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오피니언> 이 아침의 시

‘젖’
썩은, 썩어가는 사과가 젖을 물리고 있다 하루의 시간도 한 해의 시간도 막바지 능선을 타 넘는 야산 언덕에서 썩은, 썩어가는 사과가 아직 푸른 힘줄이 꿈틀거리는 젖가슴을 …
[2019-10-10]
‘공공장소에서 껴안는 일’
식당을 나서려다스페인에 있을 때부터 알던 옛친구를 만났지. 우리는 서로를 껴안았지. 점심을 같이 먹은, 엘리자베스 시대 시인들의 성을 가진 옆에 있던 동료들은후에 남자를 껴안는…
[2019-10-08]
작은 친절
생각해 봤어, 당신이 복잡한 통로를 걸어갈 때 사람들이 발을 끌어당겨 당신을 지나가게 하는 일, 혹은 낯선 사람들이 흑사병의 잔해 같은 재채기라도 하면 ‘신의 축복을!…
[2019-10-03]
‘찰옥수수’
평해 오일장 끄트머리 방금 집에서 쪄내온 듯 찰옥수수 몇 묶음 양은솥 뚜껑째 젖혀놓고 바싹 다가앉은저 쭈그렁 노파 앞 둘러서서 입맛 흥정하는처녀애들 날 종아리 눈부시다 가지런한 …
[2019-10-01]
‘격언’
늦은 밤, 나무가지들이 창을 두드릴 때당신은 아마 생각할지 모르지, 사랑이란 자신의 뜨거운 프라이팬에서 뛰어나와 타인의 불 속으로 들어가는 것과 같다고 하지만, 사랑은 좀 더 복…
[2019-09-26]
‘과수밭은 둥글다‘
복숭아나무가 감나무 손을 잡고 감나무가 자두나무 손잡는 걸 보니 새삼 눈물 난다 저 가지들이 내 인생에 들어와 은근슬쩍 연애라도 하자 하면 둥글게 과일 익어가듯 연애하다 보면 나…
[2019-09-24]
‘농부의 아내는 이반젤리스트가 나오는 TV를 끄네’
내가 자라면서 알던 예수님은 바깥을 좋아하시지.낚시를 하지 않을 때는무화과 열매를 따거나 겨자씨들을 우리에게 보여주곤 하시지.그는 먼지 덮인 길과 평범한 참새들과평원의 나리꽃을 …
[2019-09-19]
‘추석’
아고야, 무신 달이 저래 떴노금마 맨키로 훤하이 쪼매 글네야야, 지금은 어데 가가 산다 카드노마눌 자슥 다 내뿔고 갔으이고향 들바다 볼 낯빤디기나 있겠노 말이다가가 말이다본디 인…
[2019-09-17]
Charles Simic‘어떤 부분적 설명‘
웨이터가 주문을 받아간지 너무 오래 된 것 같다음산한 점심 식당, 창밖에는 눈이 날린다 밖은 그새 더 어두워진 것 같다 주방의 문이 열리는 것을 본 뒤 마지막으로 창밖을 지나가…
[2019-09-12]
‘운집雲集’
사람들이 구름처럼 모여들었다오가며 눈빛 마주칠 때마다 열열이두 손 움켜쥐고 부둥켜 안는다 우리, 이렇게 뜨거운 사람들이었나? 잔치가 파하기 전 막차를 탔는데집으로 돌아오는 골목길…
[2019-09-10]
‘겨울나기’
입오므려 ‘보고 싶다’라고 중얼거린다이름도 알 수 없는 겨울새 한 마리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춤추듯 옮겨 않는다.저 새도 이 겨울을 나겠지?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옮겨 다니며그…
[2019-09-05]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
찻잔 속의 스푼 노란 봉투 속의 편지보드라운 종이 위에 글씨를 눌러쓰던 손아침의 웃음소리의자에 걸쳐진 여인의 하얀 셔츠 열린 창문, 공기 블랙버드의 노래또 다른 새의 침묵11월,…
[2019-08-29]
‘교대역에서’
3호선 교대역에서 2호선 전철을갈아타려면 환승객들 북적대는 지하통행로와 가파른 계단을 한참오르내려야 한다 바로 그 와중에서그와 마주쳤다 반세기 만이었다머리만 세었을 뿐 얼굴은 금…
[2019-08-27]
‘300마리 양들’
얼어붙은 들판그들이 마실 물은 물탱크로 흘러가기나 하는 걸까?그들은 서로 껴안고, 따스한 온기를 나누기는 하는걸까?(올해는 양띠의 해라지?학자들은 중국의 12궁도와추종자, 리더에…
[2019-08-22]
‘물의 북’
소금쟁이가 웅덩이에 떠 있다죽은 듯 있다산 것이 산 채로 꼼짝도 않을 때그것은 집중발이 딛고 선 곳을 두드리는 순간잠잠하던 물이 안테나를 펼쳤다떨림은 울림에서 피어난다벌레 한 마…
[2019-08-20]
‘영감님께 보내고 싶은 편지’
서방님이라 부르기도 부끄럽던 새색시 시절 세상을 떠난 당신께 편지 한 장 고이 적어 보내고 싶었습니다 혼자 남겨진 세상살이 어찌 살아왔는지 적어 보내야지, 보내야지 하다가 여든다…
[2019-08-15]
‘그래요’
일어날 수 있는 일이죠, 돌풍도지진도, 아마겟돈도, 그럼요 언제든지 그런 일은 생길 수 있죠.혹은 빛나는 햇살이나, 사랑이나, 구원도 아시죠, 그럴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는…
[2019-08-13]
‘IPoem’
누군가 사과를 한 입 베어 먹은 노트북불복종을 증거하는 상처난 사과 그것을 끊임없이 상기시키는저 치명적 초승달,이브는 노트북 같은 것은 꿈도 꾸지 않았었지 그녀의 어두운 미소, …
[2019-08-08]
‘방을 밀며 나는 우주로 간다‘
산동네 지하방들은 하나 둘 풍선처럼 떠오르기 시작하고 밤마다 우주의 바깥까지 날아가는 방은 외롭다 사람들아 배가 고프다인간의 수많은 방을 싣고 지구는 날고 있다 그런 방에서 세상…
[2019-08-06]
‘칠월’
칠월은 녹색 혁명 중이다 체 게바라가 즐겨 쓴 모자를 좋아하는 어느 전사와 산을 오른다 칡넝쿨이 산길을 온통 가로막는다 지독한 가뭄에도 더러 살아남은 개망초, 창백한 얼굴로 혁명…
[2019-08-01]

