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워싱턴포스트 ‘전문의에게 물어보세요’
▶ 스탠포드 의대 7년 걸쳐 28만명 연구 결과
▶ “대상포진 백신 맞으면 치매 위험 20% 감소 사회적 연결 유지·음주 절제 등 생활습관을”
다음은 신경과학자 출신의 과학 저널리스트인 리처드 시마가 최근에 나온 대상포진 백신의 치매 예방 효과에 대한 새로운 연구 보고서에 대해 설명하는 글을 워싱턴포스트(WP) 건강 섹션에 게재한 것이다.
치매 위험을 줄이고 싶다면, 대상포진 백신 접종을 고려해보자. 새로운 연구는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위험을 낮춘다는 지금까지 가장 강력한 증거를 제시한다.
연구진은 웨일스의 성인 28만 명 이상을 추적했고, 7년에 걸쳐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발병 위험을 20%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네이처(Nature)’에 실린 이번 연구 결과는 치매라는 커지고 있는 부담을 관리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 매년 새롭게 치매를 진단받는 사람의 수는 2020년 51만4,000명에서 2060년에는 약 1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55세 이후에는 치매에 걸릴 위험이 42%에 이른다.
치매에 효과적인 치료법은 거의 없으며, 생활습관 변화 외에는 뚜렷한 예방 수단도 없다. 옥스포드 대학교 정신의학 임상 강사인 맥스 타케는 “인구 전체에서 치매 위험을 의미 있게 낮추거나 발병 시기를 늦출 수 있는 단 하나의 치료법이라도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대단한 소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은 타케는 이어 “대상포진 백신은 그런 치료법 중 하나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자연 실험의학 연구에서 무작위 대조 시험(Randomized Controlled Trials, RCT)은 비슷한 참가자들을 무작위로 치료군과 대조군에 나누어 치료나 개입의 효과를 측정하는 가장 신뢰받는 기준이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이러한 통제된 비교가 자주 불가능하다. 예를 들어, 백신을 맞는 사람들은 맞지 않는 사람들과 다른 건강 습관을 가진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 둘을 직접 비교하기 어렵다.
이번 연구는 웨일스가 2013년 9월 대상포진 백신 프로그램을 시행하면서 생긴 역사적 우연성을 활용했다. 1933년 9월2일 이후 태어난 웨일스 성인만 백신 접종 대상이었고, 그 이전 출생자는 제외되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보건 정책은 백신 접종 자격 기준을 기준으로 거의 동일한 배경과 나이를 가진 두 집단을 비교할 수 있는 ‘자연 실험’을 만들어낸 셈이다. 스탠포드 의대 조교수이자 이번 연구의 책임 저자인 파스칼 겔트세처는 “실제 무작위 임상시험을 하지 않고도 그에 가장 가까운 비교를 할 수 있는 방식이라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겔트세처와 동료들이 전자의료기록을 분석한 결과, 7년 동안의 추적 기간 동안 대상포진 백신을 맞은 사람은 치매 진단을 받을 확률이 3.5% 낮았고, 이는 상대적인 치매 위험이 20% 감소한 것과 같았다. 이러한 치매 위험 감소가 다른 요인 때문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연구진은 건강 습관이나 의료 이용 같은 여러 변수에 대한 정밀 분석을 진행했지만, 다른 개연성 있는 설명은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 연구는 약화된 생바이러스로 만들어진 1세대 백신인 조스타백스(Zostavax)의 효과를 조사한 것이며, 기존 연구들과 일치하는 결과를 보여준다. 2024년, 타케와 동료들은 조스타백스를 맞은 미국인의 건강 기록과, 2017년부터 조스타백스의 효과 감소로 사용이 줄고 난 후 싱그릭스(Shingrix)를 맞은 사람들의 기록을 비교한 연구를 수행했다. (조스타백스는 2020년에 공식적으로 단종되었다.)
이들은 싱그릭스가 대상포진 예방에 더 효과적이며, 치매 위험 감소와 진단까지 평균 17% 더 긴 시간을 제공한다는 점을 발견했다. 타케는 “서로 다른 인구와 국가에서 수행된 이 두 연구는 같은 결론을 향해 가고 있다고 본다”며 “이처럼 증거가 한 방향으로 모이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대상포진 백신과 치매의 연관성연구진에 따르면,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 위험을 줄이는 것과 관련해 두 가지 주요한 생물학적 기전이 존재한다.
첫째, 대상포진 백신은 어린 시절 수두를 유발하고 이후 신경 세포 안에 잠복해 있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aricella-zoster virus)의 재활성화를 줄인다. 이 바이러스는 성인이 된 후 다시 활성화되어 대상포진으로 나타나며, 화끈거리고 아픈 발진이 특징이다.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의 재활성화는 치매 위험 증가와 관련이 있으며, 이는 그로 인한 염증 반응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겔트세처는 말한다. 염증은 치매 발병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다른 연구에서도 다양한 종류의 감염과 치매 위험 증가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고, 몇몇 연관 연구에서는 다른 종류의 백신들도 치매 위험을 낮출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둘째, 백신 자체가 면역 체계를 더 넓게 활성화하는 효과를 가질 수 있으며, 이는 치매를 늦추거나 예방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연구진은 말한다. 타케는 이 두 가지 기전이 상호 배타적인 것이 아니며, 모두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흥미로운 점은 두 연구 모두 백신의 보호 효과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더 강하게 나타났다는 점이다. 그 이유는 아직 명확하지 않다. 여성은 백신에 대해 더 강한 반응을 보일 수 있고, 치매가 발병하는 양상도 다를 수 있다. 실제로 여성은 남성보다 알츠하이머병에 걸릴 확률이 두 배 높다.
겔트세처는 조스타백스 대상포진 백신이 치매와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하기 위해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이 필요하다고 말하며, 이는 “보건 당국과 의료계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는 자연 실험 연구에서 얻은 근거를 바탕으로, 생백신으로 만든 조스타백스를 시험하고 싶어 한다. 조스타백스는 현재 미국에서 더 이상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겔트세처는 민간 재단과 기부를 통해 연구 자금을 모으는 중이다.
■치매 위험 줄이는 방법겔트세처는 대상포진 백신이 “한 번만 맞으면 되고 비용도 매우 저렴하며 쉽게 구할 수 있지만, 현재 존재하는 치매 치료법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50세 이상 성인에게 대상포진 백신을 두 차례 접종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2022년 기준, 자격이 있는 미국인의 36%가 백신을 접종했다. 또한, 2024년 랜싯 치매위원회(Lancet Commission) 보고서에 따르면, 치매의 45%는 생활습관과 환경 변화로 지연되거나 예방될 수 있다고 한다.
치매 위험을 낮추고 인지 건강 수명을 늘리기 위해,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실천을 권장한다. 즉, 사회적 연결 유지, 음주 절제, 건강한 혈압 유지, 청력 저하 문제 해결(보청기 사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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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chard Si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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