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기홍 HUB 천하 대표
이탈리안 사이프러스(Italian Cypress) 나무는 사시사철 짙은 녹색을 유지하며 하늘 높이 치솟는 게 특징이다. 그래서 남가주에서는 이 나무를 울타리처럼 집 주변에 심어 독립적인 주택 공간을 만들어 놓는 곳들이 적지 않다. 보기에도 너무 멋진 나무지만 이제는 만약 산불 위험 지역 인근 주택에 심어져 있다면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가 되고 있다. 산불로 발생한 불씨들을 통해 쉽게 옮겨 붙을 수 있는데다 한 번 불이 붙으면 높은 키 만큼 불길이 타오르면서 불기둥 역할을 해 순식간에 주택에 불을 번지게 하기 때문이다.
남가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팜(Palm) 트리도 예외는 아니다. 하늘 높이 치솟는 것이 특징이지만, 이 나무는 한 번 불이 붙으면 좀처럼 꺼지지 않아 소방관들이 얘를 먹는 대표적인 나무 중 하나다.
올해 초 LA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 이후 주택보험 가입자들에게 조경수나 집 주변의 나무들을 제거할 것을 요구하는 보험사들의 요구가 더 거세지고 있다.
산불 피해 예방을 위해 집 주변의 나무나 풀 등을 제거하라는 요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었기 때문에 새로운 얘기는 아니지만, 지난 1월의 초대형 산불 이후 집 주변 나무들을 제거하지 않으면 갱신이나 신규가입을 해주지 않겠다는 등 더욱 까다로운 조건을 내세우며 보험 가입자들을 압박하고 있다. 설령 갱신이나 신규 가입을 받아준다고 해도 보험료 부담이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을 피할 수 없다.
집 주변에 나무가 많으면 사생활 보호와 함께 그늘도 생기고 경관도 좋아져 삶의 환경도 좋아지는 효과가 있지만, 대형 산불 발생 시 이런 나무들이 불쏘시개로 변해 엄청난 재산피해를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근본적인 해결 차원에서 이런 나무들은 근본적으로 제거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아예 집 주변의 나무를 없애라는 뜻이다.
보험사가 이와 관련해 가입자들에게 보내 오는 공문 내용 중에 자주 등장하는 단어가 “Clearance”라는 것이다. 이는 “정리 구역”이라고 해석할 수 있는데, 이는 집 주변에 있는 나무, 풀, 덤블과 같은 가연성 물질을 제거하거나 정리하는 것으로 산불 발생 시 불길이 주택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한 예방조치라고 할 수 있다. 또 “defensible Space”(방어 공간)를 언급하기도 하는데, 이는 산불 발생 시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을 위해 반드시 확보돼야 하는 공간을 말한다.
방어 공간은 존(Zone) 0부터 2까지 나뉘어져 있으며, 이 중 존 0는 가장 엄격한 구역으로 주택 건물에서 5피트 이내에는 가연성 물질을 완전 제거하도록 하는 것으로 불씨가 집 주변에서 불로 커지지 않도록 해 건물이 화염에 직접 노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소방 전문가들에 따르면 특히 존 0는 산불 피해를 75% 이상 줄일 수 있는 핵심구역이어서 가급적 건물 5피트 이내에는 식물이나 나무, 가연성 물질 등을 모두 제거하는 게 바람직하다. 또 존 1은 5-30피트 내에 풀이나 나무를 정리하는 것을, 존 2는 30-100피트 내에서 잔디 등 낮은 식생물을 정리하고 나무 사이 간격을 확보하며 정기적인 관리를 필요하는 구역이다.
보험사들의 나무 제거 요구가 늘고 있는 이유는 산불 위험이 갈수록 커지고 있고, 이에 따른 피해도 날로 증가하면서 피해보상에 따른 보험사의 재정압박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보험사들은 가연성 식물이나 나무 제거를 통한 산불 피해 확산을 막는 예방조치들을 의무화하는 주 정부의 조치를 이용해 갱신이나 신규 가입 때 이를 반영하고 있는 것도 주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보험사들은 위성 사진이나 직접 방문 등을 토대로 집 주변의 위험 요소들을 직접 확인하고 있고, 문제점으로 지적된 사항들에 대해 30-60일내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만약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갱신 거부나 보험료 대폭 인상을 가입자에게 통보한다. 집 외관과 주변을 예쁘게 단장하고 싶은 마음이야 누구나 다 같겠지만, 산불 위험 지역에 속한 주택이라면 재산과 인명을 보호하기 위해 작은 위험 요소라도 제거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보험 유지는 이미 퍼시픽 팰리세이즈 산불에서 볼 수 있듯이 필수라는 점에서 부담이 적지 않더라도 산불 위험 지역이나 인근에 집이 위치해 있다면 보험사의 요구에 적극 응하는 게 궁극적으로 득이 된다.
문의 (800)943-4555, www.chunh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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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홍 HUB 천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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