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발 하라리 ‘넥서스’ 출간 간담
▶ 불신 사회 속 AI…신뢰할 수 없어
▶ 책임지는 자세, 그것이 미래 결정
▶ 산업혁명 때처럼 2~3개국이 압도
▶ 가짜뉴스 방지 ‘언론인’에 투자를

역사가 유발 하라리 [연합]
글로벌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와 ‘넥서스’ 등의 저자인 이스라엘 출신 역사가 유발 하라리가 인공지능(AI)에는 위협과 동시에 기회가 있다며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협은 AI가 인간을 능가할 수 있다는 이유로, 또 기회는 AI 혁명이 산업혁명에 비견되는 글로벌 질서의 재편을 부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미래는 결정되지 않았다. 결국 우리가 앞으로 이 몇 년 사이에 어떤 결정을 하느냐에 달려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낙관 또는 비관이 아니다. 우리 자신이 책임을 선택하는 것이다. 우리 앞에는 여러 갈래의 길이 있다. 우리 앞에 책임을 지는 것, 그것이 미래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신간 ‘넥서스’ 홍보를 위해 한국과 일본, 중국을 돌고 있는 하라리는 20일 서울 종로구 원서동 노무현시민센터에서 한국 언론을 상대로 기자간담회을 가졌다. 그의 가장 대표작인 ‘사피엔스(2015년)’는 스토리를 만들고 활용해 최후의 승자가 된 우리 인류 사피엔스를, 최근 나온 ‘넥서스(2024년)’는 오히려 사피엔스를 능가하려는 AI와의 공존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데 방한은 2017년 이후 처음이다.
하라리는 한국에 세 번째 왔다며 친근감을 표시한 뒤 최근 글로벌 관심사인 AI의 미래에 대해 평소 지론인 ‘신중론’을 펼쳤다. 그는 “인류는 유사 이래 많은 ‘도구’를 발명했지만 AI는 도구만으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행위주체자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도구들은 어쨌든 용도에 대한 결정권을 인간이 가졌다. 하지만 처음으로 도구 자신이 결정권을 가진 AI가 발명됐다”며 “고도의 지능을 갖춘 독립적 행위주체자가 세상에 풀려나고 있다. 무엇을 할지 예측도 못하고 컨트롤도 안되면 어떻게 하나”고 강조했다.
그렇다면 왜 이처럼 위험한 AI 개발에 너도 나도 서두르는 것일까. 하라리는 인간에 대한 신뢰 부족과 불안에 기인한다고 봤다. 대다수의 AI 관련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국가 지도자들은 AI가 위험한 기술이고 신중히 개발해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경쟁 기업과 국가에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이 이들 사이에 도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같은 인간은 못 믿지만 외계인 같은 지능을 갖춘 AI는 믿는 ‘신뢰의 역설’이 여기서 발생한다”고 지적하면서 “일단 인간이 서로를 믿을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만약 서로에 대한 불신과 갈등 속에서 AI가 탄생한다면, 그 AI도 신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신중론에도 불구하고 AI를 통해 미래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했다. 그는 “어쩌면 19세기 산업혁명 때 일어났던 일들이 반복될 수도 있다. 먼저 산업화됐던 국가와 안된 국가들 간의 관계 말이다”며 “과거 산업혁명을 성공한 나라들이 세계를 제패했다면 이제는 AI에서 앞서 가는 2~3개 국가가 전세계를 압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발생한 계엄과 탄핵 국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도 나왔다. 하라리는 “처음에 한국에서 계엄이 발생했다고 했을 때 진작에 일어날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북한에서?’라고 물었다. 그런데 아니라는 것이다. 남한이라고. 물론 그래도 놀라지는 않았다”고 회상했다. 이어 “한국 정치에 관해선 잘 모르고 전문가도 아니다”라고 전제한 뒤 일반적으로 현 권력층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벌이는 친위 쿠데타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늘 있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즉 민주주의 사회지만 결국 제한된 시간 내에서만 권력을 누릴 수 있기에 인물이나 정당이 권력을 돌려주기 싫으면 제도와 법을 파괴하곤 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 언론과 독립적인 사법부가 없다면 선거는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북한이나 러시아가 그 예”라고 지적했다.
AI를 통한 가짜뉴스 비판도 이어갔다. 그는 “AI는 빠르고 정확하게 정보를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인간의 능력은 못 미친다. 하지만 이런 정보가 진실을 담보하진 않는다”며 “진실을 지키기 위해 사회가 투자하지 않는다면 쓰레기 정보의 바다에 진실이 묻힐 거다. AI 언론이 아닌 ‘언론인’에 투자해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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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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