first prev 11 12 13 14 15 16 17 18 1920next last

한국일보 안내광고

렌트/리스/하숙
구인구직
중고차
전문업체

라디오서울

많이 본 기사

이전 다음

1/5

지식톡

more

케이타운 1번가

구인
렌트

오늘의 1면

포토뉴스

news image

해안절벽 붕괴로 여성 2명 매몰

news image

개빈 뉴섬 주지사 첫 주정연설

news image

서부 눈폭풍 비상사태***가주도 피해 잇달아

news image

리치몬드-산라파엘 브릿지 콘크리트 떨어져 반나절 통행 차단

news image

가이저빌 알렉산드리아 밸리 평원

news image

설경 즐기는 베이지역 주민들

news image

‘트럼프 모자 쓴 손님’ 거절 산마테오 식당 결국 사과

news image

세종한국학교 설날잔치

핫이슈

폴란드 대선 ‘친트럼프’ 야권후보 나브로츠키 당선
1일(현지시간) 치러진 폴란드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민족주…

오피니언

옥세철 논설위원
정말이지 기도를 할 때가…
은행잔고가 아니라 경험
메건 매카들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메건 매카들 칼럼] 트럼프의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면

조형숙 수필가 미주문협 총무이사
나란히 흐르는 두개의 시간
임석훈 / 서울경제 논설위원
일본 호네부토 방침
민병임 뉴욕지사 논설위원
[살며, 느끼며] 6.3 대선, 패자에게 박수를

도 넘은 트럼프의 대학ㆍ유학생 공격
LA와 캘리포니아 엑소더스 막으려면
김미선 서북미문인협회 회장ㆍ시인
[한국춘추] 흰 연기 와 붉은 어보(御寶), 고종의 편지

이전 다음

1/3

지사별 뉴스

NY
DC
SF
SEA
HW

위클리 교육

대학 입시 성패는 11학년 여름방학… 효율적인 준비 요령
12학년을 앞둔 여름방학은 대학 입시에서 성패를 가르는 시기다…

자동차

현대차,‘아이오닉9’ 미국 판매 시작
현대차 미국법인은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아이오닉…

연예

스포츠

주간운세

이벤트/공지사항

x

로그인

회원가입

Koreatimes.com 서비스는 Ktown1st.com과 통합계정입니다. 계정이 없으신 분은 회원가입을 해 주세요.

　

하단의 스팸방지코드(recaptcha)를 클릭해주세요.

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