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엑소시스트’ 재개봉 계기로 관심 증대
1949년에 매릴랜드에서 일어났던 실화를 바탕으로 조지타운대학에서도 일부 촬영됐던 클래식 공포영화 ‘엑소시스트’의 재개봉으로 신세대 영화관객들에게 신과 악마 사이에 계속되고 있는 선과 악의 싸움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에 대해 새로운 인식이 심겨진 가운데 악마를 그가 소유하고 있는 사람의 몸에서 쫓아내게 고안된 의식인 ‘엑소시즘’도 새로운 평가를 받고 있다. 정신분석학으로도 설명이 안되고 의학으로도 낫게 할 수 없는 괴상망칙한 행동 사례들은 실제 존재하기 때문이다.
로마교황청은 작년에 4세기만에 처음으로 ‘구마의식’을 전면 개정했으며 지난 7월에는 로마에서 230명이 참가한 가운데 엑소시스트 컨벤션도 열렸다. 미국내에서도 시카고와 뉴욕등 몇개 교구가 최근 몇세대만에, 또는 사상 처음으로 교구 엑소시스트를 정식 임명했다.
50년전 패트릭 오보일 추기경이 14세 소년에 대한 엑소시즘을 명령했던, 영화의 무대인 워싱턴 대교구의 경우 지난 20년동안 한번도 엑소시즘이 행해진 적이 없었지만 제임스 히키 추기경은 언제고 필요가 생기면 엑소시스트를 임명할 채비가 돼있다고 수잔 깁스 대변인은 말하고 있다.
교회 관계자들은 지난 9월22일에 개봉된 이후 6대 관객 동원작중 하나가 된 이 영화로 인해 처음 개봉됐던 1970년대에 일었던 히스테리가 재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시 천주교와 개신교 신부 및 목사들은 축사 요청을 놀라울 정도로 많이 받았으며 구마의식을 하다 악마에게 사로잡혔다는 사람이 죽기도 했고 자식들에게서 악마를 쫓아낸다고 마구 때리거나 유리창으로 던지는 부모도 나왔었다.
"악을 전면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사람들에게 기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르네상스 시대의 마녀 사냥도 그랬다"고 1972년 가을에 워싱턴에서 영화 촬영장 및 기사들에게 강복을 줬던 조지타운대 교수인 예수회 소속 토마스 킹 신부는 말한다.
1973년 12월 26일에 개봉되어 크게 히트했던 윌리암 프리드킨 감독 작품 ‘엑소시스트’는 아카데미상 10개 부문 후보로 올라 음악 및 각본상을 받았는데 1971년에 자기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각본을 쓰고 제작을 맡았던 윌리암 피터 블래티가 다룬 것은 매릴랜드주에 살던 익명의 14세 소년을 대상으로 1949년 봄에 2개월간에 걸쳐 행해졌던 엑소시즘이었다.
당시 조지타운대학 3학년 학생이었던 블래티는 신학 교수를 통해 그 케이스에 관해 알게 됐는데 교수는 마침 그 일에 관여했던 신부가 캠퍼스를 방문중이어서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었다. 문제의 엑소시즘은 5월에 끝났지만 몇주 후에야 세상에 알려졌으며 워싱턴포스트지는 1949년 8월 20일자 1면에 이 이야기를 보도했다.
현재 산타바바라에 살고 있는 블래티는 "악마가 정말 존재한다면 천사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라는 생각이 났다. 누군가 그에 관해 책을 써야한다는 생각이 났지만 그 누군가가 내가 되기까지는 몇 년이 걸렸다"고 당시를 회고했는데 축사의 주인공인 소년의 정체를 아는 몇안되는 사람중 하나인 블래티는 그 소년의 이름이나 소재는 절대로 밝히지 않을 것이라면서 그가 살던 곳은 마운트레이니어라는 보도와는 달리 카티지 시티라고 말했다.
블래티는 27년만에 재개봉된 영화에 과거에는 짤렸지만 이야기 전개 및 주제에 꼭 필요한 ‘핵심’ 부분이 되살려져 기쁘다는데 그것은 구마경험이 많은 늙은 신부 랭캐스터 메린과 정신과의사이며 주인공 소녀에 대한 엑소시즘을 계기로 신앙을 되찾게 된 젊은 신부 다미엔 카라스의 대화다.
제이슨 밀러가 맡은 카라스 신부가 "왜 하필이면 이 소녀죠? 말이 안돼요"라고 하자 막스 폰 시도우가 분장한 메린 신부는 "우리를 절망하게 만들려는 것이오. 우리가 스스로를 추악한 동물로 여겨서 하느님이 우리를 사랑하실 가능성까지 부정하게 만들려는 것이예요"라고 말한다. 악마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사람들은 절망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하느님을 믿게 되어야 할 것이라고 블래티는 말한다.
조지타운대 교수로 지난 32년간 매일밤 11시15분에 이 학교내 채플에서 ‘라스트 챈스 미사’를 집전해온 킹 신부에 따르면 원래 이 영화의 마지막 부분이 그랬다. 악마의 손에서 풀려난 딸(린다 블레어)을 데리고 마을을 떠나려는 엄마(엘렌 버스틴)에게 죽은 카라스신부의 친구 신부가 이제는 악마의 존재를 믿느냐고 묻는다. 그녀가 "예, 믿습니다"고 말하면 신부가 "만일 악의 힘을 믿는다면 선의 힘도 믿어야겠죠?"라고 말하는 것.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게 되지 못했다. 버스틴이 혹시라도 자기가 어떻게 될까봐 두려워서 악마를 믿는다고 말하기를 끝내 거부했기 때문. 당시에는 그럴만한 이유가 충분했다. 뉴욕의 세트가 화재로 전소되는등 여러 가지 사건으로 촬영이 지연되고 마이크로폰에서 특수효과 이외의 이상한 잡음이 나왔으며 한 기사가 사고로 발가락이 잘라지고 영화에서도 비명에 죽은 배우 잭 맥가워런이 자기 배역 촬영을 마친 2주후에 사망하는등 괴이한 일이 연속 발생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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