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시(poetry)를 싫어한다고들 한다. 또 시험을 잘못 봤을 때는 주로 시 부분을 잘못 봤다고들 한다. 시를 싫어하건, 시험을 잘못 봤건 간에 시를 싫어하는 이유는 자신의 적성에 안 맞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학생들이 많이 있다. 그럴 수도 있겠으나 대부분의 경우는 시를 어떻게 읽는지를 몰라서 생기는 현상들이다. 그러므로 이번 주엔 이보커(EVOKER)라는 스타디 스킬을 소개하려 한다.(Burnes, Roe, Stoodt의 연구, 1998)
이보커 방법은 시는 물론 서문(prose)이나 연극(drama)을 공부하는데 적절하다. 그러나 설명문(expository)에는 적합치 않다.
이보커는 우선 클로즈 리딩(close reading)을 하여야 되는데 클로즈 리딩은 자세히 읽는 독서를 말한다. 주로 상업용 문장에 많이 쓰이는 것으로 계약문으로 쓰인다. 많은 분들이 이런 종류의 읽기를 꺼려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읽기를 못 해서가 아니고, 클로즈 리딩을 할 줄 몰라서다(지면상으로 사업문서 읽는 법에 사용되는 클로즈 리딩은 따로 쓰기로 하고, 여기서는 시, prose, 연극에 해당되는 것만 씀).
클로즈 리딩이란 자세히 읽는 것이지만, 덮어놓고 자세히만 읽는 것이 아니고 스키밍(skimming)과 스캐닝(scanning)을 반드시 겸해야 하는 읽기이다.
*스키밍은 써놓은 글의 주제(main idea)를 먼저 찾아내는 방법이다.
*스캐닝은 편지, 메모, 리포트 등을 쓸 때 어떤 개념, 문제 등을 쓰려면, 거기에 관련된 정보 수집이 필요하다. 이 정보 수집만 자세히 읽고 딴 것은 대강 지나가야만 한다.
위의 스키밍과 스캐닝은 언뜻 보면 비슷한 것 같지만 아주 다르다. 전자는 찾으려는 주제가 확실하고, 후자는 그 주제를 전개해 나가려는데 필요한 정보 수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의 공통된 점이 있다면, (1)읽는 것의 주제, 정보 수집 등의 목적이 뚜렷하며, (2)그 외의 리딩은 거이 안 읽는 상태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보 수집과 주제를 읽을 때 반드시 갖추어야 할 요소는 (1)아주 자세하게 읽는 것(attend details)과 (2)정확하게 읽어야 한다(accurate reading). 예를 들어 시에서는 언어의 미를 추구하므로 음률, 라이밍(rhyming), 박자(iambic, pentameter, alliteration…) 등에 조화를 이룬 글이므로 가끔 정확하게 파악이 힘든 경우가 많다. 이 클로즈 리딩을 못하면 이보커 방법을 쓰기가 어렵다. 다시 말하면, 클로즈 리딩을 할 줄 아는 것이 이보커의 전제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보커(EVOKER) 방법이 무엇인가?
1. E(Explore)-시를 읽기는 읽지만, 읽는다기보다는 조용히 혼자 흝어 읽어본다. 전체의 메시지가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그 시(가끔 prose나 drama)를 느끼는 과정이다.
2. V(Vocabulary)-시는 다른 글과 달라서 그 시의 주제가 단어 몇개 내에 있을 수가 있다. Key words를 찾아내야 한다. 만일 모르면 사전에서 찾을 수도 있지만, 시는 상징을 많이 쓰기 때문에 간단한 key words가 어떻게 쓰였느냐에 그 뜻이 크게 좌우된다. 예: 한국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사랑 받는 윤극영 작사, 작곡의 ‘반달’은 누구나 잘 아실 것이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 계수나무, 한 나무 토끼 한 마리, 돛대도 아니 달고, 삿대도 없이, 가기도 잘도 간다, 서쪽 나라로. 은하수를 건너서 구름 나라로, 구름 나라 지나서 어디로 가나, 멀리서 반짝 반짝 비치는 것, 샛별이 등대란다 길을 찾아라.’
