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T “반독점 당국, 매각의 규제 위반·경쟁 제한 여부 평가”
▶ 당국 압박에 내달 2일 예상됐던 美블랙록과 계약체결 미뤄져
▶ 국영 CCTV, SNS에 “상대방에게 칼 건네는 격” 비판글 올렸다 삭제

홍콩 기업 CK허치슨홀딩스가 보유한 파나마운하의 발보아 항 [로이터]
중국 당국이 홍콩 기업 CK허치슨홀딩스가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권을 미국 기업 블랙록 측에 매각하기로 한 거래에 대해 반독점 조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공식 확인했다.
이번 매각에 대한 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CK허치슨은 당초 내달 2일로 예상됐던 미국 블랙록 컨소시엄과의 최종 계약 체결을 보류했다고 29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중국의 시장규제·감독 기관인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SAMR)은 전날 홈페이지 문답 형식으로 올린 입장문에서 CK허치슨과 블랙록 간의 파나마 항구 거래에 대해 "반독점 부서에서 주목하고 있으며, 법에 따라 심사해 시장의 공정경쟁을 보호하고 사회의 공공이익을 지킬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17일 블룸버그통신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SAMR 등 중국의 여러 기관이 국가 지도급 인사들의 지시를 받아 이번 거래에 보안 위반이나 반독점법 위반이 있는지 조사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는데 이를 공식화한 것이다.
FT는 "중국 국가 기관이 홍콩에 기반을 둔 기업이 관련된 거래를 조사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지적했다. CK허치슨은 리카싱 청쿵(CK·長江)그룹 창업자 가문의 주력 회사다.
SAMR은 언제 조사를 시작되는지 등 자세한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조사 대상이 이번 거래 전체인지, 아니면 파나마 운하 항구 두 곳에 초점을 맞출지도 명확하지 않다.
이와 관련해 FT는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해 SAMR이 지난주부터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조사를 준비하고 있으며, 이번 매각이 중국 국내 해운과 국제 화물거래 시장에서 법규를 위반하거나 경쟁을 제한하는지 여부를 평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한명 이상의 업계 전문가가 이번 반독점 조사와 관련해 SAMR에 자문했으며, 한 전문가는 이번 파나마 항구 매각이 중국 해운사와 화주의 경쟁력을 약화하지 않도록 보장하라는 조건을 블랙록 컨소시엄에 요구하라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번 매각에 대한 당국의 압박 수위가 높아지는 가운데 CK허치슨은 블랙록 측과의 최종 계약 체결을 미뤘다.
SCMP와 로이터통신은 CK허치슨과 가까운 소식통을 인용해 당초 양측이 계약을 마무리할 예정으로 알려졌던 내달 2일에 공식 서명이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다만 계약이 취소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파나마 운하에 있는 항구 5개 가운데 2개를 운영해온 CK허치슨은 지난 4일 파나마 운하 항구 운영사 지분 90%를 포함해 중국·홍콩 지역을 제외한 전 세계 23개국 43개 항만사업 부문 지분 등 기타 자산을 블랙록 컨소시엄에 매각하기로 하고 145일간 우선협상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거래 규모는 228억 달러다.
이 발표는 지난 1월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이 파나마 운하를 운영한다"며 운하 통제권을 가져와야 한다고 주장한 데 뒤이어 나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번 파나마 항구 매각 거래를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영향력 경쟁에서 미국의 승리라고 자랑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으나 이달 중순부터 파나마 항구 매각 거래를 강하게 비난하는 관변매체 논평들을 중국공산당 중앙홍콩마카오 공작판공실 등 당국 홈페이지에 연달아 올리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홍콩 당국은 지난 27일에는 "이번 거래를 신중하게 고려하기를 바라는 여론에도 관련 기업은 직접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 사람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홍콩 기업으로서 국익과 민족적 대의의 관점에 따라 국가 이익을 해칠 수 있는 거래를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내용의 대공보 기사를 게시했다.
중국 국영방송인 중국중앙TV(CCTV)가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계정 '위위안탄톈'도 29일 파나마 운하 항구 매각을 공격하는 글을 올렸다가 곧 삭제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위위안탄톈은 해당 글에서 CK허치슨의 파나마 항구 매각 거래가 "상대방에게 칼을 건네는 것과 마찬가지다. 미국의 위협 아래 기업이 항만 운영권을 매각하는 것은 근시안적 행동으로 패권주의를 부추기고 세계에 더 많은 갈등과 충돌을 가져올 뿐"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