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셔널 프레스 클럽서 세계 선거기념품 전시회
워싱턴의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오는 17일까지 열리는 전시회가 있다. 국제선거제도연구재단(IFES)이 "선거의 달을 맞이하여 똑같은 민주주의가 개발도상국가에서는 너무나도 다른 방법으로 성취되고 있음을 언론에 일깨워주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세계 각국의 선거 관련 기넘품들이 모여 있다.
민주주의의 기술적 측면에 대해 전세계 선거관리위원회에 자문하는 IFES 직원들이 귀국하면서 하나씩, 둘씩 가져와 모인 것들이 중심이 된 이 선거 관련 기념품 수백점에는 저마다 조금씩 민주주의가 깃들어 있다. 수십장의 선거를 알리는 플라이어, 포스터, 선거용지중에는 술잔 받침에 찍은 유권자 등록 광고(보스니아) 같은 이색적인 것들이 많다.
예를 들어 투명 플래스틱으로 만든 투표함은 최근 멕시코의 역사적인 대통령 선거에 쓰인 것이다. 과거의 연이은 선거 부정에 신물이 난 멕시코 유권자들이 투표함이 미리 투표용지로 채워져있지 않은지를 직접 자기들 눈으로 확인하겠다고 주장해서 나오게 된 것이다. 그런가하면 투표할 때 딱 한번만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든 잉크부터 선거를 알리는 종도 있다.
6500권의 민주주의 관련 서적과 1310건의 선거법 관련 서류를 소장한 이 재단의 F. 클리프튼 화이트 자료센터의 공식 역할은 국제선거관리위원회에 정보를 제공하는 것인데 1988년 이후 50개국이 민주화되어 전세계 190개 독립국가중 민주국가는 120개가 되며 그와 함께 이 센터가 소장한,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마음속에 지펴진 민주주의의 열망이 개성있고 유머스럽게 표현된 기념품들도 크게 늘었다.
예를 들어 전시실 책상위에는 1994년 사우스아프리카에서 90도가 넘는 혹서 속에 1마일이 넘는 긴 줄을 기다려 처음으로 투표하는 사람들의 사진이 지난달에 열린 첫 번째 대통령 후보 TV 토론을 시청한 미국인은 5명중 1명도 안된다는 조간신문과 대조를 이루고 있다.
리처드 수드리에트 IFES 회장은 미국 사람들은 선거에 관한한 개발도상국을 본받아야지 그 반대가 되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한다. "개발도상국 국민들이 민주화 과정에 보이는 열성을 보면 흥분됩니다. 1991년에 40년만에 처음으로 민주 선거가 실시됐을 때 네팔에서 어떤 남자가 91살난 자기 아버지를 등에 업고 와 투표하게 하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11월 선거 투표율을 50% 미만으로 추산하는 미국 실정과 비교하면 참으로 맥이 빠집니다. 미국에서나 다른 나라에서나 불편이나 실망 같은 선거 참여를 방해하는 요인은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사람들은 자기가 왜 투표를 해야하는지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발도상국 유권자들이라고 미국 유권자들보다 더 이상에 불타는 것도 아니다. 1997년 보스니아의 선거 광고중 하나에는 16개의 바나나 사진과 함께 유권자에게 그중 가장 멍이 덜든 것을 고르라는 권고문이 실려 있다. "그곳 사람들도 정치인들은 모두 정직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지도자들도 저마다 흠이 있다는 것을 다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중 가장 덜 부정직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언뜻 봐서는 무슨 뜻인지 모를 것도 많고 전시물에 대한 번역이나 통역도 없는 이 전시회는 그냥 구경온 사람들에게는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는데 몇가지는 IFES 직원들에게도 미스테리다. 그렇지만 하나하나가 다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들이다.
예를 들자면 전시실 중간에 모셔놓은듯한 투나와 과일칵테일 깡통들은 1995년도 페루 대통령 선거시 개표가 지연되어 30시간 동안 먹지도 못하고 일했던 개표종사원들을 위해 황급히 마련한 도시락이었다. 아제르바이잔에서 온 플래스틱 샤핑백에 적힌 투표의 중요성을 알리는 문구는 남성 지배 사회에서 여성의 투표를 장려하느라 사용된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가장 놀라운 기념물로는 1994년도 브라질 대통령 선거시 사용되었던 투표장 칸막이를 들 수 있다. ‘앤트아티카’ 맥주 광고가 붙여져 있는 것으로 보아 돈이 급한 정부가 투표소 설치비용을 마련했던 것으로 짐작되고 있다.
그런가하면 "우리 땅을 치유합시다"라는 문구 위에 두 개의 일회용 반창고로 십자가를 그린 사우스아프리카의 티셔츠나 젊은 남자의 입에 지퍼를 채우고 "투표하지 않으면 목소리도 없다"라고 쓴 루마니아 포스터 같은 우아한 것도 있다.
파라과이의 투표함 콜렉션은 선거예산이 자꾸 줄어들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1926년에 사용된 투표함은 예쁘게 조각까지한 나무상자였음에 반해 1998년도 것은 카드보드 상자, 올해 것은 플라스틱 백이었다.
가나를 비롯한 아프리카 서부에서는 오랫동안 자물통을 단 캔바스 가방과 가벼운 플래스틱 통이 투표함으로 인기였는데 그와 함께 선거를 알리는 종도 함께 전시돼 있다. 이 종은 사람들이 하도 좋아해서 1996년도 선거에서는 사람들이 기다리는 동안 종소리에 맞춰 노래까지 합창할 정도였다. 투표일에 가장 좋은 옷을 꺼내입고 차례를 기다리며 모르는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며 종소리에 맞춰 노래를 하는 개발도상국 사람들의 모습을 오는 7일에 미국에서도 기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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