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기업 해외 생산기지에도 고율 관세…대미 교역구조·공급망 재편 유력
▶ 일본·EU 등 경쟁국 대미 협상 경과 주시… “먼저 패 보이기보단 차분한 대응”

3일(한국시간) 오후 부산항 부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미국 정부가 2일(미국시간)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한국은 미국의 상호 관세 부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사실상 백지화 되면서 미국과 새로운 통상 협정을 체결해야 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향해 전방위적인 상호관세 예봉을 휘둘렀다.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동맹국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다.
미국이 한국산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매기면서 정부는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의 방미를 추진하는 등 공식 협상 채널 가동에 나설 계획이다. 다만 관세 협상의 결과물을 얻는 데 서두르지 않고, 전략 수립에 보다 신중을 기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한국 기업들의 생산기지인 베트남 등 글로벌사우스에도 '관세 폭격'을 퍼부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들의 대대적인 공급망 재편 가능성이 있는 데다, 일본·유럽연합(EU) 등 경쟁국들의 대미 협상 경과도 주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6일(한국시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주요 산업계가 해외 생산기지로 삼는 글로벌사우스 등 제3국도 미국의 고율 관세를 맞은 상황이어서 우리 기업들의 교역 구조와 공급망 재편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며 "이 과정을 지켜본 뒤 본격적인 통상 협상에 뛰어들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쟁국들의 상황도 지켜봐야 하므로 한국이 먼저 나서서 패를 내보이며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우리 산업계에 절대 유리한 게 아니다. 지금은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정부와 통상 당국이 관세 협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배경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가 각국에 부과한 상호관세율이 비관세 장벽이나 무역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한 결과라기보다는, 단순히 대미 무역 흑자 규모에 비례해 책정됐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한마디로 미국에 흑자를 많이 낸 나라일수록 더 높은 관세를 맞았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후 정상외교에 발 빠르게 나섰던 인도와 일본 등도 이번 상호관세 조치에서 예외를 받지 못한 점은 이런 분석에 힘을 싣는다.
상호관세율을 낮추려면 대미 흑자를 줄이는 것이 관건이지만 수출이 경제 성장의 핵심 동력인 한국으로서는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에 대한 수출을 마냥 억제할 수는 없는 처지다.
정부와 업계는 우선 대미 교역 구조와 공급망 재편을 중심으로 대응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LG 등 한국 기업의 주요 해외 생산기지인 베트남과 인도 등 글로벌사우스 지역은 이번 상호관세의 최대 피해 지역으로 꼽힌다.
특히 삼성전자는 전 세계 스마트폰 생산 물량의 50% 이상을 베트남에서 조달하고 있다.
하지만 베트남산 수입품에 대한 상호관세율이 46%로 책정되면서 이들 제품이 미국 시장에 진입하는 데는 제약이 불가피해졌다.
한 통상업계 관계자는 "베트남 등에서 생산한 제품의 미국 수출이 어려워지면서 수출 방향을 유럽이나 중국 등으로 다변화하는 동시에 상호관세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한국에서 생산한 제품을 미국으로 보내는 전략이 검토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기업들의 이 같은 공급망 재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미 관세 협상 전략을 가다듬어야 하는 상황이다.
아울러 정부는 당장 3일부터 품목별 25% 관세가 적용된 자동차 산업에 대한 긴급 지원 대책을 이번 주 중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대책에는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에 관세까지 겹친 자동차 업계를 대상으로 국내 소비를 진작하고 근본적인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한편, 공급망 재편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경쟁국들의 움직임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이 초기 협상을 통해 상호관세율을 일부 낮추는 데 성공하더라도, 이후 협상에 나선 경쟁국들이 한국보다 더 유리한 조건을 얻어낸다면 결과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트럼프 1기 당시에는 미국이 캐나다·멕시코와의 USMCA, 한미 FTA 등 일부 국가를 중심으로 협상을 진행했기 때문에 한국의 발 빠른 대응이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상호관세 대상에 포함된 만큼 주변국의 협상 전략과 성과가 한국의 대응 방향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여기에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으로 협상의 실질적인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도 정부가 대미 협상에 속도를 내기 어려운 요인이다.
정상 간 소통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하면 '알래스카산 액화천연가스(LNG) 구입' 등 굵직한 카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꺼내 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경우 경제성과 LNG 공급 시점 등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파악해보겠다"며 "한국이 프로젝트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쉽게 승낙을 할 수도 없는 문제여서 향후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 차원의 거래를 주고받을 때 사용될 카드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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