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무역주의자들은 무역에 관한 한 경제학을 무시하는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그들의 정책은 끝내 현실과 충돌을 일으켜 종종 어색하고 예상치 못한 결과를 초래하며 국내 생산과 고용 촉진이라는 명시적 목표 달성에 실패한다. 이건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참모들은 보호무역 정책에 진심이다. 하지만 25%의 수입관세로 국내 자동차 산업을 무너뜨리고 중국 브랜드에게 글로벌 시장을 넘기는 것은 바로잡기 힘든 실책이 될 것이다.
트럼프 참모들을 행동하게 만드는 감춰진 속마음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다. 관세 신봉자인 피터 나바로가 독일, 일본 및 구체적으로 이름를 밝히지 않은 ‘다른 국가들’의 ‘속임수’가 “본질적으로 우리를 식민지로 바꾸어 놓았다”고 주장하게끔 만든 동기가 무엇인지 누가 알겠는가?
백악관의 무역 및 제조업 담당 수석참모인 나바로는 트럼프 관세가 ‘높은 임금’, ‘수 백만개의 추가된 일자리’와 타인들로부터 ‘우리 자신을 지켜줄 강력한 제조업’에 기반을 둔 미국의 ‘황금기’를 불러올 것으로 확신한다. 하지만 아무리 좋게 말해도 가능성이 낮은 얘기다. 어떤 경우에서건 금융시장은 트럼프를 믿지 않는 듯 보인다. 그들은 트럼프가 조만간 미국 경제를 맨땅에 패대기칠 것이라 생각한다.
도금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 들여다봐도 관세가 미국의 경제 부흥에 영향을 주었다는 흔적은 발견되지 않는다. 한 연구팀은 그 당시 관세는 미국이 세계적 경쟁력을 지닌 제조산업국으로 성장하는데 “기여한 바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결론지었다.
한동안 미국 제조업의 총아였던 자동차 산업은 그 이후 관세를 비롯한 보호조치를 발동해 외국의 경쟁자들로부터 그들을 지켜달라며 정부를 상대로 로비를 펼쳤다. 그러나 정부의 보호조치는 자동차 시장을 왜곡시켰다. 점차 경쟁력을 잃게 된 자동차 업계는 이제 중요한 시장에서 해외의 라이벌에게 속수무책으로 밀리고 있다.
정부가 자동차 산업을 얼마나 알뜰하게 챙겼는지 보여주는 재미있는 본보기가 이른바 닭고기 세금(chicken tax)이다. 이는 1960년대 빈티지 경트럭에 부과된 25% 관세로, 원래는 독일산 폭스바겐 콤비 미니밴과 픽업 트럭을 겨냥한 것이었으며 미국산 닭고기에 유럽이 관세를 부과한데 대한 보복 조치의 성격을 띄운다. 세계 무역 규칙을 충족시키기 위해 모든 경트럭 수출국으로 적용 대상을 확대한 닭고기 세금은 여전히 유효한 규정으로 남아 있다.
닭고기 세금에 의해 보호를 받는 미국 자동차 제조사들은 포드 F-150 시리즈와 같은 픽업 트럭과 경트럭으로 분류되는 다른 근육질 SUV를 만드는데 주력했고, 이들이 지금 국내에서 판매되는 모든 신차의 5분의 4를 차지한다. 반면 픽업드럭과 달리 2.5%의 미미한 관세가 매겨진 승용차는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났다. 그로 인한 결과 중 하나로 미국산 승용차는 지구상에서 가장 연료 효율성이 낮은 자동차 브랜드라는 평가를 받는다. 또 하나의 문제는 중요한 외국시장에서 미국산 차량이 완전히 매력을 잃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은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 외에 높은 가스비, 좁아진 도로폭 등을 감안해 소형 승용차를 선호한다.
트럼프의 보좌관들은 닭고기 세금이 불러온 이러한 왜곡에 전혀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들은 레이건 행정부가 무역불균형 해소 차원에서 일본을 압박해 끌어낸 대미 자동차 수출의 자발적규제(VER)를 무역정책의 황금표준으로 여긴다. VER에 따라 일본 자동차사들은 미국에 생산시설을 세우고 현지 노동자를 고용하는 등 미국 자동차 산업 생태계의 일부가 됐다. 1991년에 이르면 일본 자동차사들이 미국의 자동차 및 픽업트럭 생산량의 15%를 차지하게 된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 자동차사들의 경영방식에 재빨리 적응했고 닭고기 세금으로 알려진 25% 관세장벽의 보호를 누리는데 초점을 맞추었다.
트럼프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을 미국-멕시코-캐나다 협정으로 대체한 것 역시 악수로 작용했다. NAFTA 체제 아래서 미국의 자동차사는 멕시코의 도움으로 저렴한 인건비의 잇점을 지닌 아시아 경쟁사들에 맞설 수 있었다. 그러나 이를 대체한 3국 협정의 규정에 따라 미국의 경트럭 부품은 최소한 시간당 16달러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는 공장에서 구입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값싼 멕시코산 부품을 쓸 수 없게 됐고 이로 말미암아 미국 경트럭의 비싼 가격을 낮추지 못했다.
트럼프 관세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즉각적인 스티커 쇼크를 안겨줄 것이다. 미국 자동차 노동자연합(UAW) 지도부는 관세를 지지하지만 조합원들은 벌써부터 대량 해고를 걱정한다. 높은 가격과 (북미 국경을 여러번 넘나드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관세부과로 인해) 헝클어진 공급망이 수요를 감소시키고 생산량을 줄일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 전반의 실제 피해는 이 정도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 산업은 진실의 순간에 다가서고 있다. 기후변화는 전 세계적으로 전기차 수요를 강화했다. 중국은 이 분야의 선두주자일뿐 아니라 배터리에 들어가는 광물의 채굴과 가공에서 배터리 생산 및 저렴한 자동차의 최종 제조에 이르기까지 정교한 파이프라인을 소유하고 있다. 주요 EV 제조업체인 BYD는 초고속 충전시스템을 개발해 전기차 채택의 주 장애물중 하나를 제거했다고 주장한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자동차를 전 세계 시장으로 운송하기 위해 초대형 화물선을 건조 중이다.
미국인들은 값싼 중국산 차를 구입하지 않는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중국산 차량의 미국 시장 진입을 막기 위해 설치한 높은 관세와 다른 무역장벽을 바이든 행정부가 고스란히 물려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해외시장에서 미국산 전기차는 중국의 EV에 필적하지 못한다. 예를 들어 ‘BYD 시걸’은 테슬라의 가장 저렴한 옵션의 절반가 이하로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가 국내산 EV 구입시 제공하는 세금 인센티브를 제거할 경우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전기차를 완전히 포기할 것이라 믿는 것은 터무니없는 망상이 아니다.
북미 파트너들로부터 단절된 채 고율 관세의 보호를 받는 미국의 자동차 메이커들은 기후변화를 무시하고 해외 시장을 중국에게 넘기는 것 이외에는 달리 선택지가 없을 것이다. 그들은 관세장벽으로 둘러쌓인 국내 시장에서 내국인들을 상대로 개스비가 많이 드는 비싼 자동차를 판매할 것이다. 나바로의 눈에는 관세가 미국이 식민지가 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처럼 보일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의 자동차사들은 고립된 섬이 되어 이 세상에 미미한 흔적조차 남기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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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두아르도 포터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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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중국이 전세계가 미쿡을 앞설걸로 짐작이 가는데 인건비비싼 미쿡에서 어떤것을 생산해도 가겨 경쟁을 할수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