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학생들은 수학에 강하고 영어에 약하다"
한인 학부모들 사이에 막연히 오가던 이야기가 스탠포드 9 성적표에 숫자로 드러나고 있다.
2000년도 스탠포드 9 시험의 학교별 성적이 지난 17일 캘리포니아 교육국에서 발표된 가운데 스탠포드 9 성적표를 받은 한인 학부모들은 자녀가 수학 부문에서는 높은 퍼센타일을 받은데 비해 미국에서 태어나거나 자란 2세들도 영어성적이 많이 떨어진다는 사실에 우려하고 있다.
세리토스의 팻 닉슨 초등학교에 3학년으로 재학하는 김모군은 산수를 96퍼센타일을 받은 반면 독해부문(reading comprehension)에서는 어휘력이 69퍼센타일을 받아 종합 83퍼센타일을 받았다. 올해 스탠포드 9 시험의 인종별 통계는 8월중 발표될 예정으로 아직 집계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통계를 참고하면 김군의 사례가 아시안 학생들가운데 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카노가팍의 웰비 웨이 초등학교에서 영재 매그닛 프로그램의 5학년 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제니퍼 유씨는 "지난 7년간 가르치면서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 한인 학생들의 영어실력이 반에서 중간쯤을 차지한다"며 "많은 한인 학생들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독해 부문에서 백인 학생들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글렌데일의 글렌옥스 초등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을 가르치는 유대선씨도 "한인 학생들이 영어를 사용하는 기회가 학교에 한정되어 있으므로 아무래도 어휘, 독해력이 떨어진다"며 "특히 한인 학생들이 책을 또박또박하게 잘 낭독하면서도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면서 읽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교육관계자들은 한인 학생들이 영어에서 실력이 떨어지는 이유가 당연히 백인 학생들보다 영어를 접하는 기회가 적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가정에서 영어를 사용하더라도 한인 가정에서 사용되는 어휘의 수준, 문법 등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수지 오 3가초등학교 교장은 자녀가 미국에서 태어났다고 영어를 잘할 것으로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라며 한인 이민가정과 미국 중산층 가정에서 어린이들이 접하는 언어생활의 수준에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또 한인 학생들이 더 성장하면서 한인끼리만 사귀고 전체 학교 커뮤니티에서 멀어지는 경향도 중학교에서 대체로 영어실력이 떨어지는 이유중 하나로 지적되고 있다.
교육관계자들은 학생들의 독해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독서
꾸준한 독서생활이 독해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는 기본이다.
해리 포터 시리즈와 같은 팬타지, 미스터리, 역사소설, 비소설 등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도록 장려하되 자녀의 흥미와 일치하는 책이 효과적이다. 가족이 함께 읽는 시간을 갖거나 부모가 독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독서습관을 기르는데 중요하다.
또한 독서는 반드시 책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 신문 등을 활용할 수 있으며 자녀가 영어신문, 잡지를 쉽게 볼 수 있도록 구독하는 것도 추천할만 하다.
독해부문에서 한인 학생들이 약한 부분은 어휘력외에 본문에 명시되지 않은 내용을 추론하는 능력으로 자녀가 책을 읽을 때 좋아하는 부분 옆에 "재미있다" 등의 간단한 메모를 적도록 하는 것도 읽으면서 생각하는 습관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탠포드 9 시험은 학생들이 가장 흔히 읽는 소설류외에도 교과서와 같이 서술적인 책, 전화번호부, 조리법 등 일상생활에서 접하는 글 등 3가지 유형의 본문이 같은 비중으로 출제되는데 한인 학생들은 세번째 유형의 독해문제에서 약한 편이다. 마켓에 가거나 요리하는 등 부모와 함께 활동하고 대화하면서 쌓는 일상생활의 경험이 이 부문에서 성적을 향상시킬 수 있다.
올해부터 스탠포드 9 시험성적은 학생의 독해력에 따라 독서목록 점수(reading list score)를 배정, 웹사이트에서 점수별로 추천도서 목록을 찾을 수 있다. (박스 참조)
■대화
독서만큼 중요한 것이 부모와의 대화이다. 어린이들이 학교에서 지내는 시간은 하루 6시간에 불과해 가정에서 부모와의 대화에서부터 새로운 어휘, 개념 등을 배우고 사고력을 기르며 제2의 교육을 받는다. 책을 읽거나, TV 혹은 영화를 보면서도 자녀가 주인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또는 사건이 어떻게 전개될 것 같은지 물어보면서 생각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독해력을 기르는데 큰 도움이 된다. 수지 오 교장은 유태인 학생들이 유치원에서부터도 영어를 매우 유창하게 잘하는 것도 신문, TV 등을 보면서 부모와의 대화를 통해 더 풍부한 언어생활을 갖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문화적인 배경 때문에 한인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간 대화라는 것이 "책 읽어라", "숙제 했느냐" 정도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깊은 대화가 절실하다고 교육자들이 입을 모은다.
유대선씨는 학부모가 책을 읽지 않았더라도 자녀가 읽는 책에 대해 일반적인 질문으로 자녀가 독서내용에 대해 생각하도록 유도할 수 있으며 영어를 하지 못하는 경우 한국어로 갖는 대화도 자녀에게 중요한 경험과 교육이 된다고 강조한다.
<우정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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