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노래’가 클래식보다는 뮤지컬에서 명곡이 나왔다는 점은 어쩌면 운명적 아이러니였는지 모르겠다.
밤의 노래… ‘The Music of the Night’으로도 불리우는데 ‘The Phantom of the Opera’ 에 나오는 가장 유명한 노래 중의 하나이다. 밤과 음악의 조합은 음악이 음기(陰氣)보다는 빛의 존재로 인식되어 왔기 때문에 명곡이 많이 나올 수 없는 것이었지만 오페라 ‘별은 빛나건만’(토스카 중) 등에서 잠깐 등장하다말 뿐이었다.
무소르그스키의 ‘민둥산의 하룻밤’같은 작품은 밤과 악령의 조합이 느껴지는 거의 유일한 작품이었지만 순수 예술이었지 로맨틱한 작품은 아니었다. 사실 어둡고 음산한 밤에 유령과 한 여인이 오페라 하우스의 지하 호수에서 사랑을 나누며 음악을 영감받는다? 다소 기괴한 장면이지만 ‘The Phantom of the Opera’는 바로 이 한 장면때문에 전설이 되었다. ‘The Music of the Night’이 빠진 ‘The Phantom of the Opera’는 상상할 수 없다. 이는 마치 ‘네순 도르마’(아무도 잠 못 이루리)가 빠진 오페라 ‘투란도트’나 다름없는 것이었는데 밤의 음산한 귀기가 서려있는 장소에서 남녀가 사랑을 나눈다? 어딘가 섹시하고 그로테스크한 낭만으로 벅차오르기도 하는데 더욱이 상대가 흉측한 가면을 쓴 오페라의 유령이라면 상대 여자의 기분은 어떨까? 이 명장면(?)은 뮤지컬사에서도 세기의 장면 중의 하나로 꼽아도 손색 없었는데 팝음악으로서의 ‘밤의 노래’라면 모를까 클래식 입장에서 본 ‘밤의 노래’는 마치 도둑맞은 영혼처럼 멍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게 되곤한다.
‘오페라의 유령’은 자칫 호러물로 오해되기 쉽지만 사실은 로맨스 뮤지컬의 끝판왕이었다. 주인공이 흉측한 얼굴를 가리기 위해 가면을 쓰고 등장하지만 가면을 벗은 실체의 모습은 그 누구도 아는 사람이 없다. 원작 소설에서는 매우 흉한 얼굴로 등장 하지만 뮤지컬에서는 가면을 쓰고 나오는 모습이 오히려 더 신비감을 자극한다. 추리 소설을 각색한 것 치고는 스릴이나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고 칙칙한 분위기의 지하궁조차도 왠지 비밀스러운 로맨스의 장소로 비쳐질만큼 이 작품은 처음부터 어떤 도발적인 장면보다는 상처 있는 한 남성과 한 여성과의 로맨스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제목 때문에 극을 보는 사람들은 이 작품의 온화한 분위기에 놀라게 되며 추리극을 연상하는 사람도 별로 추리할게 없는 작품의 내용에 실망하게 된다. 다만 신데렐라를 꿈꾸는 한 여성이 백마탄 왕자 대신 지상에서 가장 저주받은 남성, 그러나 자신을 가장 사랑하며 동시에 음악의 스타로 만들어 줄 수 있는 꿈의 마술을 가진 자와의 환상적인 로맨스를 연상하며 보는 자에게는 ‘오페라의 유령’이야말로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가장 끌리는 마력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파리 오페라 극장 지하에는 유령(에릭)이 살고 있다. 에릭은 뛰어난 음악성을 갖추고 있지만 사고로 인해 추하게 변한 자신의 외모를 감추고 산다. 사람들에게 버림받고 지하에 숨어사는 에릭은 밤마다 사고를 일으키다가 어느날 나타난 크리스틴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만의 음악을 전수한다. 공포에 떠는 크리스틴… 그러나 에릭의 처지를 이해하고 사랑을 느낀다. 유령이 나타난다는 소문에 오페라 하우스는 공포에 떨지만 오페라 ‘하니발 공연’을 앞두고 크리스틴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려는 유명(에릭)과 이를 저지하려는 오페라측과의 긴장된 대결이 이루어지는 가운데 오페라의 유령은 크리스틴을 납치하여 그만의 장소 지하궁으로 데려간다. 어둡고 신비한 지하궁의 호수에서 오페라의 유령은 크리스틴을 껴안고 사랑을 고백하게 되는데 이때 불리어지는 노래가 그 유명한 ‘The Music of the Night’.
아스라이 밤이 눈을 뜨면/ 어둠 속에 깨어나는 환영/사라진 긴장 속에 다가온 이 은밀함/부드럽게 펼쳐지는 밤의 날개/ 잡힐 듯 가녀린 이 떨림/ 이젠 잊어봐 낮의 그 현란한 빛을/ 그리고 이젠 더 이상 기억하지마 / 그리고 느껴봐 밤의 노래를….
‘오페라의 유령’(앤드류 로이드 웨버 작곡)은 1986년 10월 런던에서 초연되었고, 25년간 30개국에서 최소 1억여 명이 넘는 관객을 불러 모았으며 런던에서만 1만회가 넘는 공연, 뉴욕 브로드웨이에서도 캣츠의 7천 회 공연 기록을 깨며 최장기 공연으로 기록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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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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