첫째 key words 찾기: (1)돛대도, 삿대도 없는 쪽배-1924년, 나라 없는 조국의 모습을 정처 없이 흘러가는 쪽배로 상징했다. (2)은하수, 구름 나라-저 하늘, 저 멀리, 아름답기는 하나 조국을 잃고 길 잃은 괴로움과 고독에는 터무니없는 아득한 세상을 상징한다. (3)반달, 계수나무, 한 개, 토끼 한 마리 등을 그와 대조적인 보름달, 우거진 숲, 정다운 토끼 쌍 등과 비교해 볼 때 어디까지나 나라를 잃은 민족의 마음의 상태를 상징했다. (4)샛별, 등대--나라를 빼앗긴 한국이 찾아야만 할 조국의 갈 길을 제시해 주는 상징이다. 그러면 주제는 어떻게 찾나?
이런 여러 개의 key words를 통해 이 시(노래)는 ‘길을 찾아라’ 즉, 조국을 찾는 길을 말하는 것이 이 시의 주제라고 본다. 주제를 찾을 때 그 때 당시의 장소(이 시의 장소는 현실과는 멀지만 언제인가는 갈 수 있는 아름다운 나라. 사건(나라를 뺏긴 민족의 서러움). 사람(식민지에 있던 국민…) 등을 이해함이 중요하다. 이 시 하나를 통하여, 역사 공부도 되는 일이다.
이 시는 아이들이 즐겨 부르는 동요이기는 하지만 그 뜻으로 보면, 어른의 세계를 그린 것이다. 이 시에서 단어를 몰라서 이 시를 못 읽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주제를 찾는 것 자체가 읽는 학생의 읽기 수준을 말한다. 즉 초등학교 수준은 간단히 밤에 뜬 반달을 그린 시에 불과하다. 그러나 중학교, 고등학교 이상은 그 시가 쓰여졌을 때를 안다면 이 주제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시나 드라마는 물론 주제가 가장 중요하지만, 음률, 라이밍 등으로 그 말 자체가 아름다워야 한다. 그 아름다움이 위의 반달 같이 간단명료한데 있기도 하지만 가끔 어려울 수도 있다.
3. O(Oral reading)-시의 아름다움을 이해하고 즐기기 위해서는 반드시 시는 소리내어 읽어야 한다. 소리내어 읽을 때 표현력을 발휘하며 읽어야 한다. 위의 ‘반달’은 그 시의 아름다움이 음악의 멜로디로는 서러운 음악이 되었다. 이 가사를 이해했을 때 이런 가사를 베토벤의 심퍼니 9 같은 음악으로 불릴 수는 없다. 아무리 아름다운 시라도 시마다 음악으로 불려지지는 않기 때문에 음악 대신 소리내어 읽는 것(prosody, 쓰여져 있는 음률)이 아주 중요한 방법이다.
4. K(Key Ideas)-시는 항상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첫째는 그 시의 내용, 혹은 prose, drama의 내용이 아주 중요하다. 다른 예로써는 아더 밀러의 ‘세일즈맨의 죽음’의 주제가 여러 개가 있을지 몰라도 또 그 주제가 드라마 자체에 없을 수도 있다(간접적으로는 물론 있다). 물질 문명의 한계를 그린 드라마인 것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
위의 예의 ‘반달’은 주제가 조국을 잃은 국민의 아픔도 되지만 그 주제가 ‘샛별이 등대란다, 길은 찾아라’에 있다.
둘째는 그 내용을 어떻게 표현했느냐에 있는 것이다. 가끔 이 표현이 너무 복잡할 때 그 표현과 내용을 혼동하는 수가 있다. 시의 ‘반달’의 표현의 아름다움은 간단함(simplicity)에 있다고 본다.
5. E(Evaluate)- 다시 key words에 돌아가서 그 key words를 갖고 주제와 무슨 연결이 있는지 또는 theme을 어떻게 잡았는지를 검정/파악해야 한다.
6. R(Recapitulation)-이 때는 이해가 끝이 났지만 반드시 다시 읽어서 그 내용만 아니고 시의 미와 깊은 뜻을 바탕으로 다시 읽는 과정이다.
문의 전화: (909)861-79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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