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11조원 투자계획 발표
▶ 텍사스 신공장 세워 대량생산
▶ 대만 협력사와 상호관세 면제
▶ 중국 AI 칩 수출 허가 받아내
▶ 트럼프 “관세 덕에 성과” 자찬
엔비디아가 TSMC·폭스콘 등 대만 기업과 함께 향후 4년간 미국에서 최대 5,000억 달러에 달하는 인공지능(AI) 하드웨어를 생산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4일 마러라고에서 만나 미국 투자와 AI 가속기 중국 수출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 뒤 열흘 만에 나온 공식 발표다. 엔비디아는 대만 협력사를 활용해 관세의 영향을 피하는 한편 매출에서 1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과의 거래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14일 엔비디아는 TSMC·폭스콘·위스트론 등과 “미국산 AI 슈퍼컴퓨터를 미국 내에서 처음으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엔비디아 최신 AI 가속기인 ‘블랙웰’ 칩셋은 이미 TSMC의 애리조나 피닉스 파운드리에서 생산에 들어간 상태다. 엔비디아는 “앰코 및 SPIL(실리콘웨어정밀산업)과 애리조나에서 패키징 및 테스트 작업에 협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폭스콘·위스트론과는 텍사스에 AI 가속기를 데이터센터용 서버로 제작하기 위한 100만 평방피트(9만 3,000㎡) 규모의 공장을 신설한다. 이 공장은 12~15개월 안에 대량생산에 본격 돌입한다. 또 공장 설계와 운영에 엔비디아의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해 자동화 로봇도 제작한다는 구상이다.
엔비디아는 “AI 슈퍼컴퓨터를 미국에서만 생산하는 최초의 사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황 CEO는 “세계 AI 인프라의 엔진이 처음으로 미국에서 구축되고 있다”며 “미국 제조업을 추가함으로써 급증하는 AI 칩과 슈퍼컴퓨터 수요를 더욱 효과적으로 충족하고 공급망을 강화하며 회복 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엔비디아는 미국 내 생산 강화로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영향을 피하는 한편 중국 AI 칩 수출 허가를 받아낸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테크 매체 디인포메이션은 엔비디아가 올 1분기에만 160억 달러에 달하는 중국 전용 AI 가속기 ‘H20’의 주문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H20은 블랙웰 등 최신 AI 가속기 대비 성능이 낮아 중국 외에는 수요처가 없다.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수출 규제를 강화하면 막대한 규모의 H20이 자칫 재고로 남을 수 있는 만큼 엔비디아의 고민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엔비디아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하다. 지난해에도 매출의 13%를 중국에서 거뒀다. 중국 기업들의 ‘우회 수입’을 감안하면 실제 비중은 더욱 높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절박한 상황에 처한 황 CEO가 마러라고를 찾아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는 후문이다. 9일 미 공영방송 NPR은 황 CEO가 마러라고 만찬에 참석해 미국 내 대규모 투자를 약속하자 트럼프 행정부가 H20 수출 제한 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닷새 만에 ‘4년간 5,000억 달러’라는 거액의 투자 계획이 나오게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엔비디아의 대규모 투자가 자신의 성과라며 자찬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엔비디아에 대한 상호관세 영향을 고려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며 “이 분야 거의 전부를 장악 중인 엔비디아의 결정은 여러분이 들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발표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다만 엔비디아의 ‘투자’는 설비 추가가 아닌 발주를 의미한 것으로 읽힌다. 이날 엔비디아가 언급한 협력사 중 옛 아남그룹의 후신으로 미국에 본사를 둔 앰코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은 대만 업체다.
TSMC는 물론 폭스콘·위스트론·SPIL 등 대만 기업이 미국 내 공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물량’을 채워주며 황 CEO의 고국인 대만을 지원하는 한편 관세 리스크를 회피하고, 미국 내 투자라는 명분까지 챙기는 고도의 전략으로 해석된다.
블룸버그는 “5,000억 달러라는 수치는 엔비디아가 AI 공급망에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든 제품의 총가치로 대형 클라우드 기업들이 최신 장비로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고 짚었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주요 클라우드 빅테크의 올해 AI 인프라 투자액이 전년보다 44% 늘어난 총 3,710억 달러를 기록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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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윤민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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