렇게 일어버린 정보의 가치는 컴퓨터 가격의 서너배는 족히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수백만달러짜리 사업계획, 대형 계약 응찰서류, 프로그래밍 코드, 세일즈 데이터베이스, 마케팅 플랜등이 고스란히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올해 FBI와 샌프란시스코의 컴퓨터보안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643개 대기업의 60%가 랩탑을 도둑맞았다. 작년 한해동안 미국에서 도둑맞은 랩탑은 32만대에 가까웠는데 1995년에 20만8000대이던 것이 이렇게 늘었으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랩탑 도둑들은 컴퓨터만 원하지 그 안에 들어있는 정보까지 원하지는 않는 것 같다고 업계 및 사법당국 관계자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잃어버린 사람에게 더 아까운 것은 컴퓨터가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던 것이고 백업하지 않았을 경우에는 더욱 절실하다.
FBI는 지난달 지난 1월에 국무성에서 도난당한 랩탑에 상당한 기밀 정보가 있을지도 모른다며 그 회수에 2만5000달러의 현상금을 걸었는데 1996년에는 31만4000개의 크레딧 카드 구좌번호가 든 랩탑이 캘리포니아주 산마테오의 비자 인터내셔널 사무실에서 도난당해 이 회사는 거금 600만달러를 들여 소비자들의 피해를 막았다.
샌호세경찰국의 하이텍범죄전담반에서 일하는 사전트 단 브리스터는 실리콘 밸리에서는 랩탑 도둑이 하도 흔해서 회사들이 사건이 날때마다 신고하는게 아니라 2~3개월 간격으로 한꺼번에 모아서 신고할 정도라고 말했다. 워싱턴의 피해자중 다수는 창피하기도 하고 얼마나 쉽게 당할 수 있는지 광고하기 싫어서 그 일에 관해 말하거나 회사 이름 밝히기를 거부했는데 워싱턴 경찰은 대부분의 랩탑 절도는 건물 관리인이나 배달꾼, 또는 손님으로 위장한 소위 ‘크리퍼(creeper)’의 소행으로 보고 있다.
지난 수십년동안 방심하는 사무실 근로자들의 지갑이나 핸드백, 크레딧 카드들을 털어온 크리퍼들은 직장인들처럼 매일 다운타운 사무실로 출근한다는 것. 이들은 정장에 서류가방까지 들고 망설이지도 않고 건물안으로 들어와 진짜 직원 뒤에 바짝 붙어 보안장치를 통과하고 만일 걸리면 일자리를 구하러 왔다거나 있지도 않은 사람을 만나러 왔다고 둘러댄다는 것이다.
도난당한 랩탑은 되찾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은 주인들이 그 일련번호를 적어놓지 않았기 때문이며 도둑들이 훔치자 마자 팔아넘기기 때문이다.
도둑을 막기 위해 제조사들은 보통 가방처럼 보이는 랩탑 가방이나 랩탑과 사용자간에 일정 거리이상이 떨어지면 경고음이 나는 장치등을 끼워 팔기도 하지만 경찰이나 보험회사 사람들은 상식이 최선의 보호책이라고 입을 모은다. 랩탑을 지갑이나 핸드백처럼 취급하라는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