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n Francisco
- 이 아침의 시
이 아침의 시
까마귀가 울지만 내가 울음을 듣는 것이 아니라 내 몸 속의 날 것이 불평하며 오장육부를 이리저리 헤집다가 까마귀의 희로애락을 흉내내는 것이다 까마귀를 닮은 동백숲도 내 몸 속에 …
[2012-12-13]이 아침의 시
다람쥐 쳇바퀴처럼 잘도 돌아가는 전기 요금이 두려워 전기담요 한 장 못 켜고 쭈그리고 누웠다 그라지 문 앞에 젖무덤 사이에 얼굴 처박고 한데 어울려 자는 강아지 …
[2012-12-11]이 아침의 시
저쪽 골목 끝에서 당신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나는 얼른 눈을 돌렸습니다 잠시 기다리다 고개를 들었을 때 당신은 꺾어진 다른 길로 돌아서 가고 있었습니다 다 찢어진 채 애…
[2012-12-06]이 아침의 시
내 옆방의 아저씨, 실직했다고 며칠 전 아줌니랑 대판 쌈을 벌이더니, 아줌니는 보따리 싸들고 집을 나갔는데, 어디서 성능 좋은 녹음기 하나 장만해 와서는 아침부터 간드러진 유행가…
[2012-12-04]이 아침의 시
까치가 철탑 위에 둥지를 틀었습니다 한동안 아무 일이 없었습니다 바람이 불고 비가 왔습니다 이윽고 그 철탑둥지에서 까치가 날고 까치새끼가 날기 시작하였습니다 철탑…
[2012-11-29]이 아침의 시
1 하얀 대낮에도 비 내리고 무지개 섭디다 숲 위에 선 무지개는 완벽한 반원에서 무너지고 대서양 쪽에서 꺼먼 구름이 악마처럼 몰려오는 게 보입니다. 아무도 모르게 하루가 …
[2012-11-27]목소리이 아침의 시
수 김 ’영원Ⅱ’ 그립다에 도돌이표를 붙여 그립다 그립다 흥얼거리면 한 옥타브 올라간 심장은 두근두근 화음을 넣고 떠오른 얼굴 쉼표를 찍어도 멈춰…
[2012-11-22]이 아침의 시
그 여자 고달픈 사랑이 아파 나는 우네 불혹을 넘어 손마디는 굵어지고 근심에 지쳐 얼굴도 무너졌네 사랑은 늦가을 스산한 어스름으로 밤나무 밑에 숨어 기다리는 것 …
[2012-11-20]이 아침의 시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2012-11-15]이 아침의 시
스물일곱의 내 딸은 2001년 9월에 뉴욕에 살고 있었네 레드클리프를 나오고 예일에서 인류학을 전공했었지 사람이 출처가 분명치 않다며 고고학을 더하다가 신학…
[2012-11-13]이 아침의 시
벽제 화장장 밖에 나왔다가 풀밭에 버린 많은 담배꽁초들 본다 함부로도 버렸구나 싶던 나도 피우던 담배를 툭 던진다 뭘 버렸느냐 물으면? 말할까 아무 것도 아니다 …
[2012-11-08]이 아침의 시
강을 누워서 흐르게 하라 강을 일으켜 세우지 말라 일으켜 세워진 강은 뛰어내리기도 전에 발이 썩고 다리가 썩고 온몸이 썩고 썩은 젖에 아이들이 썩는다 강을 누워서 흐리…
[2012-11-06]이 아침의 시
11월의 저녁답 은사시나무 숲을 떠나 목젖이 붓도록 울며 날아가는 새들과 어두운 하늘 난간을 저어가는 별이 한 채 미늘에 꿰인 것처럼 목울대가 아픈 날 어깨를 툭 치…
[2012-11-01]이 아침의 시
치솟아 천 길 높이 아득한 저 석벽 열 길도 못 오르고 주저앉은 아픔이여 차라리 한포기 풀잎으로 저 산정에 돋아라 신경효(1942 - ‘)이루지 못한 꿈’ 전문…
[2012-10-30]이 아침의 시
산을 넘었습니다 들로 오시지요, 할머니 까마귀 떼 속으로요 할머니께서 처녀적 꿈 얘기를 하신 그 가을날 한 마리씩 산 넘어간 까마귀들 여기 다 모여 있네요, 발갛게 달아…
[2012-10-25]이 아침의 시
요즘 우울하십니까? 문제의 동영상을 보셨습니까? 그림의 떡이십니까? 원수가 부모로 보이십니까? 방화범이 될까 봐 두려우십니까? 더 많은 죄의식에 시달릴까 싶으십니까? …
[2012-10-23]이 아침의 시
가죽나무 타고 넘어 들어갔던 서대문 형무소 왜식 목조건물 사형장은 나의 놀이터였지 도르래에서 밧줄을 끌어내려 목에 걸었지 축하해, 젊음의 교수형을 집행하는 화환(花環) 목…
[2012-10-18]이 아침의 시
모여 살아도 따습지 않고 부비며 지내도 허허한 마음 하늘 휘저으며 몸부림쳐도 잊혀지지 않는 강산아 훌훌 갈꽃으로 날아가도 바람벽에 부딪히는 망향 서러운 바람결에 퉁…
[2012-10-16]이 아침의 시
삭발머리 소년 로꾸거가 뒤로 걷는다 찰방찰방 빗길을 걷는다 구두 가게로 들어간다 구두를 벗어주고 돈을 받아 나온다 이발소 뒷문으로 들어간다 머리를 길게 길러서 앞문으로 …
[2012-10-11]이 아침의 시
바위 모서리에 걸터앉아 담배를 한 모금 피워 물고 있는데. 산새도 한 마리 꽁지를 까불며 내 곁에 앉았다. 연기를 내뿜으면 달아날꺼라 숨도 못 쉬고 있는데, 온…
[2012-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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