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일 변호사
“저에게 불리하고 중요한 조항만 간단히 설명하여 주세요” 아마 필자가 가장 많이 듣는 손님들의 부탁 내용의 하나인 것 같다. 20-30페이지 계약서의 검토를 부탁하시면서 본인이 알아야 될, 본인에게 불리한, 또는 중요한 사항만 검토하여 간단히 설명하여 달라는 부탁을 받게 되면 일단 난감하다. 필자의 일반적인 대답은 서류에 명시되어 있는 조항이 모두 중요 하다는 것이고 그 모든 내용을 전부 숙지하고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프랜차이즈 편의점이 20년 이상 임차인으로 있는 건물을 소유한 건물주에게 소송이 들어왔다는 것이었다. 원고는 임차인이었다. 내용은 가게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사다리를 통해 냉장고를 수리하러 지붕에 올라가던 냉장고 수리인이 사다리에서 추락하여 아주 크게 부상을 입었다는 것이었다. 그 냉장고 수리인은 편의점 주인인 임차인을 소송하였고 임차인은 다시 건물주를 소송한 사건이었다.
임차인의 주장은 사다리가 벽에 너무 가깝게 설치되어 있어서 위로 올라가는 과정에 사다리의 가로대와 가게의 벽 사이에 손가락을 넣어 가로대를 잡을 충분한 공간이 없었고 또한 사다리의 가로대와 가로대 사이의 공간이 너무 넓어서 위험하였다는 주장이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 전에 건물주 사업체 보험에 청구하면 일단은 보험회사에서 처리하여 줄 것이라 상담을 드렸다. 하지만 보험이 없으시단다. 오랫동안 한 임차인이 사용하였고 임차인에게 보험 가입 책임이 있다고 임대계약서에 명시되어 있으니 본인은 보험이 필요 없을 것이라 생각하여 십 수년 전에 보험을 해약하셨단다.
또한 건물주는 20년동안 한 번도 그 건물에 가본 적도 없고 모든 건물의 관리와 수리를 임차인이 하였는데 왜 자신이 소송에 휘말리게 되었는지 의아해하시는 상황이었다. 물론 건물내에 설치된 따라서 임차인이 관리하던 또는 관리하여야 하는 사다리이니 임차인의 책임이어야 된다는 것이 본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임차인을 대리하는 임차인의 보험회사는 사건발생 동기를 제공한 사다리의 상태는 건물주의 책임이라는 주장이었다. 임대계약서를 보니 건물내외의 설치물을 포함한 모든 건물 상태에 대한 책임은 건물주에게 있다는 조항이 실제로 명시되어 있었다. 그 계약서 조항에 따라 임차인의 보험회사는 문제가 된 사다리가 20년 전에 건물주가 설치한 설치물이니 건물주에게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었다.
대부분의 임대 계약서에는 건물과 장비의 보수 수리에 대한 건물주와 임차인 사이의 의무에 대한 조항이 상세히 명시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의무 조항은 계약기간 중 건물 보수 필요가 생겼을 때 본 사건과 같은 사고 발생시 또는 임대 계약이 만기가 된 후 보증금 (deposit)에서 수리비를 공제할 시 가장 많이 발생하는 분쟁 사항 중의 하나이다.
많은 임대 계약서에는 건물주에게 건물의 기본 골격에 대한 수리 보수의 책임을 부과하고 임차인에게는 시설물과 건물 내부를 포함한 그 외의 사항에 대한 수리 보수의무를 지우는 내용이 명시되어 있다. 이번 경우처럼 건물주에게 모든 책임이 있는 경우는 아주 드물다. 건물주는 물론 임대계약서를 작성할 당시에 계약서를 꼼꼼히 챙기지 않은 부실함이 있었다. 당시 본인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임대 기간이나 임대료는 꼼꼼히 챙기셨으나 그 외의 조항은 그렇게 중요한지 몰랐다는 말씀이셨다. 거의 움직이지도 못하게 심하게 부상을 당한 고소인의 모든 손해배상을 건물주가 모두 책임져야 하는 것처럼 보였다. 만약 보험을 가입하였다면 어쨌든 건물주의 손해 배상 의무가 보험회사로 이전되니 부담이 그리 많지는 않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미 보험은 십 수년 전에 해지한 경우였다.
천만 다행히 이 경우에는 임차인이 사고가 발생하자마자 문제가 된 사다리를 제거 처분하여 사다리의 설치를 20년전에 건물주가 하였고 그 사다리에 문제가 있다는 증거 자료가 말살되어 있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임차인의 실수로 다행히 건물주의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있었으나 좋은 경험이셨다. 임대계약서의 모든 조항을 꼼꼼히 챙겨야 할 뿐 아니라 또한 건물주가 챙겨야 할 건물 보험의 중요성을 일깨워준 사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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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일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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