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달러짜리 오디오세트, 20만달러짜리 다이아몬드 반지, 6만5,000달러짜리 시계, 1만달러짜리 코트, 7,000달러짜리 핸드백과 한 사람에 200달러인 한정식-.
LA 한인타운 업소에서 판매되는 최고급 상품의 명세서중 일부다. 이민 연륜이 쌓이고 부를 축적한 한인들이 늘어나면서 타운업소에서도 유명 브랜드의 고가 상품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이같은 고가품은 으레 ‘본국 관광객’이 사가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나 천만의 말씀. 고가 롤렉스 시계의 경우 고객의 90%는 LA 한인들이다.
시계 중에선 코리아타운 플라자‘세인트 크로스’에서 판매하는 ‘롤렉스 플래티넘’이 단연 최고의 시계. 100% 백금에다 다이아몬드 시침을 박은 화려한 이 시계의 값은 6만5,000달러. 웬만한 샐러리맨 1년 연봉보다 비싸 1년에 한 두개 팔기도 힘드나 얼마전 필리핀계 거부가 사갔다고 리처드 안 사장은 전했다.
꾸미기에 따라 한없이 가격이 올라가는 오디오 세트도 만만찮다. 한인타운 오디오 전문점 ‘LA전자’에 따르면 최고급 브랜드군에 속하는 전문기기로 오디오를 설치할 경우 가격은 30만~50만달러. 예를 들어 크렐의 앰플리파이어(12만달러), 윌슨 오디오의 스피커(20만달러), 마크 레빈슨의 CD 플레이어(2만5,000~3만달러), 프리앰프(1만5,000달러)에 케이블 값 10만 달러 정도를 더하면 훌쩍 50만달러에 이른다. 물론 주종을 이루는 것은 5,000달러 미만 제품들이지만 한인 오디오팬 중들도 10만달러 이상의 오디오를 사가기도 한다.
다이아몬드야 원래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타운내 한 업소에서는 얼마전 5캐럿, 18만달러짜리를 팔았다. 다이아몬드는 같은 1캐럿이라고 해도 순도와 GIA 감정서 유무에 따라 수천달러가 차이 난다. 대부분 한인 보석업소에서 취급하는 고가 다이아몬드는 2캐럿에 1만5,000~2만달러 정도. 그 이상 고가제품은 홀세일러를 통해 주문 판매한다.
5캐럿으로 품질이 최고 수준이면 30만달러를 호가한다. 타운업소에 따르면 한인 상류층이 많이 찾는 다이아몬드는 3캐럿 정도. 미국인들이 순도에 민감하지 않은데 반해 한인들은 G컬러 이상의 고순도 제품을 많이 찾는다.
여성 의류 중 눈길을 끄는 제품은 1만달러가 넘는 유럽산 ‘러벗’ 캐시미어 코트. 코리아타운 플라자 ‘샤넬’에서 판매되고 있는 이 제품은 부유층을 중심으로 40대 이상 중년 여성들에게 인기다. 이밖에 이 업소에는 세르티, 아이스버그, 안토니오 후스코 등 유럽 최고 브랜드의 여성 정장도 갖추고 있다. 한벌 가격은 1,500~3,000달러. 서울서 오는 한국의 유명연예인도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타운에 나와 있는 핸드백중 최고가 제품은 독일산 꼼테스 악어핸드백. 코리아타운 플라자안 ‘밀라노’에서 판매하는 이 핸드백의 가격은 6,000~7,000달러선. 악어 가죽 일부분을 모아 만든 것이 아니라 악어 한 마리가 통째로 들어갔기 때문에 더 비싸단다. 한인들이 가장 많이 선호하는 가격대는 500달러선.
식사는 베벌리힐스 우래옥의 ‘로열 디너’가 최고가. 전식, 메인 코스, 후식에 30여가지 음식이 나오는 최고급 한정식 코스로 한 사람에 200달러를 받고 있다. 신선로, 사시미, 도미, 대합 구이 등 임금님이 받던 수랏상 부럽지 않다고 메니저 세라 김씨는 소개했다. 최고가 저녁식사의 기록을 세운 것은 한 미국인 중년 부부로 밥값이 1,200달러라고 한 관계자는 전했는데 로열 디너 2인분에다 750달러짜리 와인 ‘밸런타인 30’ 한 병을 곁들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고가상품은 자칫 서민들에게 위화감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나 이런 유명 브랜드가 타운에 등장한 것은 한인사회의 성장을 가늠하는 또 다른 척도라는 시각도 있다. 남자 양복의 경우 한 벌 2,500~3,000달러도 많으나 많은 사람들은 일년에 한 두번 있는 대폭 세일 때를 기다려 구입하는 알뜰 샤핑 패턴을 보이고 있으며, 롤렉스도 스테인레스 케이스의 2,500달러짜리가 가장 인기품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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